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해서 죽을 수 없는 사람들의 모험극
[서평] 아사다 지로의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
▲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 겉표지 ⓒ 창해
저승으로 가는 길은 어떤 곳인가. 그곳의 오롯이 작가의 상상력에 달려있는데 아사다 지로는 그것을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공무원 같은 존재들이 막 죽은 사람들을 '교육'한다. 이승에서 잘못한 것을 반성하게 하기도 한다. 그것에 따라 쓰바키야마는 '음행'의 잘못을 저질렀기에 어느 방에 가서 반성을 해야 한다. 반성을 하면 극락왕생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는 저승의 존재들에게 말한다. 아직 죽을 수 없으니 재심사를 해달라고 요청하고 우여곡절 끝에 일주일의 시간을 얻는다. 대신 조건이 많다. 다른 육체로 생활을 해야 하며 자신의 존재를 절대 알려서는 안 된다. 복수 같은 것을 해도 안 된다. 그랬다가는 지옥에 가게 된다. 쓰바키야마는 그것에 동의하고 일주일의 시간을 얻는데, 첫날부터 난감하다. 커리어우먼의 육체로 돌아온 것이다. 그래도 뭔가를 하려고 한다. 그것으로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은 본격적인 코믹버라이어티쇼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것은 소설에서 자주 볼 수 있던 것들이다. 아사다 지로의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은 그 점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죽은 사람이 며칠 동안의 말미를 얻어 이승으로 간다는 설정은 진부하다는 말을 써도 될 것 같다. 하지만 일본의 대표적인 이야기꾼으로 통하는 아사다 지로가 그렇게 평범한 소설을 썼을 리는 만무할 터,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에는 그만의 매력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이승에 와서 자신이 걱정하던 것들을 확인해보려고 하는 차에 전혀 뜻밖의 사실을 알았고 그로 인해 문제가 생긴다면 어떨까? 예컨대 슬퍼할 줄 알았던 사람이 슬퍼하지 않고 있다거나 죽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자신을 대신하는 사람이 있다거나 하는 경우 말이다. 그것을 아는 것은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는 말이다. 시간은 고작 일주일인데 문제는 계속해서 일어나기만 한다.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더군다나 자신처럼 다른 영혼들도 이승으로 와서 그런 일을 겪고 있다면 어떨까? 또한 그들과의 관계가 꼬이게 된다면? 아사다 지로는 쓰바키야마처럼 죽은 것이 억울해서 다시 온 영혼들을 등장시킨다. 야쿠자와 어린 꼬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런 존재들 때문에 자신의 문제만 해도 골치가 아픈데 다른 영혼들의 문제까지 섞인다면? 어떤 황당한 일들이 생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능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시작으로 운을 띄우지만 그 내용은 허를 찌른다. 놀라게만 하는가? 치매에 걸린 아버지나 억울하게 죽은 야쿠자 등은 아사다 지로 특유의 인간애를 톡톡히 보여주며 마음을 적신다. 그러면서도 아사다 지로가 시종일관 코믹함을 놓치지 않고 글을 써가니 즐거움은 또 오죽하겠는가.
억울해서 도저히 그냥 죽을 수 없는 사람들이 사후 7일간 벌이는 모험극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 그 따뜻함이 일본소설의 맛에 한껏 만취하게 해준다.
덧붙이는 글
이 소설은 <안녕 내 소중한 사람>(전2권)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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