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멕시코의 또르띠야 시위급작스러운 옥수수 가격 폭등으로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에서는 이를 비판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 시위에는 모두 7만명이 참가했다. ⓒ 장윤선
지난 해 급등한 세계 식품 가격이 이제 본격적으로 전 세계 서민들의 생활을 고달프게 만들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목숨을 잃는 폭력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식품 가격은 2006년에서 2007년 사이 세계적으로 23% 상승했다. 이중 곡물은 42%, 식용유는 50%, 유제품은 80%나 상승했다. 폭발적인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농업(agriculture)과 물가상승(inflation)을 합성한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란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전 세계 식품 가격 인상은 여러 가지 요인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요인으로 악천후로 인한 식량생산 감소, 대체 연료 개발로 인한 농산물 수요 급증, 인도와 중국의 경제 성장, 원유 가격 인상 등을 지적했다.
세계 제2 농산물 수출국인 캐나다의 농업 생산은 작년 악천후로 20%나 감소했고 이로 인해 수입국들에는 물량 확보를 위한 비상이 걸렸다. 미국에서는 대체 연료인 에탄올 개발을 위한 옥수수의 소비가 2000년에 비해 세배나 뛰었다. 이로 인해 밀, 콩 등을 재배하던 농부들이 옥수수를 심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밀, 콩 등의 가격이 인상했다.
세계 최대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과 인도의 경제 성장도 식품 가격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육류 소비가 급증하고 이로 인해 가축의 먹이로 쓰이는 곡물 수요도 증가해 곡물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원유 가격 인상은 말할 나위도 없이 식품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유 가격 인상은 비료 가격과 유통비 인상을 가져와 결국 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원유 가격 인상으로 대체 연료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옥수수, 사탕수수, 콩 등의 가격이 상승했다. 일본에서는 에탄올 붐으로 식용유와 콩 가격이 오르면서 마요네즈와 미소 가격이 상승했다.
아이티의 진흙과자에 세계인 '경악'
지난 해 급등한 식품 가격이 이제 세계 곳곳에 구체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AP>에 따르면 작년 12월 현재 37개 국가가 식품난에 처하고 있고 20개 국가가 일종의 식품 가격 통제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일부 빈곤국에서는 폭력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주 이집트에서는 빵 배급소에서 기다리던 사람들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 2명이 칼에 찔려 사망했고 5명은 더운 날씨로 인해 탈진 또는 건강상 문제가 생겨 사망했다. 최근 이집트에서는 주식인 빵 값이 35%, 식용유 값이 26%나 상승했다. 인구 중 20%가 빈곤층인 이집트에서는 정부가 주식인 빵에 보조금을 지급해 원하는 사람이면 시중 가격보다 싼 가격에 빵 배급소에서 보조금 딸린 빵을 살 수 있다.
최근 밀가루 가격이 오르자 보조금 없는 빵의 공급이 줄면서 보조금 딸린 빵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배급소 줄이 길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이 정치 혼란으로 이어질까 빵 배급을 늘리고 있지만 세계 곡물 가격이 상승해 필요한 수량만큼의 밀가루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서아프리카의 부르키나 파소에서 식품 가격에 항의하는 주민들이 폭동을 일으키고 건물들을 불태웠다. 이웃 나라인 모리타니아와 세네갈에서도 올해 식품 가격 상승 때문에 폭동이 일어났고 카메룬에서는 폭동으로 4명이 사망했다.
지난 1월 <AP>는 곡물 가격 상승과 무책임한 정부 때문에 진흙 과자로 연명해야 하는 아이티 사람들을 보도해 세계를 경악케 했다. 인구의 80%가 빈곤층인 아이티에서는 작년 12월에 비해 쌀값이 20% 상승했고 이로 인해 진흙 과자로 연명하는 극빈층이 늘고 있는데 수요가 늘면서 이 진흙 과자 가격마저 오르고 있다.
진흙 과자는 진흙을 채취해 돌과 덩어리를 걸러낸 후 쇼트닝과 소금을 첨가해 반죽한 후 햇빛에 말려서 만든다. 아이티에서는 임산부들이 칼슘 보충을 위해 진흙을 먹는 일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 전체 끼니를 진흙 과자로 연명하는 일은 식품 가격 상승이 만들어낸 새로운 현상이다.
빈곤국에 비하면 경제사정이 훨씬 좋은 미국도 1990년 이래 최고의 식품 값 인상을 겪고 있다. 미국 노동부에 의하면 일년 전보다 달걀 값은 60%, 파스타는 30%, 과일과 채소는 20%나 올랐다. 지난 몇 년 사이의 원유 값 폭등에 이은 식품 값 인상으로 미국의 서민들도 허리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있다.
식량농업기구는 이러한 식품 값 인상 사태는 미국, 카나다, 유럽 등에서 농작물 경작지가 늘어나면서 장기적으로는 안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10여 년간은 계속적인 식품 가격 인상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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