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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의학적 특수농업의 미래를 연구하다

충북 괴산의 장성원씨 이야기

등록|2008.03.26 21:25 수정|2008.03.26 21:25

장성원 소장장성원 씨는 토종 씨앗 보존, 토양 복원 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 예방의학적 특수농업의 미래를 모색하고 있다. ⓒ 이국헌

이 땅에서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애쓰는 분들을 찾아다니면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되었다. 농업이라고는 전혀 아는 것이 없었던 과거의 삶의 부끄러울 만큼 우리 시대의 생명운동엔 농업, 바로 그것이 자리하고 있었다.

대게 생명운동이 사회적 평화주의, 보건 활동, 환경운동 등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궁극적으로 이 모든 활동들을 하나로 묶어 진정한 생명운동을 추구하는 것이 있다면 그게 바로 대안농업에 있었다는 걸 최근에야 비로소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거기에는 사회적 평화주의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도 확신하게 되었다.

이 분명한 인식은 장성원 소장을 만나면서부터 정리되기 시작했다. 바른 먹을거리 재배만을 위해 수십 년의 연구와 노력을 쏟아 부은 그를 만나게 된 계기는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첫 만남에서 그의 강의를 들으면서 그곳에 생명운동의 미래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질적인 풍요와 첨단의학의 발달에도 육체적인 질병으로 고통당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무엇이 인류를 건강하게 해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 보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고민들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우리의 이웃들이 건강한 삶을 향유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강의를 들으면서 인류의 건강이 바른 먹을거리에 있다는 사실을 재삼 확인하게 되었다. 우리의 생명이 식물의 생명력을 통해서 유지된다는 사실은 너무도 평범한 진리가 아닌가? 굳이 임마누엘 레비나스의 ‘타자성의 철학’을 들먹이지 않아도 생명은 타자의 생명으로부터 유지된다는 사실은 너무도 자명하다.

우리가 먹는 음식물들을 통해서 우리는 각종 영양소들을 제공받게 되고 그 영양분들을 통해서 우리의 생명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생명체의 삶의 메커니즘이다. 따라서 무엇을 먹는가 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특별히 식물과 인체의 생화학적 메커니즘은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과학적 요소이다.

“만일에 우리가 먹는 식물들이 우리의 생명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지 않고 오히려 생화학적으로 우리를 공격하여 질병에 걸리게 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런데 실제로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식물들은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장성원 소장의 말을 듣고 보다 자세한 내용들을 알고 싶었다. 생명지킴이로서 작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꼭 알아야할 어떤 진실들이 있겠다는 생각에 그분과의 만남을 미룰 필요가 없었다. 특별한 계획이 없는 주말에 약속 날짜를 잡고 그분의 연구실로 서둘러 방문을 했다.

건강마을을 꿈꾸다

신월초등학교(폐교)교정충북 괴산에 위치한 한 폐교를 임대해 연구실을 갖춰놓고 예방의학적 대안농업의 미래를 연구하고 있다. ⓒ 이국헌

일찍부터 서둘러 집을 나섰기 때문에 맑은 아침 공기를 마시며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달렸다. 오랜만에 보는 시골 풍경은 마음을 한결 여유롭고 풍요롭게 만들어주었다. 아직은 겨울의 옷을 벗지 못한 산하이지만 여전히 신선한 자연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환경 자체만으로도 건강해진 듯한 느낌이었다. 전국에서도 청정지역으로 소문난 충북 괴산군에 들어서자 새삼 활력이 돋았다. 이곳이 각종 유기농업자들이 나름대로의 대안농업을 실현하고자 애쓰는 지역 중 한 곳이라니! 둘러본 주변의 들녘들이 모두 신의 축복처럼 느껴졌다.

