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의 '여유' 홍준표-초선의 '사즉생' 민병두
[18대총선, 이곳이 뜨겁다 20-동대문을] 금배지끼리 격돌
27일 0시를 기해 종이 울렸다. 18대 국회의원 선거전이다. 사각의 링에 누가 올라올까? 궁금해 하던 관중(유권자)들은 관전 포인트 잡기에 여념이 없다. '누구는 잽이 날카롭다', '그 사람은 훅에 힘이 실려 있다', '그는 맷집이 강하다' 등등 제각기 인물평을 하며 관심 만발이다.
그런데 금배지들끼리 붙었는데도 썰렁한 곳이 있다. '동대문을'이다. 방어전을 치르는 챔피언이 입장하지 않아 관중의 불만이 만만찮다. 답십리동에 사는 전영순(59)씨의 말이다.
"홍준표는 찍어줘도 코빼기도 안보이지만은 또 민병두라는 그 사람은 첨 듣는 이름이에요. 나는 잘 몰라요."
국회의원 후보자 손 한번 잡아보고 인사 한번 받아보는 것이 무슨 대수랴 만은 그래도 유권자들의 마음은 그게 아닌가 보다. 4년 만에 모처럼 주인 노릇 한 번 하는데 그 기회마저 박탈하니 유권자를 우습게 생각한다는 불만이다.
'동대문을'은 '모래시계' 검사 출신이자 3선인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16·17대에 걸쳐 내리 당선(15대는 송파갑)된 안방이다. 통합민주당에서 이 곳의 공천을 받은 민병두 의원은 17대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이다. 허인회 전 위원장으로부터 지역구를 물려받은 민병두 의원이 도전자가 됨으로써 한 지역구에서 두 금배지가 맞붙는 기이한 풍경이 벌어졌다.
지역구에서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홍준표 의원의 선거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후보자 계시냐"고 물었다. 자리에 없단다. 지역구에서 득표활동 하느라 자리에 없겠지 생각하고 '지금쯤 어디에 계시냐'고 물었더니 D-7부터 본격적으로 할 계획이란다. 의외였다. 지역 주민의 볼멘소리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
타 후보들은 시간이 없다고 아우성인데 느긋하다. 전장에 장수가 없다니 얼른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선거는 냉혹하다. 소선구제 선거에서 2등은 낙동강 오리알이다. 붙이고 있던 금 배지도 떼야 한다. 자신감일까? 오만일까? 선거 사무실로 쳐들어갔다.
선거전이 시작됐지만 조용한 사무실
사무원 몇 명만 있을 뿐, 역시 썰렁했다. 후보자님이 안 계시니까 대신 답변하겠단다. 누구냐고 물으니 명함을 내밀었다. '국회의원 홍준표 보좌관 나경범'이라고 적혀있다.
- 지금 어디 계신가?
"중앙당의 협조요청으로 취약지구 지원활동하고 계신다. D-7일부터 지역구 활동에 나설 것이다."
- 이번에도 찍어주면 지역구는 돌아보지 않고 여의도에서 대통령 구상만 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동대문표 홍준표에 항상 감사하고 있다. 한나라당 대통령 예비선거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지역 주민들의 뜨거운 성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 홍 의원이 지역문제는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 있다.
"경전철 확정, 전농 답십리 뉴타운 개발, 전농동 588 집장촌 폐지 등 지난 선거에서 제시했던 7대 공약사업을 성실히 이행했다. 이번에도 5대 약속을 내놓았다. 경전철을 조속히 착공하고 중랑천을 서울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 그리고 강북 용적률을 상향조정하고 고도제한을 완화하겠다. 특목고를 조속히 개교하여 교육 특구를 추진하겠다."
- '반값아파트' 정책은 서민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전국적인 실시가 어렵다면 법을 정비하여 지역구에서 시범 실시할 생각은 있는가?
"대지 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촉진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발의되어 열린우리당의 반대로 현재 계류 중이다. 일명 '반값아파트' 법률을 18대에서 강력히 추진할 계획이다."
- 한나라당 대선공약 '한반도 대운하'가 이번 총선 공약에서 빠졌다. 서울을 지역구로 한 홍 의원은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흑백논리로 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조건부로 찬성한다.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등 사업계획을 수립한 후, 국민의 동의를 얻어 추진한다면 찬성한다."
밖으로 나왔다. 사거리에 확성기 소리가 요란하다. 바로 코앞에서 평화통일가정당 박용만 후보가 '가정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인지도가 미약해서 그런지 행인만 있을 뿐 냉랭하다. 연설을 마치고 내려오는 후보에게 몇 마디 물었다.
- 소속정당이 생소하다.
"그래도 이번 18대 총선에서 제일 많은 후보를 낸 정당이다. 가족행복 특별법을 제정하고 3자녀 중 1명 대학 무상교육과 군 면제를 정강정책으로 채택했다."
- 소속정당과 통일교를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분명한 선을 그어놓고 있다."
