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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대 공대 광양 이전 '지역 갈등' 우려

순천대 공대 이전 갈등, 그 끝은 어디일까? ①

등록|2008.04.02 12:19 수정|2008.04.02 12:19
순천대학교는 1935년 우석 김종익 선생이 사재를 들여 순천공립농업고등학교를 설립한 이래, 그동안 여러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국립순천대학교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 순천대학교는 공과대학 광양 이전을 둘러싸고 전에 없는 심한 몸살을 앓고 있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순천대학교 전경정면에서 바라본 순천대학교는 모습은 평온하지만 공대이전을 놓고 내부의 갈등도 ... ⓒ 윤병하


금년 1월 하순에 불거진 순천대학교 공과대학 광양 이전 문제는 그동안 순천시(시장 노관규)와 순천대학교(총장 장만채)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을 뿐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급기야 최근에는 양측이 상대방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등 감정대립 양상으로 번지자 지난 3월 31일 오후 순천시청 소회의실에서 가칭 순천대학발전협의회를 발족하여 해결책을 찾기로 했다.

그러나 회의는 시작부터 난항이었다. 가칭 순천대학교발전협의회는 제1차 회의에서 순천대학교 총동창회장인 한이춘씨를 위원장으로 선출했지만 협의회 공식명칭을 놓고 양측의 주장이 엇갈려 오는 4월 27일 순천대학교에서 제2차 협의회를 열기로만 합의하고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이번 회의에서 매곡동주민자치위원장인 이성식씨는 "순천대학교의 포괄적인 발전을 위해 협의회 공식명칭을 ‘순천대학교발전협의회’로 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순천대학교 김광수 기획처장은 ‘순천대학교 공과대학 발전협의회’나 '순천대학교 공과대학 이전에 관한 협의회' 등으로 명칭을 한정하자고 제안하여 공식적인 명칭초차도 정하지 못하고 회의를 마쳤다.

그러나 대학 이전을 둘러싼 양측의 주장 이면에는 자신들의 주장을 어떤 식으로든 관철시켜야한다는 감정이 앞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김아무개씨는 순천대학교 공과대학 이전은 그 당위성을 떠나 지금은 순천대학교와 순천시 두 기관 간의 감정의 앙금이 남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일뿐이었다고 전했다.

순천대학교 공대이전 추진배경에 관해 김광수(일본어일본문화학과 교수) 순천대 기획처장은 국립대 법인화와 전국 고등학교 졸업생 수의 감소에 따라 순천대학교 공과대학을 광양으로 이전하지 않으면 2021년부터는 순천대학교 공과대학은 사실상 폐교될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순천대학교에서 근거로 제시한 ‘2005년도 통계청 인구 총 조사’에 따르면, 오는 2015년 70만 명을 최고 기점으로 2026년도에는 40여만 명까지 고등학교 졸업생 수가 점진적으로 감소하기 때문에 그 때쯤이면 경쟁력 없는 지방대학은 자연히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순천대학교 공과대학을 포스코가 위치한 광양으로 이전 추진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순천시 장천동에 사는 박아무개(52, 상업)씨는 지역이 문제라면 서울대 공대는 공단이 있는 지역으로 옮겨야 하고, 법대는 서초동으로 옮겨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순천시와 광양시는 지역적으로 인접해 있기 때문에 이는 이전을 위한 변명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순천대학교의 주장에 대해 같은 대학에 종사하는 서아무개씨도 순천대학교 향림광장 자유게시판을 통해 대학 법인화 문제는 20년 전에도 나왔던 문제였지만 그동안 국립대 교수들의 반대에 부딪쳐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는데, 이제 와서 법인화 때문에 이전을 추진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고등학교 졸업생 감소에 따른 문제는 전국적인 현상이지 순천대학교만의 현상은 아니기 때문에 특성화대학 등을 통해 대학의 질을 높이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이지 공단이 위치한 지역으로 이전하여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충고했다.

순천대학교 김광수 기획처장은 지난 3월 26일 본 기자와의 직접 인터뷰를 통해 ‘만일 순천시에서 매년 50억 원씩 향후 10년 동안 공과대학 장학금으로 지원해 준다면 순천대학교 공과대학을 광양으로 이전하지 않겠다’고 밝혀 그동안의 순천대학교 공대 이전에 관한 여타의 주장들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

이에 대해 순천시 관계자는 순천시 예산상 매년 50억 원씩 순천대학교에 지원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또 순천시의 초⋅중⋅고에 지원할 예산도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특정 대학이 지방자치 단체에 엄포성 요구를 한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며, 있을 수도 없는 비교육적 요구가 이냐고 반박했다.

