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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신문'들의 무책임한 '등록금 시위' 보도

민언련'3월 28일 등록금 집회'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논평 발표

등록|2008.04.01 08:14 수정|2008.04.01 08:14
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신태섭·김서중)은 지난달 31일 <‘부자신문’들의 무책임한 ‘등록금 시위’ 보도>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하고 보수신문들의 28일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대규모 집회’ 관련 보도를 비판했다.

민언련은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경우 ▲등록금 폭등이 야기한 사회적 문제 ▲경찰 측의 과잉대응과 이로 인한 집회의 자유 침해 등의 문제를 적절히 지적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보수신문들의 경우 “‘이명박 정부 이후 열린 첫 대규모 시위가 충돌 없이 끝났다’는 데 초점을 맞춰 정부의 시위 강경대응 방침에 대한 우려와 비판을 불식시키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기사와 사설을 통해 “이번 집회는 평화적으로 끝났지만, 대규모 도심 집회에 따른 교통 정체는 재현됐다”, “도심 시위 자체가 자제돼야 한다는 점을 새삼 보여줬다”고 주장하는 등 예의 ‘시민비판론’을 들고 나왔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도 ‘이날 시위로 교통혼잡이 심했다’는 데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는 것이 민언련의 주장이다. 또 “허가를 받지 않고 서울광장을 사용한 것도 문제”라는 동아일보의 주장에 대해서는 “2004년 10월의 ‘국보법 사수 국민대회’처럼 이른바 ‘보수단체’들의 정치집회가 서울광장에서 종종 열렸고 폭력시위로 번지기도 했지만, 당시 동아일보는 이를 비판하지 않았다”며 “동아일보가 갑자기 서울시 조례까지 들고 나와 집회 주최 단체를 비판한 것은 ‘이중 잣대’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민언련은 “한 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청년들이 거리로 나선 데에는 언론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며 보수신문들이 “등록금 폭등으로 인한 서민가정의 고통과 돈이 없어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학생들의 안타까운 현실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대안을 모색하거나 정부에 적극적인 해결책을 촉구했다면 ‘교통체증’을 일으키는 집회가 필요 없었을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보수신문들이 거리에 나선 집회참가자들의 목소리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집회 강경대응 방침과 그에 따른 부작용을 숨긴 채 ‘평화적 집회의 가능성’ 운운 하는데 그쳤다는 비판이다.

민언련은 논평의 마지막에서 “‘그래도 교통은 막혔다’는 기사를 쓰기에 앞서, 왜 서민의 아들 딸들이 거리에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한 번쯤 생각하는 최소한의 양심도 보여주지 못하는 보수신문들의 보도태도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아래는 민언련이 발표한 논평의 전문이다.

‘부자신문’들의 무책임한 ‘등록금 시위’ 보도

지난 3월 28일 오후 1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네트워크’ 주최로 대학등록금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29일 대부분의 신문들이 이날 집회를 다뤘으나 신문마다 등록금 문제와 이번 집회를 바라보는 시각은 확연히 달랐다.


경향신문은 1면에 <총선 D-11 이것이 쟁점  (4)치솟는 등록금>이라는 제목의 총선관련 기사에서 등록금 문제를 다뤘다. 경향신문은 “고교 졸업자의 80%가 대학에 진학하는 현실에서 ‘등록금 1000만원’이 전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며 소비자물가 상승폭(2~3%)의 3배에 달하는 등록금 인상폭, 연 7.65%에 달하는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의 높은 이자 등 등록금 폭등에 따른 사회적 문제를 짚었다. 더불어 각 정당들이 제시한 등록금 문제의 대책을 소개했다.

1면의 또 다른 기사 <“등록금 폭등 못참겠다” 도심 대규모 집회>에서는 △등록금 인하 △상한제·후불제·차등책정제 도입 △학자금 무이자·저리 대출 전면 확대 △투명한 등록금 제도 실시 △국내총생산 대비 교육재정 7% 확보 등 집회 참가자들의 요구를 소개했다.

10면 기사 <체포조·물대포… “5·6공 시절 연상”>에서는 “경찰이 이 날 집회에서 ‘체포 전담조’를 배치하고, 1만 5천 여 명의 경찰병력과 물대포 10여 대 등을 시청 일대에 집중 배치해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등 시민 불편을 가중시켰다”며 경찰 측의 과잉 대응을 지적했다.

한겨레도 1면에 사진기사와 9면에 관련 기사를 실었다. 한겨레는 9면 <집회 봉쇄 ‘오버하는’ 경찰>에서 이번 집회에서 경찰이 보인 여러 차례의 검열과 간섭 등 경찰의 과잉대응을 문제로 지적했다.
또, <8천명 시위에 전경 1만4천명…교통체증 부채질>에서도 “집회 인원의 두 배에 가까운 1만 4천 여 명의 전·의경을 시내 곳곳에 배치해 외려 시민들의 불편과 퇴근길 교통 체증을 부채질했다”며 경찰 측의 과잉대응과 이로 인한 집회의 자유 침해를 지적했다.

반면 보수신문은 ‘이명박 정부 이후 열린 첫 대규모 시위가 충돌 없이 끝났다’는데 초점을 맞춰 정부의 시위 강경대응 방침에 대한 우려와 비판을 불식시키려는 듯 한 태도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14면 <7000 대 1만 4000>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명박 정부의 불법 시위에 대한 대응의 시험대로 여겨졌던 이번 집회는 평화적으로 끝났지만, 대규모 도심 집회에 따른 고질적인 교통 정체는 재현됐다”고 전했다. 또 “굳이 도심 한가운데에서 집회를 벌여 수많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한 시민의 인터뷰를 통해 예의 ‘시민 불편론’을 들고 나왔다.