- 통일교 신자인가?
"그렇다."
대화 도중에 어떤 젊은이가 찾아와서 자리를 비켜 달란다. "왜 그러냐"고 박용만 후보 선거 운동원이 물으니 홍준표 의원 사무실에서 나왔다는 그 젊은이 왈, 이 자리에 자기네 홍보 차량을 세우고 스피커를 틀어야 한단다. 괴이하다. 서울역 지게꾼도 우선권이 있고 기득권이 있다는데 먼저 선거연설을 하고 있는 차량에게 비켜달라니. 도로점용 허가라도 선점했나? 뭔가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약속된 장소를 찾았다. 통합민주당 동대문을 지구당 사무실이다. 계단을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 지역구 사무실이 지하다. 기다리던 후보자가 반갑게 맞이한다. 통합민주당 민병두 의원이다. 지역구를 얼마나 훑었는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시간이 서로 없기에 단박 인터뷰에 들어갔다.
지지율 격차는 크지만... "해볼만한 선거 구도다"
- 반독재 군부세력과 투쟁했던 송원영 신민당 원내 총무 이후 28년간 민정당, 한나라당 아성에 출사표를 던진 소감은?
"십자가를 짊어 진 심정이다. 사즉생의 각오로 뛰겠다. 민주세력의 교두보를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 남부 정몽준-정동영, 북부 박진-손학규 양대 축에 동부 홍준표-민병두는 조금 미약하다는 여론이 있다. 당당히 자리매김할 비장의 카드가 있다면.
"초선 국회의원으로 인지도 면에서 아쉬움은 인정한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 100% 출석이라는 성적표를 가지고 있다. 지역 주민들에게 성실한 의정활동을 알려 심판받겠다."
- 총리인사청문회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들이대며 한승수 당시 후보를 "외환위기 책임이 있다"고 강하게 추궁했는데 최근 외환 파동을 어떻게 보는가?
"이렇게 준비 안 된 정부는 처음 봤다. 우리 경제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미국 발 파고에 쉽게 휩쓸릴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파동은 예고 없이 다시 찾아올 수 있다. 단단히 준비를 해야 한다."
- 최근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48.5%, 민병두 20.0%' <조선일보>, '홍준표 55.1%, 민병두 14.4%' <중앙일보>로 나왔다. 만회할 비책은?
"이제 시작이다. 평화가정당 박용만 후보가 있으나 1:1 구도가 만들어 졌다. 그동안 적전 분열했던 민주세력이 다시 뭉쳤다. 해볼 만한 선거구도다.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런데 금배지들끼리 붙었는데도 썰렁한 곳이 있다. '동대문을'이다. 방어전을 치르는 챔피언이 입장하지 않아 관중의 불만이 만만찮다. 답십리동에 사는 전영순(59)씨의 말이다.
"홍준표는 찍어줘도 코빼기도 안보이지만은 또 민병두라는 그 사람은 첨 듣는 이름이에요. 나는 잘 몰라요."
국회의원 후보자 손 한번 잡아보고 인사 한번 받아보는 것이 무슨 대수랴 만은 그래도 유권자들의 마음은 그게 아닌가 보다. 4년 만에 모처럼 주인 노릇 한 번 하는데 그 기회마저 박탈하니 유권자를 우습게 생각한다는 불만이다.
'동대문을'은 '모래시계' 검사 출신이자 3선인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16·17대에 걸쳐 내리 당선(15대는 송파갑)된 안방이다. 통합민주당에서 이 곳의 공천을 받은 민병두 의원은 17대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이다. 허인회 전 위원장으로부터 지역구를 물려받은 민병두 의원이 도전자가 됨으로써 한 지역구에서 두 금배지가 맞붙는 기이한 풍경이 벌어졌다.
지역구에서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홍준표 의원의 선거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후보자 계시냐"고 물었다. 자리에 없단다. 지역구에서 득표활동 하느라 자리에 없겠지 생각하고 '지금쯤 어디에 계시냐'고 물었더니 D-7부터 본격적으로 할 계획이란다. 의외였다. 지역 주민의 볼멘소리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
타 후보들은 시간이 없다고 아우성인데 느긋하다. 전장에 장수가 없다니 얼른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선거는 냉혹하다. 소선구제 선거에서 2등은 낙동강 오리알이다. 붙이고 있던 금 배지도 떼야 한다. 자신감일까? 오만일까? 선거 사무실로 쳐들어갔다.
선거전이 시작됐지만 조용한 사무실
▲ 선거전이 개막되었으나 조용하기만 한 한나라당 홍준표 후보 사무실 ⓒ 이정근
사무원 몇 명만 있을 뿐, 역시 썰렁했다. 후보자님이 안 계시니까 대신 답변하겠단다. 누구냐고 물으니 명함을 내밀었다. '국회의원 홍준표 보좌관 나경범'이라고 적혀있다.
- 지금 어디 계신가?
