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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득 "나도 속고, 한국노총도 속았다"

한나라당 비례대표 탈락에 반발... 정책연대 '흔들' 현장 노동자 '동요'

등록|2008.03.25 17:07 수정|2008.03.25 17:55

▲ 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데 대해 청와대의 밀실공천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비난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10일 한국노총 사무실에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와 정책협약을 하는 이용득 위원장의 모습과 25일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하는 이용득 전 위원장의 모습. ⓒ 남소연/유성호

"나도 속고 한국노총도 속았다. 정책연대가 걱정된다."

25일 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의 말이다. 그는 이날 낮 서울 여의도역 인근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 한나라당의 비례공천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토로했다.

이 전 위원장은  "내가 비례대표에서 떨어진 것은 청와대와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의 밀실 공천 때문"이라며 청와대와 현 한국노총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로써, 노동계 안팎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을 적극 지지키로 한 한국노총과 한나라당의 정책연대 앞날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한국노총에서 전·현직 지도부간의 내분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한국노총 현장 노동자들 사이에선 "'정치권 입문 기회를 얻으려는 소수 지도부 때문에 노총이 한나라당에 이용만 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치에 관심 없다"던 이 전 위원장이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한 후 떨어지자, 이에 반발하고 나선 모양새가 보기 좋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장석춘 위원장, 입신양명 위해 땅굴 파고 있었다"

▲ 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 ⓒ 유성호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전 위원장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같은 심정이다, 나도 속고 한국 노총도 속았다"며, 착잡한 얼굴로 1시간 넘게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 탈락에 대한 소회를 털어놓았다.
이 전 위원장은 "내가 비례대표 공천에서 떨어진 것은 청와대에서 당에 내려보낸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내가 아닌 청와대 입맛에 맞는 사람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비례대표에 공천된) 강성천 노총 부위원장은 정책연대와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이다, 청와대는 정책연대를 자기들 입맛에 맞게 노총을 끌고 가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게 아닌가"라며 청와대를 강하게 성토했다.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장 위원장이 '한나라당 비례대표의 한국노총 몫은 당에 일임한다'는 노총 중앙정치위원회 결의를 무시하고 내가 다른 당 대선후보 사람이라는 마타도어를 퍼트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이어 "한국노총은 민주·자주적 조직인데, 대표가 회의체를 무시하면 회의체가 왜 필요하느냐"며 "그들은 자신들의 입신양명만을 위해 한나라당 대선캠프 일부 인사들과 소위 땅굴을 파고 있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용득 "정책연대 걱정돼"... 장석춘 "사실과 다르다, 안타깝다"

당초 이 전 위원장은 한나라당의 비례대표 상위권에 공천될 것이라는 얘기가 당 안팎에서 흘러나와 많은 이들이 그의 국회 입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 역시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24일 발표된 한나라당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서는 그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강성천 한국노총 부위원장의 이름이 올라왔다. 많은 이들의 예상을 벗어난 결과였다.

이에 대해 이 전 위원장은 "지난 20일 당에서 저한테 연락이 와 '청와대에서 내려온 명단에 제 이름이 빠져있다'고 전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알아보니, 청와대와 장석춘 위원장간의 밀실 공천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위원장은 정책연대에 대해서 "정말 걱정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향후 협약이 지켜질지 노동정책이 제대로 될지 우려된다"며 "정책연대의 취지는 무시되고 정권안위와 유지의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이용하려고 들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반면,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 전 위원장의 기자간담회 직후, "한국노총 위원장을 지낸 분이 기자회견을 통해 이런 저런 주장과 말씀을 하신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 중 많은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며 강조했다.

이어 "총선이나 비례대표와 관련한 결정을 했던 중앙정치위원회를 열어서 조직의 공식 입장과 결정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현장 노동자들 "이용득 전 위원장도 잘못"

▲ 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 ⓒ 유성호

한편, 한국노총 현장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정책연대로 몇몇의 이익을 위해 한나라당에 이용만 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한 공기업노조 위원장은 "속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신뢰가 중요한데 신뢰가 깨졌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전임 위원장 그룹과 현 위원장 그룹이 분열하는 건 누구한테도 도움이 안 된다"며 노총 지도부의 내분 사태를 걱정하기도 했다. 이어 "현장 노동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새 정부가 백골단을 만들고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데 조직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용득 전 위원장의 모양새가 좋지 못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경기도의 한 한국노총 상담소장은 "정책연대 틀이 중요하지 비례대표가 됐다 안됐다가 중요한 게 아니다"며 "이 전 위원장의 발언은 정책연대를 국회 진출의 발판으로 여겼다는 걸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어 한 한국노총 정책본부 관계자는 "이 전 위원장은 정책연대를 통해 본인이 정계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한나라당 비례대표를 신청했다"며 "처음부터 정당성에 흠결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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