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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책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등록|2008.04.01 08:49 수정|2008.04.18 10:20

▲ 책 ⓒ 리더스북


사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한 수많은 약들. 하지만 이 약들 중에 마음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없어요. 아무리 의사라도 마음의 병까지는 치료할 수 없죠. 참살이(well-being) 열풍을 타고 건강하고자 헬스장을 찾고 요가를 하며 음식을 가려먹지만 정작 마음은 잘 못 가꾸죠. 마음에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사랑이 있어야 하거든요.
언제나 머리로는 주판알을 튕기고 사람 겉모습으로 판단하고 내 편의에 급급하다 보면 마음이 날로 쪼그라드는 거 같아요. 누더기가 되는 양심과 늘어만 가는 핑계들은 홀로 맞는 밤에 가슴을 먹먹하게 하네요.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말라고 하던 사람이었는데……. 오늘은 조용히 좋은 책과 함께 마음 산책하는 건 어떠실까요?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2005. 리더스북)은 자신의 마음 건강을 위해서 두고두고 볼 만한 책입니다.
 지은이 박경철씨는 외과의사를 하면서 보고 듣고 겪었던 이야기를 2권으로 묶었어요. 소설보다 더 소설 같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눈에 뭐가 들어간 거 같기도 하고 발가락이 간지러워, 울고 웃게 되네요. 그리고 지은이의 고민과 물음에 같이 아파하며 생각에 잠기게 되죠.

‘사람들은 대개 죽는 사람들을 보고 와 죽노 카지예. 그렇지만 사실 산 사람들한테 와 사노 카노 물어야 하지 않겠습니꺼?’ - 책에서

생존에 헉헉되는 빡빡한 생활에서도 실존은 숨겨둔 빚처럼 잊을 만하면 마음 한 구석을 헝클어놓죠. 사는 게 뭔가? 지금 난 제대로 살고 있나? 나이가 들어도 대답하기 우물쭈물하네요. 자신 있게 ‘사는 건 말이지’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삶을 사랑하고 다독거려야겠죠.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글자마다 체온이 느껴지는 지은이조차 이렇게 말하네요.

정말이지, 내게 인생은 부끄러운 것이다. - 책에서

그래서일까요? 솔직하게 자기 속내를 드러내는 그가 미덥네요. 다들 자기 잘났다고 떠들어댈 때 부끄러움을 지닌 그의 글이 더 가슴을 파고드네요. 삶과 죽음 가운데에서 그가 든 메스보다 그의 따뜻한 마음이 사람들을 삶 쪽으로 이끌었을 거예요. 기구한 인연들도 그를 만나 편한 쉼을 얻었겠죠.

자비심이란 자신을 상대와 똑같이 낮추어 상대방의 슬픔을 그대로 느끼는 거래요. 이웃과 친구를 챙기고 환자를 고객으로 대하지 않는 그에게 사람들이 몰려드는 건 당연하겠죠. 그를 보며 자신을 되돌아봅니다. 날이 갈수록 자신을 낮추는 게 힘들어지고 내 것을 나눈다는 게 어려워지는 요즘, 자기 주변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고 이웃들과는 어떻게 지내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사람은 대개 일생 동안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사는지에 따라 얼굴에 그에 맞는 나이테가 그려지게 되죠. 그의 고뇌 어린 글들을 읽으며 거울 앞에서 얼굴을 빤히 보며 묻습니다. 정말 사랑하며 살고 있니?

덧붙여, 그는 안동으로 갔죠. 처음 의사를 하면서 전문의가 되면 자신의 도움이 더 필요한 곳으로 가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죠. 의사로서, 저자로서, 주식전문가로서 여러모로 성공한 그의 유명세 때문인가요?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 간사로 TV에 비치는 그를 보고 다시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을 읽었어요.

시민으로서 정치는 권리이고 의무라 누구나 참여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죠. 하지만 슬픈 한국 정치사가 낳은 자기 검열과 냉소, 불안감이 작동하면서 그의 정치 참여가 걱정되네요. 정치란 사람과 사람이 만드는 아름다운 동행이란 걸 말해주고 싶은 걸까요? 외과의사답게 메스로 환부를 도려내려고 한 거겠죠?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www.bookdaily.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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