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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난 심의 틈타 불법·탈법 판치는 케이블TV

폭력·선정적 프로그램 활개, 편법 광고까지

등록|2008.03.26 14:03 수정|2008.03.26 17:39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출범 지연으로 각 케이블TV의 심의에 구멍이 뚫렸다.

지난달 29일 방송위원회가 해산되고 방송 모니터를 중단하면서 사실상 심의업무가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폭력성과 선정성이 가득한 소재의 프로그램과 편법 광고 등이 케이블TV를 중심으로 활개를 치고 있다.

20일 방영된 tvN <나는 형사다>는 혜진양과 예슬양의 살인사건을 전달하며 예슬양의 훼손된 시신을 모자이크 처리와 함께 적나라한 현장묘사를 덧붙여 방송해 물의를 빚고 있다.

한 시청자는 게시판을 통해 "어린 딸의 엄마로서 납치사건일지가 눈에 띠여 채널을 돌리다 잠깐 봤는데 어찌 피해자의 시신을 상세히 보여주면서 설명할 수 있는지 모자이크 했다지만 사실 더 자극적이었다"며 "그 부분이 당신 딸의 시신의 일부였다면 어떻게 생각하냐"며 제작진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 tvN <나는 형사다> ⓒ tvN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살해 장면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거나 지나치게 상세하게 방송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 1월 방송위원회는 실제 범행현장의 사체나 훼손된 시신 등 범죄 관련 내용을 여과 없이 노출한 Q채널 <살인의 현장>에 대해 중징계에 해당하는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의결하기도 했다.

또한 케이블TV의 선정성도 더욱 과감하게 이뤄지고 있다. 19세 이상 관람가임에도 편성 시간대를 변칙적으로 바꾸는가 하면 소재의 선정적 수위를 높이며 안방을 위협하고 있다.

tvN <리얼스토리묘>, <독고영재의 현장르포 스캔들>, <김구라의 위자료 청구소송>, <나는 형사다>, <쩐의 전쟁>은 엄연히 19세 이상 관람가임에도 가족들이 모여 있는 오전 6시부터 오전 11시까지 편성하고 있다.

ETN <백만장자의 쇼핑백>은 나체인 여성의 몸 위에 초밥을 올려놓고 손님이 시식하는 일명 '알몸초밥'을 보여주는가 하면, YTN스타 <무조건 그 속이 알고 싶다>는 여성이 수치심을 느낄 만한 변태적 실험을 수차례에 걸쳐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스토리온 <이 사람을 고발합니다>, <가족연애사2>, <서영의 SPY> 등도 선정적이라며 시청자들의 항의를 받고 있으나 제재가 없는 상태다.

▲ ETN <백만장자의 쇼핑백>은 첫 방송으로 '알몸초밥'을 방송해 물의를 빚고 있다. ⓒ ETN



케이블TV의 중간광고 역시 법정시간을 넘어 탈법행위를 일삼고 있다. 케이블TV 중간광고는 1회 3건 광고를 1분 이내로 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지키는 사업자는 거의 없는 상태다. 따라서 모니터 요원이 지속적으로 감시·견제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채널CGV와 OCN은 특정 시간대에 무려 39분, 21분에 걸친 중간광고를 해 방송위원회로부터 위반 정도가 심각하다며 각각 1억 2000만원, 1억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당시 방송위원회는 상습 위반 사업자에 대해서는 업무정지나 등록취소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방안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었다.

김양하 구 방송위원회 심의2부장은 "현재 개별 모니터 요원들은 예산문제로 계약 해지가 된 상태라 모니터가 안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여론에서 문제가 되는 것과 민원으로 제기 되는 부분은 심의위원회에 남아 있는 구 방송위 직원들이 챙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적극적 심의는 현재 이뤄지기 어렵지만 심의의 성격상 사후심의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현재 안건을 누적시키고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누적된 사례를 토대로 위반사항들을 제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PD저널'(http://www.pdjournal.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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