장성원 소장이 연구실로 사용하는 곳은 충북 괴산군 청천면 신월리에 있는 한 폐교였다. 몇 년 전 폐교가 된 신월초등학교를 지자체로부터 빌려서 연구실을 만들어 놓고 대안농업의 메카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는 장 소장이 그곳에 정착한 이유는 이곳에 바로 건강마을을 세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실현하기 위함이었다.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제법 높은 산세와 그 아래 펼쳐진 기름진 들판, 복잡하지 않은 전형적인 시골 농촌인 그곳은 겉으로 보기에도 건강마을을 꿈 꿀 만큼 좋은 자연 조건을 가진 곳이었다. 그러나 그런 기본적인 조건만으로는 건강마을을 실현시킬 수는 없다. 어떤 것을 먹느냐 하는 문제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 소장은 좋은 조건을 갖춘 이 지역에서 참된 먹을거리를 생산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건강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었다. 그 프로젝트에서 장 소장이 맡은 역할은 건강한 먹을거리를 재배하는데 따른 모든 기술적이고 이론적인 내용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올해 정부로부터 자금을 확정받아서 이곳 청천면 신월리에 있는 4개 부락을 건강마을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곳에서는 일반 농작물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약리치유 능력이 있는 작물들만을 재배하는 특수농업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 일에 제가 지금까지 연구해 온 기술들이 집약될 것입니다.”

그의 프로젝트의 핵심은 약리치유 능력이 있는 농작물을 재배하는 특수농업에 있었다. 약리치유 능력이야 산야초와 같은 약리식물들에만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단순하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장 소장은 일반 식품들도 충분히 약리치유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 우리가 섭취하고 있는 대부분의 농작물들이 이미 이러한 약리치유 능력을 상실한 것들이라는데 있다.

최근 유전자 변이 식품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충은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구체적으로는 잘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어서 좀더 자세하게 이 부분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토종씨앗이 사라지고 있다

토종씨앗 보존실그의 연구실의 한 칸에는 6~700속과에 속한 약 1,600여종의 토종 씨앗들이 보존되어 있다. ⓒ 이국헌

우리 몸을 건강하게 유지시켜주는 건강한 식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3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장 소장의 설명이다. 그 첫 번째는 씨앗의 문제이다. 일반 농업에서는 생산량 증대를 위해서 꾸준하게 육종학을 발달시켜왔다. 그 결과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식물들의 씨앗들은 원래의 씨앗들과는 상당히 다른 유전자를 가진 유전변이 식품들로 변화되었다. 일반 생물학적 이해에서 이런 변이는 우성인자를 중심으로 한 육종이기에 특별히 문제가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씨앗의 변형이 가져오는 영향의 실상은 대단히 심각하단다.

유전자 변이 식품들은 장내에 존재하는 수많은 유익한 균들은 소멸시키고 독성에 살아남을 수 있는 균들만을 살아남게 만든다. 이로 인해 항암요소들을 만들어내는 균들은 소멸된 채 독성에 살아남은 균들이 식품에서 공급된 시아카신과 같은 독성들을 암성분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에 암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나온 최신 연구 자료들에 의하면 채소가 암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이런 식물들이 사람들을 공격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과학적으로 아직 밝혀진 것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대에 와서 의료전문가들은 육식을 금하고 채식을 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암치료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식물들이 원래의 종으로부터 유전적으로 변질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장 소장은 강력하게 말한다.

특별히 유전변이를 일으킨 곡식들과 채소들은 인체의 아미노산의 고리를 끊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온전한 영양소로 흡수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육체의 건강을 위해서는 유전변이로 인해 왜곡된 곡식들로부터 원래의 곡식품종들로 돌이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인식에 기초해서 과거 육종학에 의한 유전변이를 일으키기 이전의 토종 씨앗들을 찾아나서게 되었다.

장성원 소장의 연구실에는 600~700여 속과의 씨앗 1600여종이 보관되어 있었다. 모든 씨앗들은 원종(F1)들로서 유전변이를 일으키기 이전의 씨앗들이다. 그의 연구실에서 본 옥수수와 고구마, 감자 등 변이 이전의 씨앗들은 확실히 지금의 것들과는 많이 달랐다. 땅콩의 경우 육종된 것들은 원종에 비해 3배 정도 커졌다. 그러나 그렇게 성장하기 이전의 원종들이야 말로 인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한다. 특별히 아토피와 같은 현대인들의 질병에 원종 식물들이 주는 의료적 혜택은 매우 클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대화를 나누는 중에 장 소장은 고대인들이 쉽게 단명했던 이유에 대한 설명으로 그들이 단일 독성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와 더불어 고대 문명 세계의 멸망이 영양소 감소로 인한 것이었다는 얘기도 했다. 문명쇠망의 역사 속에 영양분의 불균형이 큰 역할을 했었다는 이론은 매우 신선하게 들렸다.

