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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불출 언니와 새내기 동생의 캠퍼스 스토리

등록|2008.03.26 14:56 수정|2008.03.27 08:20
요즘 저는 동생과 함께 학교 다니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두 살 터울 여동생이 제가 다니는 대학교에 08학번 새내기로 입학한 지 4주 째. 이제는 제법 학교생활에 적응한 것 같아서 내심 기분이 좋습니다.

서로 학과가 다르긴 하지만 같은 학교 선배라는 핑계로 이것저것 잔소리도 참 많이 했습니다. 교양 수업은 뭐가 좋은지, 동아리는 어디가 괜찮은지, 저도 귀동냥으로 얻어들은 이야기들을 마치 경험담인 것처럼 열심히 설명하곤 했으니까요.

친언니로서 동생이 참석해야할 술자리들이 가장 걱정이었습니다. 새내기 환영회나 대면식 같은 행사들이 줄줄이 이어질텐데 어린 동생이 잘 버틸 수 있을까 불안했습니다. ‘술자리에서 친구들은 많이 사귈 수 있을까? 선배들한테 예의바르게 잘 해야 할 텐데…’ 같은 사소한 걱정들로 훈계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막상 밤늦게 들어온다는 연락이 오면 서운한 마음에 화도 냈습니다. 이렇게 온갖 참견을 다하며 동생의 대학생활을 조작(?)하려던 저에게 친구가 말했습니다.

"개구리가 올챙이적 생각 못 한다는 게 딱 이거구나!"

머리를 한 대 얻어 맞은 것 같았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동생에게 이래라 저래라 이야기했던 것들은 모두 새내기 시절 저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 당시 저는 남들의 도움 없이 혼자 용감하게 교정을 탐험했습니다.

첫 술자리에서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신이 나서 집에 갈 생각도 안했습니다. 이렇게 자유롭게 만끽했던 대학생활을 동생에게는 허락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요? 단지 언니라는 이유로 저는 너무 많은 것을 강요하고 있었습니다.

저의 '오만과 편견'을 깨달은 뒤, 저는 좀 달라졌습니다. 무조건 못하게 막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직접 경험할 수 있게 도와주려 합니다. 제 역할은 어디까지나 든든한 조언자가 되어주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된 거죠.

요즘 동생은 동아리 활동은 물론이고 새로 사귄 남자친구와 함께 열심히 교정을 누비고 있습니다. 가끔 시간이 나면 저와 함께 학교 안에 가득한 봄을 만끽하기도 합니다. 오늘 갑자기 제 동생이 말하더군요.

"언니가 시간표 짤 때 도와준 게 다행이었어. 친구들이 다 부러워해!"

뭐, 이 정도면 제법 성공적인 좋은 언니, 좋은 선배 노릇을 한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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