"중앙당의 협조요청으로 취약지구 지원활동하고 계신다. D-7일부터 지역구 활동에 나설 것이다."
- 이번에도 찍어주면 지역구는 돌아보지 않고 여의도에서 대통령 구상만 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동대문표 홍준표에 항상 감사하고 있다. 한나라당 대통령 예비선거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지역 주민들의 뜨거운 성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 홍 의원이 지역문제는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 있다.
"경전철 확정, 전농 답십리 뉴타운 개발, 전농동 588 집장촌 폐지 등 지난 선거에서 제시했던 7대 공약사업을 성실히 이행했다. 이번에도 5대 약속을 내놓았다. 경전철을 조속히 착공하고 중랑천을 서울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 그리고 강북 용적률을 상향조정하고 고도제한을 완화하겠다. 특목고를 조속히 개교하여 교육 특구를 추진하겠다."
- '반값아파트' 정책은 서민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전국적인 실시가 어렵다면 법을 정비하여 지역구에서 시범 실시할 생각은 있는가?
"대지 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촉진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발의되어 열린우리당의 반대로 현재 계류 중이다. 일명 '반값아파트' 법률을 18대에서 강력히 추진할 계획이다."
- 한나라당 대선공약 '한반도 대운하'가 이번 총선 공약에서 빠졌다. 서울을 지역구로 한 홍 의원은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흑백논리로 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조건부로 찬성한다.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등 사업계획을 수립한 후, 국민의 동의를 얻어 추진한다면 찬성한다."
▲ 유세차량에서 연설하고 있는 평화통일가정당 박용만 후보 ⓒ 이정근
밖으로 나왔다. 사거리에 확성기 소리가 요란하다. 바로 코앞에서 평화통일가정당 박용만 후보가 '가정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인지도가 미약해서 그런지 행인만 있을 뿐 냉랭하다. 연설을 마치고 내려오는 후보에게 몇 마디 물었다.
- 소속정당이 생소하다.
"그래도 이번 18대 총선에서 제일 많은 후보를 낸 정당이다. 가족행복 특별법을 제정하고 3자녀 중 1명 대학 무상교육과 군 면제를 정강정책으로 채택했다."
- 소속정당과 통일교를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분명한 선을 그어놓고 있다."
- 통일교 신자인가?
"그렇다."
대화 도중에 어떤 젊은이가 찾아와서 자리를 비켜 달란다. "왜 그러냐"고 박용만 후보 선거 운동원이 물으니 홍준표 의원 사무실에서 나왔다는 그 젊은이 왈, 이 자리에 자기네 홍보 차량을 세우고 스피커를 틀어야 한단다. 괴이하다. 서울역 지게꾼도 우선권이 있고 기득권이 있다는데 먼저 선거연설을 하고 있는 차량에게 비켜달라니. 도로점용 허가라도 선점했나? 뭔가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약속된 장소를 찾았다. 통합민주당 동대문을 지구당 사무실이다. 계단을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 지역구 사무실이 지하다. 기다리던 후보자가 반갑게 맞이한다. 통합민주당 민병두 의원이다. 지역구를 얼마나 훑었는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시간이 서로 없기에 단박 인터뷰에 들어갔다.
지지율 격차는 크지만... "해볼만한 선거 구도다"
▲ 좌판 할머니의 애로사항을 듣고 있는 통합민주당 민병두 후보 ⓒ 이정근
- 반독재 군부세력과 투쟁했던 송원영 신민당 원내 총무 이후 28년간 민정당, 한나라당 아성에 출사표를 던진 소감은?
"십자가를 짊어 진 심정이다. 사즉생의 각오로 뛰겠다. 민주세력의 교두보를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 남부 정몽준-정동영, 북부 박진-손학규 양대 축에 동부 홍준표-민병두는 조금 미약하다는 여론이 있다. 당당히 자리매김할 비장의 카드가 있다면.
"초선 국회의원으로 인지도 면에서 아쉬움은 인정한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 100% 출석이라는 성적표를 가지고 있다. 지역 주민들에게 성실한 의정활동을 알려 심판받겠다."
- 총리인사청문회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들이대며 한승수 당시 후보를 "외환위기 책임이 있다"고 강하게 추궁했는데 최근 외환 파동을 어떻게 보는가?
"이렇게 준비 안 된 정부는 처음 봤다. 우리 경제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미국 발 파고에 쉽게 휩쓸릴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파동은 예고 없이 다시 찾아올 수 있다. 단단히 준비를 해야 한다."
- 최근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48.5%, 민병두 20.0%' <조선일보>, '홍준표 55.1%, 민병두 14.4%' <중앙일보>로 나왔다. 만회할 비책은?
"이제 시작이다. 평화가정당 박용만 후보가 있으나 1:1 구도가 만들어 졌다. 그동안 적전 분열했던 민주세력이 다시 뭉쳤다. 해볼 만한 선거구도다.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