실제로 단일 공간에서 일정한 식물을 중심으로 영양 생활을 하게 될 경우 그 문명은 1천 년을 넘기기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듣고 보면 당위성이 있는 이야기로 들렸다. 그의 말대로 역사를 다시 한 번 거슬러 가다보면 문명쇠망의 새로운 입장을 구축하게 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토양 오염이 식물에 독소를 만들어내고 있다

복원된 토양과 고구마복원시킨 토양에 고유종 고구마를 심어 키우고 있다. 이 고구마가 아토피 등 현대인들의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 이국헌

씨앗과 더불어 두 번째 문제는 토양 오염의 문제이다. 토양 오염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일반 농업에서 다작과 병충해 방지를 위해 질소 및 농약을 지나치게 많이 살포함으로 오염되는 것이 주원인이다. 이와 더불어 산업 폐기물들에 의한 각종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토양이 오염되는 경우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한 작물을 동일한 토양에 계속해서 재배함으로써 토양의 영양분 부족으로 인해 오염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토양 오염은 근본적으로 병충해의 확산을 가져오며, 나아가 식물들의 성장에 변이를 초래하고 독성들을 함유해 결국 인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안전한 먹을거리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유전변이 과정을 겪지 않은 순수한 토종 씨앗들을 보존하는 것과 더불어 토양의 오염을 막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장성원 소장이 추구하는 일 중의 하나는 바로 이런 인식에 기초해 토양을 복원하는 것이다. 그 스스로 인류 최초의 원시 토양을 복원함으로써 인체에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곡식을 재배하는 것이다.

“토양 복원을 위해서는 인간의 대변 같은 유기물질들을 활용해야 합니다. 이것이 현재 환경농업에서 금지되고 있기 때문에 인분에 의한 토양 복원은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토양 회복을 위해서는 결국 다량의 미생물을 증식할 수 있는 이 방법을 써야 합니다.”

연구실 한 쪽 방에서는 복원된 토양에 토종 고구마를 심어 재배하고 있었다. 풍부한 미생물이 들어 있는 최상의 토양을 만들어 놓고 그곳에 원종 고구마를 심어 재배한 것이다. 그곳에서 재배하고 있는 고구마를 보여주면서 이것이 인간의 건강을 책임질 미래의 식품이라고 설명하는 그의 얼굴엔 비장함이 서려 있었다. 정말 저것이 특수 농업의 미래란 말인가?

예방의학적 특수농업의 미래를 꿈꾸며

괴산군의 한 폐교에 연구실을 꾸미고 건강마을을 가꾸어가고 있는 장성원 소장! 그는 예방의학적 특수농업의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그의 꿈은 원대하지만 장황하지 않고 심오하지만 이론적이지 않고 난해하지만 실현불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인류의 건강한 삶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평생을 바쳐 추구할만한 그런 고상한 꿈이었다. 그 꿈을 듣고 있노라니 시간이 마냥 짧기만 했다.

토종 씨앗, 토양 복원, 거기에 세 번째의 문제인 작물 생산 방법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일반 농업이 직면한 건강한 먹을거리 생산의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자신의 연구와 노력을 통해서 찾아가고 있는 그는 이 시대의 생명지킴이임에 틀림없었다. 사회의 한 쪽에서 개발과 발전을 앞세워 환경을 파괴하고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이때, 다른 한 쪽에서는 그 건강을 지키기 위한 엄청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장성원 소장은 그런 고상한 자신의 사명에 헌신하는 진지한 사람이었다.

그의 말대로 바른 먹을거리만으로 현대인들이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질병으로부터 해방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것이 토종 씨앗과 토양 복원에 달려 있다면 단지 그 일을 한 사람의 사명에만 맡길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는 중앙 및 지방 정부의 농업 담당자들과 아울러 이 나라의 모든 유기농 종사자들, 그리고 인류의 생명을 위해 환경 및 사회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연대해서 이 꿈을 이루는 일에 함께 참여해야 할 것 같다.

장성원 소장은 현재 복원된 토양에 토종 씨앗을 가지고 올바른 방법으로 재배한 식물을 가지고 아토피 치료에 적합한 음료를 개발하고 있다. 이 음료가 시판되고, 그 음료를 통해 아토피로 고생하는 많은 사람들의 고통이 해방되는 날이 오기를 고대해 본다. 그러한 경험들이 일반 농업이 해결하지 못하는 예방의학적 특수농업의 길을 더 넓게 열어놓고, 그로 인해 인류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날을 고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라이프가디언(www.lifeguardian.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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