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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갸 거 겨... 한국 말 어려워요"

강동외국인근로자센터 외국인 한국어 정복기

등록|2008.03.27 17:08 수정|2008.03.27 17:08

스마일~~3월 22일 강동외국인근로자센터 한국어 첫 수업 후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 자원봉사 선생님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강현숙


“기역, 니은, 디귿, 리을, 미음…가, 갸, 거, 겨, 고….”

22일 토요일 오후, 낯설고 머나먼 땅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언어장벽 허물기에 한창이다. 한국어 공부에 대한 열기로 강의실은 후끈 달아올랐다. 3월 15일 강동구 성내종합사회복지관에 오픈한 강동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 운영하는 첫 번째 한국어 강의가 열렸기 때문.

중국인 7명, 필리핀 1명 등 총 8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글 정복에 나섰지만 처음부터 만만치 않은지 다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하지만 2시간 동안 한국인 자원봉사자 선생님 입모양을 따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수업 후 만난 림헝산(27·중국)씨는 학급에서 유일한 부부 학생으로 “한국에 온지 1년 8개월이 됐지만 정식으로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데 이제는 센터에서 공부도 하고 한국인 자원봉사자, 외국인 친구들과도 어울릴 수 있어 행복하고 벌써부터 다음 주 토요일이 기다려진다”며 “숙제가 걱정이지만 부인과 함께 열심히 예습·복습할 것”이라며 밝은 미소를 보였다.

첫날 수업 치곤 고된 컴퓨터 교육과 한국어 수업이었지만 외국인 근로자들의 표정에는 힘든 기색이 없었다. 그동안 일하느라 바빠 한국문화나 한국,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 없었기에 소풍 나온 어린이들 마냥 기뻐했다.

왕홍(중국)씨는 “한국인은 참으로 예의바른 민족으로 지역에서 우리와 같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공부하고 한국 생활의 어려움이나 애로사항을 서로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생겨 너무 좋고 세심한 배려에 감동 받았다”며 “특히 오늘 점심을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 외국인 친구들과 같이 직접 시장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 먹은 게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강동외국인근로자센터는 단순히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아니라 외국인 주민들과 근로자들에게 ‘사랑방’으로써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어려운 살림살이지만 음식도 같이 만들어 먹고 조만간 서울 문화탐방에도 나설 계획이다.

강동외국인근로자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김갑용 사회복지사는 “센터를 이용할 외국인 근로자들을 찾기 위해 외국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강동·송파 일대 식당, 상가, 뿐만 아니라 사업체를 직접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문전박대도 당하는 난처한 경우도 있어 애로사항이 많았지만 입소문을 통해 센터를 찾는 외국인들이 하루가 다르게 흥부네 가족마냥 늘어나고 있다”며 “외국인 근로자들은 고향생각에 늘 가슴 한구석이 허전하고 힘든 서울생활에 외로움이 많은 친구들로 이들이 한국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우리의 이웃사촌으로 편안하게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해주고 한국문화를 알려주는 것이 센터가 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강동외국인근로자센터는 국가별 소모임이 아닌 취미별, 동호회 형태의 모임을 구성해 한국생활 정착과 한국문화 이해하기를 도모하는 한편 센터를 이용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증가하면 올 하반기 정도에는 지역사회를 위해 ‘자원봉사자’로 변신할 계획을 갖고 있다.

김갑용 사회복지사는 “강동구 지역에 외국인 근로자센터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불법체류자’라는 부정적인 시선이 짙은 일부 주민들의 경우 달갑지 않게 생각했을 법도 하다. 하지만 한국 내 외국인수가 100만명이 넘는 다민족 국가 시대를 맞아 이제는 무조건 외국인 근로자를 구분지어 색안경을 쓰고 바라봐서는 안 된다”며 “외국인 노동자들을 돕기 위한 지역의 관심과 함께 현실적인 정책 등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 주 토요일 수업에도 꼭 오세요. 혹시 어려움 있을 때 전화해도 되나요?”라며 약속을 하던 장원빈(중국)씨는 바쁜 근로현장에서도 이번 주말 한국어 수업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서울동부신문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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