그동안 순천시에서는 지역 대학의 발전을 위해 순천대학교에 대한 예산 지원을 꾸준하게 증가시켜 왔다. 금년에도 이미 14억 2100만 원의 예산을 지원하기 위해 의회의 승인을 마쳤고 작년에도 13억 원을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순천시에서는 시 예산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매년 최대한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 시의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순천대학교에서는 매년 50억 원씩 순천시에서 지원해 주면 그 돈으로 공과대학생 전원을 장학생으로 선발하여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것 역시 다른 학과와의 형평성 문제 등 또 다른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농과대학에 근무하는 한 교수는 순천대학교가 공대만을 위한 대학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총장이 무슨 생각으로 이번 일을 비밀리에 추진하려고 했는지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비난했다.

또 순천시 매곡동에 사는 서아무개(50, 건설업)씨도 기업체도 아닌 지방자치단체에 특정 대학교가 터무니없는 예산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문제지만, 대부분의 선진 대학들이 산학협력을 통한 연구 성과나 독지가들의 성금 등, 기금을 통해 학교재정의 내실화를 기하고 있는 추세라고 강조하면서 순천대학교 역시 발상전환이 요구된다고 했다. 그는 또 이번 사태를 보면서 마치 순천대학교가 돈을 타내기 위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공과대학 이전 문제로 시작된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순천시와 광양시 간의 감정 대립 현상까지 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자가 확인한 두 시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서는 서로를 비난하는 댓글이 수십 개씩 붙어 있었고, 그 댓글 역시 상당히 감정적 대응이 많아서 광양만권 3개시(순천, 광양, 여수) 통합을 바라는 지역민들의 정서에 순천대학교가 앞장서서 찬물을 퍼부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더군다나 공과대학 이전을 위한 의견 수렴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이해 당사자인 공대 교수들만의 투표(찬성 89.9%)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동안 순천대학교 발전을 위해 노력한 이 지역 주민들은 심한 모멸감까지 든다고 말했다.

공대이전 반대 현수막순천시내 곳곳에는 공과대학 이전을 반대하는 현수막들이 하늘을 뒤덮고 있다. ⓒ 윤병하



또 순천시에 따르면 순천대학교 장 총장은 순천시장과의 만남에서 ‘만일 순천대학교 공과대학을 광양으로 이전할 경우 광양시에서는 학교설립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포스코에서는 지역대학 지원 사업 일환으로 학교운영비와 연구비 일부를 부담하고, 공대생 일부를 취업시켜 준다는 사항까지 약속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본 기자가 광양시에 확인한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님을 알려왔고, 순천대학교 역시 협의과정에서 나온 이야기일 뿐, 구체적인 약속은 받은 봐 없다고 한 발짝 물러나는 태도를 보였다.

또 본 기자가 입수한 문서(문서번호: 행정섭외그룹-37, 수신: 순천시장, 제목: 순천대학교 공대 광양이전에 따른 포스코 입장 의견조회 관련)에 따르면 포스코에서도 순천대학교 공과대학 광양이전에 관하여 그동안 순천대학교와 어떠한 공식적인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혀 순천대학교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포스코의 공식 문서포스코에서 순천시에 보내온 공식 문서에는 순천대학교 공대이전과 관련하여 어떠한 지원도 공식적으로 약속한 적이 없다고 밝혔고 또 특정 대학을 일방적으로 지원한다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포스코의 입장이라고. ⓒ 윤병하


이처럼 공과대학 이전 문제가 특정 기업과의 관련설이 확산되자 광양시 지치혁신과 박문수 계장은 ‘순천대학교 공과대학 이전 문제는 근본적으로 순천대학교가 결정할 문제이며, 만일 순천대학교가 이전을 결정하면 광양시에서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 광양시의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어쨌든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뜻있는 지역 주민들은 불필요한 논쟁을 막고 서로간의 상생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광양만권 3개시 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서는 각 지방 단체가 대승적 차원에서 광양만권 통합을 바라보고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통합에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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