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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제 성적으로 대학 갈 수 있나요?"

신학기 고3 담임교사의 고민

등록|2008.03.28 17:23 수정|2008.03.28 17:28

필승을 다짐하는 아이들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할 텐데 ⓒ 김환희

신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매년 반복되는 잡무(雜務)지만 담임으로서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다. 부서별로 요구하는 것을 제시간, 날짜에 맞추고자 교사의 마음은 분주하기만 하다. 하물며 어떤 선생님은 출근해 퇴근할 때까지 담임 업무로 지친다며 넋두리를 늘어놓곤 한다. 그러다 보니, 빨리 이뤄져야 할 아이들과의 상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올 해에 맡은 아이들은 지금까지 가르쳐 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실력조차 제대로 파악을 하지 못한 터라 상담 시기를 앞당겨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아이들의 얼굴과 이름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학기 초, 어떤 아이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한참을 망설인 적도 있었다.

2009학년도 대학입학전형계획과 대학별 입시 요강이 발표됨에 따라 벌써 고3인 아이들의 마음은 대학 진학에 대한 근심으로 불안하다. 일부 아이들은 가고자 하는 대학의 정보와 학과를 꼼꼼하게 챙기기도 하지만 아직 대학을 결정하지 못한 아이들은 쉬는 시간마다 내려와 상담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지난 12일에 치러진 전국연합모의고사 결과에 적지 않게 실망을 한 대부분 아이들은 정해지지 않은 대학결정에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모의고사를 치르고 난 뒤, 한 여학생이 가채점을 한 점수표를 들고 교무실로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의 표정이 많이 굳어 있었다. 그 아이는 긴히 할 이야기가 있는 듯 계속해서 교무실 주위를 살펴가며 나와 이야기를 할 기회를 엿보는 눈치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교무실은 퇴근을 서두르는 선생님들로 분주하여 어수선하기까지 했다. 잠시 뒤, 그 아이는 가채점한 모의고사 점수를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말을 했다.

"선생님, 제 성적으로 대학을 갈 수 있을까요?"

생각지도 못한 그 아이의 질문에 잠깐 말문이 막혔다. 더욱이 그 아이는 '고3 첫 모의고사가 마지막까지 간다'라는 선배들의 말을 들먹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대충이나마 그 아이가 무엇을 염려하는지를 알 것 같았다.

순간, 첫 모의고사에 실망한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칫 잘못하여 시험 결과에 자포자기하는 아이들이 생기지나 않을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진정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지금까지 멀게만 느껴졌던 대학이 코앞으로 다가왔던 사실을 고3이  된 지금에야 느낀 아이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이 '대학진학상담'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사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아이들 모두가 고3 담임인 내가 제일 먼저 해주기를 원했던 것이 '대학진학상담'이었다. 우선 아이들과 상담을 하고자 1·2학년 성적이 기록된 생활기록부를 출력했다. 그리고 상담을 하기 전에 아이들의 성적을 철저히 분석해 보았다. 그리고 아이들을 개별로 불러 상담을 시작했다.

대부분 아이들은 자신의 현재 성적보다 높은 대학과 학과를 생각하고 있어 다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아이는 학과에 관계없이 무조건 수도권에 있는 대학만 가면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여 나를 당황하게 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본인의 적성에 맞는 학과와 대학선택이었다. 아이들은 상담하는 내내 진지했다. 그리고 꼭 대학에 합격시켜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아이들과 상담하고 나니, 3월 초 어수선하기만 했던 자율학습 분위기가 어느 정도 정착이 되어가는 것 같다. 아마도 그건, 자신이 갈 학과와 대학이 확실히 정해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제야 아이들은 대학진학을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확실히 아는 듯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자신의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정진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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