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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후 닥칠 경제위기와 한나라당의 앞날

금리, 환율 논쟁을 보며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해야 할 일

등록|2008.03.28 17:16 수정|2008.03.28 17:16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1997년 대선을 기억할 것이다. 외환위기는 이회창 후보에게 패배를 안겼다. 위기는 1994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발언부터 시작한다. 방미 후 귀국 비행기에서 사건은 시작됐다. 트랩을 내려오면서 그는 새 국정지표로 '세계화'를 내세웠다.

이 세계화는 영어로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도 아니고 세계화(Segyehwa)라는 청와대의 친절한 해설도 덧붙었다. 그리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자본시장의 문을 열어젖혔다. 준비없는 시장개방, 재벌들의 무분별한 외화 차입. 이것이 10년 전 대위기의 서막이었다. 한나라당 지지자라면 이 추억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 한나라당이 살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지난 1997년 12월 임창렬 당시 경제부총리가 IMF구제금융신청을 발표하고 있다. ⓒ 한겨례21


금리와 환율 논쟁? 방향은 이미 정해졌다

이명박 정부가 우왕좌왕하고 있다. 채권시장과 환율시장은 하루 하루 요동을 치고 있다. 대통령은 외신기자들에게 물가안정이 더 중요하다 했고, 심지어 'MB 물가지수'까지 만들어 70년대식 가격통제도 서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렇다면 금리는 올라야 하고 원화는 절상해야 한다. 

그러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중경 차관의 발언은 전혀 다르다. "대외균형과 대내균형이 상치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대외균형이다."(강만수, 2월 25일 이코노미스트클럽 초청강연). 이는 물가불안이 있다 하더라도 경상수지 적자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환율급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지난 주의 발언은 급변동이 있으면 정부가 반드시 개입하겠다는 의미다."(최중경, 2월 26일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 즉, 정부가 개입해서라도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을 가장 중요한 기조로 삼겠다는 것이다. 물론 금리 역시 내려야 한다.
 
정말로 대통령의 의지를 기획재정부 장차관이 바로 뒤집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 대통령의 뜻이 그러하다. 다만 총선을 앞두고 서민들이 아우성을 치니까 일부 품목에 대해서 완력을 써서라도 잡겠다는 뜻일 뿐이다.

"도심에 집을 지어서 공동화되지 않도록 하고 거기서 출퇴근을 하면 경제적 효과도 있다""재건축을 하면 복잡한 면도 있지만 그래도 그렇게 해야 한다"(이 대통령, 2월 24일 국토해양부 업무보고).  참여정부에서 재건축을 허용한다고 하기만 하면 집값이 뛰었던 것을 벌써 잊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동산 값에 연연하지 않고 건설경기를 일으키겠다는 뜻이다. 

물론 한국은행은 80년대까지의 '굴욕의 추억'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러나 저항은 그리 강하지도 오래 가지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워낙 성장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총선이 끝나고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과반수 당선된다면 물론 거칠 것 없이 성장으로 내달릴 것이다.

원화는 적어도 1200원선까지 떨어질 것이고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는 것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은 이런 신호들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곧 한쪽 방향으로 정리될 것이다. 부동산 거품이 부풀대로 부풀 모든 조건은 갖춰졌다. 한반도 대운하까지 확정되면 이 거품은 전국으로 확산할 것이다.

(현재는 금리를 동결 내지 소폭 인상해야 한다. 원화 역시 현재 수준에서 동결 내지 소폭 절상되는 것이 낫다. 이미 잔뜩 끼어 있는 거품을 서서히 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환율과 금리에서 어느 정도 여유를 확보해야 정작 위기가 닥칠 때 긴급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런 정책목표를 일관되게 견지하고 투기공격이 의심될 때는 조기에 충분한 양의 개입을 하고 바로 빠져야 한다.)

▲ 원화는 현재 수준에서 동결 내지 소폭 절상되는 것이 낫다. 이미 잔뜩 끼어 있는 거품을 서서히 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사진은 서울 중구 을지로2가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딜러들이 분주하게 거래를 하는 장면 ⓒ 남소연


한나라당 살기 위해선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물론 한미 FTA 비준도 서두를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체결한 한미 FTA지만 지금 비준에 더 적극적인 곳은 한나라당이다. 이제 한국은 투기의 천국이 된다. 외국 돈도 주식으로 부동산으로 몰려든다. 한미 FTA는 부동산 정책도 묶어 버린다. 아무리 위기가 와도 외환통제는 생각도 할 수 없다. 투자자-국가제소권의 위력이다. 이제 한국의 거품은 국제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그러나 부동산 및 주가 거품은 언젠가는 빠진다. 미국이 이미 장기 침체에 들어갔고 중국 역시 1-2년 후에는 최소한 조정국면을 거칠 것이다. 한국만 나홀로 흥청망청할 수는 없다. 아마도 2-3년 후 부동산 거품이 빠지기 시작할 때 외자는 일거에 빠져 나갈 것이고 부동산 값과 주가는 형편없이 빠질 것이다. 97년 위기를 능가하는 대위기가 시작된다.

한나라당은 또 한번 큰 위기를 맞을 것이다. 이제 천막당사를 만들어 재기를 노릴 수도 없다. 그러기에는 다음 총선이 너무 가까이 있다. 최근 두 번의 집권을 모두 유례없는 경제위기로 마감한 당에 어떠한 미래가 있을 수 있는가?

당의 운명을 되돌릴 길은 없을까? 있다. 삼성의 은행 소유를 막을 사람이 누구일까, 대운하를 확실하게 저지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수도권 규제 완화에 반대하고 부동산 투기를 잡을 사람이 누구일까. 삼성의 은행소유를 막을 사람과 한미 FTA를 저지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서 그 사람을 지지하면 된다.

지난 참여정부를 추억하라. 삼성 저격수, 한미 FTA 저격수, 부동산 투기를 온 몸으로 막은 사람은 몇 명 안된다. 그러나 그들로 인하여 아직까지 한국경제는 덜 망했다. 한국경제를 덜 망하게 하는 것이 한나라당이 살 길이다.
덧붙이는 글 정태인 기자는 전 청와대 국민경제 비서관을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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