사설 <새 정부 들어 첫 도심집회, 준법시위 희망 보여줬다>에서도 “새 정부 들어 도심서 열린 첫 대규모 집회가 질서 있게 끝나 폭력 없는 평화집회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도심 시위 자체가 자제돼야 한다는 점을 새삼 보여줬다”며 “집회 참가자들을 태우고 온 버스와, 일반차량, 경찰차가 엉킨 데다 차도를 차지한 행진 때문에 시민들이 극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려야 했다”며 “시민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는 시민친화형 집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교육비는 괜찮고 대학에 쓰는 건 데모하나”>는 제목의 박스기사에서는 서남표 KAIST 총장이 28일 헌법재판소 초청강연회에서 등록금 집회와 관련해 언급한 발언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대학생들이 오늘 등록금 투쟁을 하고 있는데 이해를 못하겠다”, “좋은 대학을 만들려면 비용이 든다는 것을 학생들도 알아야 한다”는 등 서 총장의 발언을 전하며 이날 등록금 집회를 폄하하고 등록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12면에 <‘등록금 집회’ 법대로…충돌 없이 끝나>라는 제목의 사진을 싣고 이 날 집회를 간단하게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이날 서울 도심은 경찰과 대학생을 태우고 온 버스 수백 대와 시가행진의 여파로 한 때 정체를 빚었다”며 시위 때문에 교통체증이 빚어졌다고 보도하는데 그쳤다.

동아일보는 12면에 <불법시위 체포조, 할 일이 없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동아일보는 이날 집회가 평화적으로 끝났다는 점과 “주최 측이 집회를 평화적으로 진행했지만 가두행진으로 퇴근길 교통 혼잡이 심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 집회가 열린 서울광장 사용에 대해 “서울시가 ‘문화행사 외에 사용할 수 없다’며 허가하지 않자 참여연대는 ‘차라리 과태료를 물겠다’며 집회를 강행했다”며 “허가를 받지 않고 서울광장을 사용한 점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문화행사’에 한해 서울광장을 대여한다는 조례를 정한 것은 지난 2004년 5월이다. 그 이후 이른바 ‘보수단체’들의 정치집회가 서울광장에서 종종 열렸고, 때로 ‘폭력시위’로 번지기도 했다.

2004년 10월 ‘국보법 사수 국민대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당시 동아일보는 서울시의 조례도, ‘보수단체’의 폭력시위에 대해서도 별다른 비판이 없었다. 그랬던 동아일보가 갑자기 서울시의 조례까지 들고 나와 집회 주최 단체를 비판한 것은 ‘이중 잣대’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한편 12면 <“사교육비는 괜찮고 대학서 쓰는건 데모하나”>라는 제목의 박스기사는 서남표 KAIST 총장의 강연 내용을 전했다. 다만 동아일보는 같은 기사에서 “천문학적인 사교육비보다는 학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등록금 인상에 대해 더 민감한 한국의 상황에 대해 말한 것”이라며 “등록금 인상반대 데모 자체를 문제라고 말한 것은 아니다”는 KAIST 관계자의 인터뷰를 담았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서 총장의 전체 강연에서 일부인 “사교육비는 괜찮고 대학서 쓰는 건 데모하나”, “등록금 투쟁 이해 안돼”라는 발언을 제목으로 달아 이날 집회를 폄하했다.

사설 <연례행사 등록금 시위, 근본 해결책 없나>에서는 “양질의 교육에는 투자와 지출이 불가피하다”며 “학생들은 등록금 동결과 대학 재단의 전입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대학 재정난 타개를 위한 기여입학제에는 반대하는 모순된 주장을 편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대학들은 등록금과 기부금, 재단전입금, 수익금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외국과 달리 기부금이 거의 없어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한국 대학의 현실을 학생들도 알아야 한다”는 등 철저하게 대학 측의 입장만을 대변했다.

등록금 폭등은 서민들의 삶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는 심각한 문제다. 대학 등록금의 급등을 방치할 경우 사회양극화도 더욱 심각해 질 수밖에 없다. ‘빈부 격차’가 ‘교육 기회의 격차’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대학들이 수백억 원에 달하는 적립금을 쌓아둔 채 해마다 등록금을 인상하고 있고 정부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3월 25일 물가 급등을 막기 위해 ‘집중 관리하겠다’고 선정한 이른바 ‘생필품 52개 품목’에도 학원비는 포함되었지만, 대학 등록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도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보수신문들은 등록금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거리로 나선 청년들의 절박한 목소리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집회 강경대응 방침과 그에 따른 부작용을 숨긴 채 ‘평화적 집회의 가능성’ 운운 하는 데 그쳤다. 이 과정에서 경찰 측의 과잉대응이 교통체증을 불러왔다는 사실에는 눈을 감고 집회참가자들만 탓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번만 깊이 생각해보면 청년들이 거리로 나선 데에는 언론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보수신문들이 등록금 폭등으로 인한 서민가정의 고통과 돈이 없어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학생들의 안타까운 현실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대안을 모색하거나 정부에 적극적인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면 ‘교통체증’을 일으키는 집회가 필요 없었을지 모른다.

‘부자신문’, ‘대한민국 1% 신문’들에게 대학 등록금 인상폭은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규모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강경 대응 아래서도 집회는 큰 탈이 없었다’거나 ‘그래도 교통은 막혔다’는 기사를 쓰기에 앞서, 왜 서민의 아들 딸들이 거리에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한번쯤 생각하는 최소한의 양식을 보여줄 수 없는 것인가? 우리는 보수신문들의 ‘자기중심적’ 태도가 안타깝다. <끝>
덧붙이는 글 박제선 기자는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소속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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