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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장영실 방과후 과학교실', 사교육 대안 될까

[인터뷰] 부울경 여성과학기술인 지원센터 신혜자 교수

등록|2008.04.01 15:04 수정|2020.03.18 17:47
새 정부의 공교육 강화방침에도 불구하고 연일 치솟는 사교육비와 각종 교육비 부담이 가정 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만큼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최근 부산 남구청과 동서대학교에서는 지역의 여성 고학력자들에게 재교육을 실시한 후 방과 후 교사로 활용하면서 '이공계 여성 고급인력활용'과 '공교육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사례로 등장하고 있다.  

 과학기술부가 지난 2006년 실시한 '2005년 여성과학기술인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공계 여성인력 중 공공연구기관에 근무하는 비율은 3.4% 대, 이공계 계열의 대학교 및 연구소 등에 근무하는 비율은 3.1%, 그리고 민간기업 연구소 등에 근무하는 비율은 3.6% 대로 나타났다.

당시 이 결과가 보도된 이후 여성인력에 대한 문제 인식은 전국의 여성단체와 지자체가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실천에 옮기는 지자체는 거의 없는 게 현실이었다. 그러나 부산 동서대와 남구청은 전국 최초로 여성 인력 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 지난 2006년 9월 과학기술부가 지정하는 '부산·울산·경남 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이하 여성과학센터(센터장 신혜자)'를 설립하게 된다.

특히 동서대학교는 교내에 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를 마련해 놓고, 부산시 교육청과의 협력을 통해 해당 지역 각 학교의 방과후 프로그램 강사를 육성 발굴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6월부터 'WIST 장영실 방과후 과학교실' 강사양성을 위한 교육을 실시했는데, 이들 수료자들이 현재 부산지역 초등학교, 주민센터, 특수학교 등에서 방과후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1차 교사교육을 통해 성과가 나타난다고 판단한 교육청과 남구청에서는 이어 2차 교사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향후 결과를 검토한 결과를 바탕으로 좀 더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현재 여성과학센터의 책임을 맡고 있는 신혜자 교수(동서대 환경공학 박사)는 "지금 2년차 센터를 운영하면서 효율성을 평가하고 있다"며 "지역의 여성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사회를 위한 취업방안도 함께 마련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향후 부산의 지역적 특수성을 이용해 해양, 항만, 물류에 여성과학자를 배출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

- 우리나라 이공계 출신 여성과학인력 활용 실태는 어떤가.

"부산·울산·경남 지역 여성과학기술인력의 활용은 점차 증가되어가고 있는 추세다. 비단 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다.

2006년 현재 이공계 출신 여성의 경우 경제활동 참가율이 64.2%다. 참고로 우리나라 전체 여성인력의 경제활동 참여도가 약 50.1% (2002년) 이지만 OECD 평균인 60.1% (2005년)에 비해 매우 낮다.

톰 피터스도 미래사회는 힘이 아닌 여성의 친화력, 섬세함, 유연함을 필요로 하는 시대라고 했다. 그런데 여성인력을 보다 더 활용하기 위하여 지역에서의 여성인력에 대한 편견 및 성차별, 가정과 일의 양립을 위한 모성보호제도, 육아시설확충 등이 우선되어야 한다."

- 동서대와 남구청 그리고 교육청의 지원으로 '고학력 여성인력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취지로 시작한 사업에 당사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부산시 남구청과의 연계로 시작하는 고학력 여성인력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은 현재 35명이 남구청과 북구교육청 소속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여기에는 특수학교인 혜남학교 등도 포함하여 과학교육을 받기 어려운 저소득층 아동들과 특수 장애아동들에게 수혜가 돌아가도록 하고 있다.

과학교육은 실제로 보고 만지고 느끼는 체험을 통해 이루어져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고 흥미를 유도할 수 있다. 또한 잠자고 있는 여성과학기술인력의 전문지식이 사회에 활용된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아동들과 여성과학기술인력 모두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이러한 기대효과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어 남구청 및 북구청뿐만 아니라 여성과학기술인 모두 만족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남구청에서 이 사업을 실시할 때 '고학력 여성인력의 재취업'이라는 명분으로 실시했는데, 실제로 이 취업으로 경제적인 도움이 되고 있나.

"방과후 과학교사는 개인적으로 능력과 학생 인원수에 따라 급여차이가 난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일반 직장인의 기본급여보다는 조금 상위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정주부들이 비정규직 또는 일용직으로 일하는 경우보다는 훨씬 좋은 조건이다. 교육청에서 모집하고 발령을 내리면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것 또한 장점이다."

동서대 여성과학기술지원센터를 통해 수료를 마치고 일선 초등학교, 특수학교, 아동센터 등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을 직접 만나 지원동기와 일에 대한 보람을 들었다. 

 
"제 자신을 위한 도전...만족합니다"

도영애 선생(남구 우암2동 꿈샘 지역아동센터)
 
- 지원 동기는.

"결혼 전에 학원 강사로 일을 하다가 결혼 후 가사에 전념했죠. 아이들을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있던 기간이 지나면서 나 스스로를 위해서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고 싶었고, 마침 제가 했던 일과 관련이 있는 업무라 큰 부담 없이 지원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매우 만족합니다."



