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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갈수록 젊어지는 남자의 사랑이야기

앤드루 손 그리어의 <막스 티볼리의 고백>

등록|2008.03.30 14:43 수정|2008.03.30 14:43

▲ <막스 티볼리의 고백>겉표지 ⓒ 시공사

<막스 티볼리의 고백>의 ‘막스’가 태어났을 때, 사람들은 아이가 왜 이렇게 못생겼냐고 생각했다. 자라나는 동안에도 그랬다. 일반적으로 떠올릴 법한 아이의 외모가 아니었다. 그건 흡사 거의 모든 생을 다 살아버린 사람의 것 같았다. 그런데 이내,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믿을 수 없게도 막스는 태어날 때 노인의 외모를 지녔다. 그리고 그는 나이를 먹을수록 외모가 어려지고 있었다.

<막스 티볼리의 고백>은 우리가 쉽게 접하기 어려운 설정으로 소설을 시작하고 있다. 일흔 살 노인 외모로 태어난 남자, 십대에도 노인의 외모를 지녀야 했던 어떤 존재의 운명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막스는 왜 그렇게 태어나야 했던 것일까? 이유는 정확하지 않다. 분명한 건 그런 외모를 지녔어도 막스가 어린 아이라는 것이다.

그의 어린 시절은 어떠했을까? 사람들은 엄마와 막스를 모자로 보지 않았다. 아들일 것이라는 생각조차 할 수 없던 그들은 그저 친척이겠거니 한다. 친구는 있었을까? 다행스럽게도 그는 ‘휴이’라는 친구를 얻게 된다. 훗날 삶을 통틀어봐도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이었는데 어린 시절에 그들이 함께 있으면 사람들은 그들을 부자로 봤다.

휴이는 그 사실에 낄낄거리지만 막스는 그 사실이 반갑지가 않다. 그럼에도 친구가 있다는 것에 기뻐하는데, 이내 실의에 빠지고 만다. 첫사랑이 찾아온 것이다. 막스의 나이 17살 때였다. 막스는 14살의 앨리스에게 반하고 말았지만 그 사랑은 첫사랑의 속설을 떠나서라도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었다. 앨리스의 눈에 막스는 노인일 뿐이다.

막스도 그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어느 날 밤 앨리스에게 고백을 하게 된다. 그 결과는 무엇이었던가. 앨리스는 엄마와 함께 먼 곳으로 떠나고 막스는 쓸쓸하게 나이를 먹어갈수록 젊어져간다. 그러던 때에 막스는 중년의 나이가 된다. 외모도 그와 비슷하게 맞춰져있다.

그때, 막스는 앨리스를 다시 만나게 된다. 어린 시절 사랑했던 소녀의 모습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막스는 앨리스를 사랑하고 있었다. 앨리스는 막스를 알아보지 못한다. 막스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앨리스를 계속 만나고 급기야 결혼을 하게 된다. 앨리스가 나이에 따라 늙어갈 때 자신은 반대로 젊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면서도 그리 한 것이다. 막스로서는 생의 유일한 기쁨이었고 그것을 놓칠 수 없었던 게다.

이렇듯 <막스 티볼리의 고백>은 확실히 독특한 설정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시작에 불과하다. <막스 티볼리의 고백>이 진정으로 눈길을 끄는 것은 비극적인 운명을 지녔음에도 그 운명을 오로지 한 여자를 사랑하는데 보냈던 남자의 헌신과 그것에서 느낄 수 있는 묵직한 감동 때문일 게다.

앨리스를 사랑했던 막스의 삶은 어떠했는가. 어린 시절에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했음에도 추악한 늙은이로 오해받아 버림받았다. 그럼에도 다시 만났을 때, 가상의 존재가 되어 모든 것을 주려했다가 또 다시 버림받는다. 그는 상처를 받지만 다시 앨리스를 만났을 때, 그때는 이미 나이가 들어 소년의 외모를 지녔을 때지만 그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미 앨리스에게는 다른 남자가 있었고, 또한 늙어서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있더라고 말이다.

<막스 티볼리의 고백>은 이 과정을 막스가 글을 쓰며 고백하는 형식으로 보여주는데 그 묘사가 생생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젊어지는 외모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을 세부적으로 포착해 그릴 뿐 아니라 사랑 때문에 번뇌하는 그의 감정을 정밀하게 묘사했기에 그 고백은 책을 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절대자가 되어 지켜보는 것처럼 다가오고 있다. 아니, 또 하나의 막스가 되어 추억을 회상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남들과 다른 삶을 살아야 했던, 그 삶조차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살려고 했던 남자의 진솔한 고백이 담긴 <막스 티볼리의 고백>, 소설적인 내용이나 감동의 무게로 보건대 소설을 좋아한다면 기대치를 한껏 높여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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