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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봄, 희망이 되고 푯대가 될 수 있어

전북 금산사에 찾아온 봄... 반가운 햇살, 손님이 찾아온 것처럼 좋았다

등록|2008.03.31 19:38 수정|2008.03.31 19:38
“어- 해가 떴네.”

비가 올 것이라는 기상 예보로 외출을 포기하고 있었다. 그것도 봄 가뭄을 해갈해 줄 정도로 많은 양의 비가 올 것이라고 하였다. 봄이 손짓하면서 부르고 있어도 비가 내린다면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다. 그런데 아침에 바깥을 보니, 햇살이 웃고 있다. 참 반가웠다.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손님이 찾아온 것처럼 좋았다.

새순히말라야 시이다. ⓒ 정기상

가벼운 차림으로 나섰다. 가까운 곳에 있는 금산사를 찾기로 하였다. 산사는 대한 불교 조계종 제17 교구 본사로서 전라북도 지역의 불교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1400여 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국보와 보물 유물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산사엔 봄뿐만 아니라 역사의 향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산사로 향하는 길은 좁은 2차선이다. 가는 길과 오는 길이 각각 1차선뿐이어서 빨리 달릴 수가 없다. 이렇게 도로가 좁은 덕을 톡톡히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길 양 옆의 산에 넘치고 있는 봄의 흥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산의 나무엔 봄의 기운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미륵전국보 26호 ⓒ 정기상

우주에 넘치고 있는 봄의 기운은 놀라운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봄의 기운이 닿는 곳에는 어김없이 봄이 피어나고 있었다. 도로 양 옆에 심어져 있는 벚꽃은 꽃망울을 피워내기 시작하고 있고, 개나리들은 노란 잔치를 열기 위하여 힘을 모으고 있다. 이들의 모습이 어찌나 곱고 아름다운지 가슴을 설레게 한다.

산사에 들어서니, 맑은 물소리가 제일 먼저 반겨준다. 겨우내 마음에 묻어 있던 세진들을 말끔하게 씻어 내주는 물이었다. 이끼 낀 돌 사이를 흘러내려가는 계곡의 물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연못의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투명한 연못에서 노는 붉은빛 이스라엘 잉어의 모습이 그렇게 돋보일 수가 없었다.

부처님의 자비석등 사이로 보이는 ⓒ 정기상

해탈교를 넘어 금강문을 지나니, 제일 먼저 들어오는 것은 당간 지주다. 보물 제28호로 지정된 당간 지주는 세월을 말하고 있었다. 불기를 높이 세우고 사람들의 마음에 꿈과 희망을 심어주면서 펄럭이고 있었을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다 시원해진다. 이제는 깃발이 없는 지주이지만, 파란 하늘에는 부처님의 빛이 우주를 감싸주고 있었다.

천왕문을 지나니 보제루 앞 목련이 다가온다. 보제루는 금산사 개창 1400주년을 기념하여 지은 건물이다. 그 앞에 하얀 목련과 자목련이 자매처럼 다정하게 꽃을 피워내고 있으니,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다. 산사에 봄이 찾아왔음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약수에서 물을 마시고 계단을 올랐다.

석탑기원 ⓒ 정기상

대웅전 앞마당에 서니, 웅장한 미륵전이 나를 압도한다. 미륵 부처님을 모시는 미륵전은 국보 제62호로 지정된 3층 누각이다. 밖에서 볼 때에는 3층으로 되어 있지만 그 안은 하나로 된 공간으로 이루어졌다. 4천만 민족이 성씨가 다르지만 모두가 한겨레 한 핏줄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된다.

미륵전를 마주하고 바라보는 곳에는 대장전이 있다. 대장전은 보물 제827호로 지정된 보물이며 그 안에는 부처님의 온화한 미소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그 앞에 서 있는 석등은 보물 제828호로 지정된 문화재로써 부처님의 광명이 석들을 통해서 빛나고 있었다. 바라만 보는 것으로도 부처님의 가피를 입는 것 같다.

대적광전 앞마당에는 많은 문화재들이 있다. 보물 제22호로 지정된 노주, 보물 제27호로 지정된 육각다층석탑, 보물 제23호로 지정된 석련대 등이 역사를 묵묵히 말하고 있었다. 미륵전과 대적광전 사이에는 석축으로 보존하고 있는 적멸보궁이 있다. 이곳에도 많은 문화재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흥 ⓒ 정기상

산사에 넘치고 있는 봄을 만끽하면서 나를 본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는 재능을 생각해본다. 부모님에 나에게 준 것은 생명이요, 사랑이요, 웃음이다. 부모님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이렇게 소중한 보물들이 빛나기 위해서는 나눌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절감하게 된다.

산사의 봄이 내 안으로 들어오니, 겸손해진다. 그래도 결국은 사람이 희망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나를 납추고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사람을 배려하며 살아가게 된다면 세상은 아름답게 빛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서로 모두에게 희망이 되고 푯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본다. 산사는 봄이 절정이었다.
덧붙이는 글 사진은 전북 금산사에서(2008.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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