- 가족들은 어떻게 협조하나.

"이 일이 많은 시간과 노동을 요하는 일이 아니라 적절히 시간활용을 하면 가정에 크게 지장을 주는 일은 없어요. 그러니 아이들과 남편 또한 잘 도와주고 있고 지원도 잘 해주는 편이에요. 또 아이들은 엄마가 교사로 일을 한다는데 자부심을 가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집에서 실험재료를 가지고 미리 아이들과 함께 연습을 하곤 하는데, 평소 과학에 관심이 없던 아이들이 재미있다며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있기도 해요."



- 센터는 저소득층 아동들이 대상인데 학교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일반 학교와 달리 아동센터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분위기가 매우 좋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저소득층 가정들에서 생활하는데 여기서는 전혀 그런 내색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자기들끼리도 잘 어울려요.특히 부모님들의 상황을 잘 아는 아이들이라 그런지 매우 신중하고 철저히 배우려는 마음 자세가 돼 있어요. 저 또한 이 아이들이 양질의 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 불편하거나 건의하실 사항이 있다면.

"제가 교육을 마치고 센터에서 가르친 것은 불과 3주 정도 됩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아담한 교육장을 마련해 주고 있고, 과학 실험에 필요한 자료나 재료 등은 동서대 여성인력지원센터에서 적절히 도움을 주고 있어요. 혼자서 준비할 수 없는 일들을 이분들의 도움으로 저는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만 집중할 수 있으니 좋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지원만 된다면 매우 만족할 것 같네요."
 

 
유은주 선생 (남구 대연6동 부산혜성학교)

- 지원하게 된 동기는. "결혼 전 8년간 수학 학원 강사로 일하다가 결혼과 육아에 전념하면서 그만두게 됐는데, 마침 남구청과 부산시교육청에서 방과후 교사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 가족들의 반응은.

"엄마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모습은 아이들에게도 좋은 본보기와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평소 집에서 과학도구들과 재료들을 챙기고 교안을 만드는 일을 소홀히 할 수가 없어요.



남편 또한 제가 집에서 쉬는 것 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데 싫어하지 않는 것 같아요. 한두 마디씩 건강 챙기라는 말이나 피곤하지 않느냐는 말을 하는 걸 보면 걱정도 되고 염려도 되는 눈치에요. 그런게 관심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죠."



- 특수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르치고 있는데.

"아무래도 특수학교 아이들은 정신발달이 신체성장에 못 미치기 때문에 인지능력에서 일반 학생들보다는 힘들죠. 또 갑자기 돌출행동을 할 때가 있어서 과학실험도구들을 사용할 때 긴장을 많이 하고 있어요.



아마 일반학교의 아이들보다 촉각, 시각, 미각을 총동원해서 수업을 진행해야 집중이 되니 많은 실험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저 또한 아이들의 엄마로서 불쌍하기 보다는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배울 권리가 있는 아이들이라고 생각하고, 제게 주어진 시간은 최선을 다해서 한 명 한 명을 품고 가르칠 각오를 하고 있어요."



- 관계기관에 건의하실 내용은.

"방과후 학교는 일반 학교에 비해서는 학생 일인당 사용할 수 있는 실험도구가 많은 편이에요. 하지만 특수학교는 일반 방과후 학교보다 더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죠. 아이들의 특성상 실험도구들이 위험할 수도 있고, 특수학교에 알맞은 실험방법과 자료 그리고 교사충원 등이 지속적으로 개발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방과후 과학교실 성공적이지만, 과제도...

부산시 교육청과 동서대 그리고 남구청에서 지원하는 이번 사업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풀어야 할 과제 또한 만만치 않다. 특히 교사수급문제가 급하다. 일단 부산교육청에서는 고학력 주부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까다로운 선별과정과 교육 등으로 인해 여전히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또한 교육을 마친 이들 중에서도 학교에 배정이 되지 못한 교사들 또한 여전히 남아있는 게 현실이다.

이번 장영실 과학교실 교사양성은 교육청이 주관해 일선 정규교사에 버금가는 수준 높은 교재를 제작했고, 교사 또한 철저히 정규대학 졸업자들로만 선발하는 등 기존 방과후 학교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교육청이 이런 특단을 취하게 된 이유는 기존의 방과후 학교가 일부 교재판매회사의 홍보시장이 되고 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센터장인 신 교수는 이에 대해 "많은 초등학교가 방과후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각 과목마다 3만원 정도의 수업료를 받고 사교육비를 절감하겠다며 실시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영어교재, 과학교재, 논술교재를 판매하는 회사의 로비로 판매사원이 방과후 강사를 하는 곳도 있다"면서 "심지어 학교 과학실을 회사에서 꾸며주기도 한다. 이런 현실에서 양질의 과학수업이 진행될 리 없다. 교육청에서는 이러한 실태를 바로잡기 위해 일선 학교를 통해 계도를 해야 하고 학교 측에서도 이런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월간 동서저널>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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