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우리집 전화기는 사기 전화로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 한미숙
"OO우체국입니다. 귀하의 물건이 반송되었습니다. 다시 듣고 싶으시면 0번, 상담원과 연결은 9번을 눌러주세요…."
"우체국에 반송된 물건이 있다고?"
아주 잠깐, 9번을 누를 뻔하다가 '사기전화=9번'이라는 걸 떠올렸다. 요즘 들어 우리집에는 이런 사기전화가 하루에 한번 꼴로 걸려온다. 화장실에 앉아 있다가 전화를 받기도 하고, 머리를 감다가 수건을 둘러쓰고 나와 받을 때도 있다.
"안녕하십니까? KT전화국입니다. 귀하께서는 국제전화요금 64만원을 연체하셨습니다. 다시 듣고 싶으면 0번, 상담원과의 연결은 9번을 눌러주세요!"
"엥? 국제전화는 쓸 일이 없는데 무슨 연체가 됐다고?"
일주일 전부터 계속해서 하루에 한번씩은 걸려오는 사기전화. 기분도 불쾌하지만 정말 짜증이 난다. 우리집 전화는 오래된 전화기라 상대방의 전화번호가 뜨지도 않는다. 그러니 전화벨이 울리면 받을 수밖에.
전화국도 사기전화는 어쩔 수 없어
최근엔 사기전화 내용의 목소리도 많이 정제됐다. 우체국이나 전화국에서 '정말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전화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오늘도 국제요금이 연체됐다는 사기전화를 받고 나서 결국은 전화국(KT 신탄진지점)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국에서 이런 전화는 통제가 안 되는지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한다.
"고객님, 저희 전화국에도 그런 전화가 옵니다. 인터넷전화를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방 전화번호가 '000000'으로 뜨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전화국에서도 별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고객님이 주의하는 수밖에 없으니 참고하시고 그런 전화를 받으시면 그냥 끊어주십시오!"
전화국에도 사기전화가 온다고? 별다른 대책도 없으니 9번을 누르라면 그냥 끊으면 된다는 거였다. 젊은 사람들도 가끔 헷갈리는데, 혹시 노인네들만 사는 곳에 이런 전화가 온다면 어떨까 싶다. 전화기 앞에 '9번 사기전화 주의'라고 써서 붙여놓고 친정에 전화를 했다. 낮 시간에는 친정 부모님만 계시기 때문에 염려스러웠다.
"엄마, 전화기에서 9번을 누르라고 하면 바로 끊어버리세요!"
언제까지 이런 전화를 받아야 할까.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고 반가운 마음에 받곤 했는데, 발신자 번호가 찍히는 전화기로 바꿀까 말까 고민스럽다.
덧붙이는 글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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