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삼성 특검, 김성호 원장 임명 강행 책임론

시민단체 "김용철 변호사가 직접 뇌물 건넸다고 했는데... 특검 권력 눈치 보나"

등록|2008.03.26 15:51 수정|2008.03.26 15:52

▲ 이명박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신임 김성호 국가정보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뒤 함께기념촬영을 하고있다. ⓒ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성호 국가정보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그러나 삼성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은 한 점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와 함께 아들들의 증여세 탈루 의혹, 재단법인을 통한 기업 출연금 모금 의혹, 국정원 1급 인사 관여 등 수많은 흠결도 함께 묻혀버렸다.

청와대가 흠결이 많은 후보에 대한 인사를 단행한 것은 큰 문제다. 진보신당도 이날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통령이 김 원장을 임명하는 것은 삼성 챙기기"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그 책임으로부터 국회도, 특검팀도 자유롭지 못하다.

김 원장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서는 지난 3일 국회에 접수됐다. 여야는 김용철 변호사 증인 출석 문제를 놓고 대립하다 결국 청문회를 무산시켰다. 결국 김 원장은 "인사청문 요청안을 접수한 뒤 20일이 지나면 국회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대통령이 후보자를 자동 임명할 수 있다"는 국회법에 따라 국정원에 '무혈입성'했다.

삼성 특검, 임명되는 순간까지 망설이고만 있나

조준웅 특검팀의 책임은 이보다 더 크다.
직접 김 원장에게 돈을 건넸다고 밝힌 김용철 변호사를 13시간이 넘게 소환해 조사하면서도 김 원장을 소환하려는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공소시효 만료',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이미 무혐의로 결론지은 것 아니냐는 전망도 흘러나왔다.

윤정석 특검보는 26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로비대상자들에 대해 서면조사나 방문조사를 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 "조사 방법이나 시기에 대해 말씀드릴 것이 없다"며 다시 한 번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처음 의혹이 불거졌을 때 제기된 의혹을 살펴보면 특검팀이 김 원장의 소환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지난 5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기자회견 내용을 살펴보자.

당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서울 상계동 수락산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성호 국정원장과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이 삼성의 뇌물을 수수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김성호 후보자는 삼성의 관리 대상으로 평소에 정기적으로 금품을 수수했고 '직접' 금품을 전달한 사실도 있다"고 밝혔다.

뇌물 수수 사건에서 돈을 준 쪽의 증언이 증거능력을 갖는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김 원장은 이미 반드시 조사받아야 할 핵심 피의자였다.

커져만 가는 뇌물수수 의혹 단 한 점도 해소하지 못해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전종훈 신부)은 지난 5일 오후 서울 상계1동 수락산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성호 국정원장은 삼성으로부터 금품을 받았고,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전 회장은 비자금 차명계좌 개설 및 관리를 주도했다고 밝혔다. ⓒ 권우성

김 원장이 삼성의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은 점점 커져만 갔다.

<한겨레>는 지난 13일 김 변호사가 특검 조사에서 "김 원장이 검찰 재직 당시 김 변호사에게 '학수 형에게 말하면 줄 것'이라며 돈을 요구했다"는 구체적인 내용을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기자회견 때보다 훨씬 구체적인 정황을 밝힌 것이라 '직접 증거'로도 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 형법학자들은 지난 1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변호사의 진술이 좀 더 구체적이라면 나머지 진실을 가리는 것은 수사기관의 몫"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김용철 변호사가 곧 증거"... 패는 다 보여줬다)

또 CBS는 지난 14일 "김 원장이 삼성물산 건설부문 이상대 사장의 도움을 받아 서울 잠실동의 고급아파트의 분양을 받았고 지난 2005년부터 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실소유주는 김 원장의 친 누나이지만 김 변호사가 특검 조사에서 "김 원장이 지난 2001년 분양 당시 직접 전화를 걸어와 이 사장과 연결해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은 이 모든 의혹을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오히려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도 보였다.

"공소시효 지났다고 사실 확인도 안 하나?"

이제 이 모든 의혹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특검뿐이다. 그러나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수사기간을 볼 때 특검이 의혹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강경한 목소리로 "특검팀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경우를 봐도 검찰은 수사기간 내내 전 청장이 뇌물 수수 사실을 부인했음에도 뇌물을 건넨 이의 진술을 '직접 증거'로 채택해 기소했다. 김용철 변호사가 직접 뇌물을 건넸다고 말한 김 원장을 소환조사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히 수사를 안 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서면조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짜맞추기' 수사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상조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도 "특검팀은 관련 피의자들을 형사기소할 책무 외에도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가 김 원장에게 금품을 건넨 시기를 2000년으로 알고 있는데 형법상 뇌물공여 공소시효가 5년으로 알고 있다. 특검팀이 김 원장을 소환하지 않은 것은 이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뇌물을 건넨 이가 직접 증언하고 있고 신빙성도 있는데 단순히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사실 확인도 하지 않는 것은 로비 수사를 덮고 가겠다는 뜻이나 같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