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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만 배불리는 서울시교육청 '수학여행지침'

[주장] 평균 10~15% 알선료를 왜 제도적으로 보장하나

등록|2008.04.03 14:35 수정|2008.04.03 14:42

▲ 수학여행단의 관광버스(사진은 기사내용과 특정 관련이 없습니다.) ⓒ 김강임


"학생단체로 1식을 하면 얼마죠?"

"학교서 오셨어요? 미리 말씀하시지…."
"미리 말씀드리면 괜히 부담을 줄 것 같아서요."
"직접 계약하시면 1식에 500원이 할인된 4500원입니다. 중간 소개 없이 학교와 직접계약을 했을 경우는 소개 및 알선료가 없기 때문에 약 10% 할인해 드릴 수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식당을 운영한 이래로 학교에서 직접 오신 경우는 처음이네요. 힘드실 텐데…."

지난해 말, 올 고 1학년 수학여행 준비를 위해 사전답사차 들른 제주도의 어느 식당에서, 학생들이 먹게될 지도 모를 점심을 시켜먹고 그 값을 치른 뒤 식당주인과 나눈 대화이다. 다음은 제주도 현지의 전세버스 회사 관계자와 나눈 대화를 보자.

"저희야 여행사를 끼지 않고 학교와 직접계약하고 싶죠. 중간에 여행사가 끼면 여행사에 알선료를 주어야 하기 때문에 버스 1대당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한 단계를 거치면 그 만큼의 소개 및 알선료를 저희들이 부담해야 합니다. 물론 그 돈은 결과적으로 학교 측에 전가하게 되겠지만요."
"그러면, 직접 거래했을 때 특별히 학교 측에 불리하거나, 학생들에게 불리한 것들이 있지는 않나요?"
"하하, 불리할 것이 있을 수 있겠어요? 모든 계약조건은 여행사를 끼든 학교와 직접거래하든 동일할 수밖에 없죠, 다만 저희들로서는 학교 행정실에서 교통비를 지급받고 그 지급받은 돈 중에서 여행사에 알선료를 주기 때문에, 수입은 똑같고 알선료만 학생들이 더 부담하여 여행사에 주는 결과가 되겠죠."

우리학교는 올 1학년 수학여행을 제주도로 가기로 하고 이를 위해 작년 10월에 수학여행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저렴하면서도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교통· 숙박·항공권 등에 관한 실무 작업에 들어갔다. 투명하게 학교를 운영하겠다는 교장선생님의 의지와 선생님들의 실천이 결합된 결과였다.

수학여행 경비, 어떻게 구성되나

제주도로 단체수학여행을 갈 경우 주요경비는 항공료, 현지 숙박비, 현지 버스대절료(교통비), 중식비, 각종 입장료, 기타 경비 등이다. 각각의 준비는 아래와 같은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항공편 및 항공료]
항공편은 수학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항공사들은 학교의 단체 수학여행을 위해 별도의 전세기를 운영하지 않는다. 때문에 항공사 운항스케줄에 맞춰 계약을 해야 하는데 항공사 스케줄에 맞추려면 보통 1년 전에 수학여행 일정을 확정하고 가계약을 완료해야 한다.

그런데 학교는 항공사와 직접 단체항공권 예약을 할 수 없다. 항공사들이 반드시 여행사를 중간에 끼고 예약하게 해두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전국의 수많은 학교를 직접 상대하는 것보다 여행사를 통하는 것이 편하고 더 효율적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단, 항공요금은 항공사에서 일률적으로 정해놓기 때문에 어떤 여행사를 통하더라도 같은 요일, 같은 시간대에 출발하는 항공편의 항공료는 동일하다.

[현지 숙박비]
숙박비는 제주도 수학여행에서 가장 핵심적인 경비다. 항공료를 제외하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뿐더러, 학생들의 수학여행 만족도를 좌우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숙박비는 보통 아침과 저녁식사를 포함하는데 여행사에서 산정한 제주도 숙박료는 대체로 아래와 같다.

1박 기준 : 휘트니스타운 2만8000원, 콘도 2만6000원, 리조트 2만000천원, 관광호텔 1만8000원

위 금액은 여행사가 숙박업소와 거래하는 금액으로, 숙박업소측이 여행사에 주는 소개료 및 알선료가 포함돼 있다. 학교에서는 위 금액을 기준으로 각각의 숙박업소를 답사해 준공년도, 객실수, 수용인원, 안전성, 식사의 내용과 질, 노후화 정도, 부대시설, 지리적 위치와 조망 등을 종합해 숙박업소를 정하고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이를 확정한다.

[현지 버스대절료]
제주도 현지의 버스 대절료로, 버스회사마다 가격차이가 나는 가변 비용이다.

[중식비]
수학여행 기간 중 점심식사 값이다. 보통 1인 1식 5천원으로 책정된다. 식당과 협의해서 음식의 메뉴를 정하기 때문에 금액은 가변성이 있다.

[각종 입장료]
제주도에서 학생들이 직접 관광하는 행선지에 따라 입장료가 추가되는 경비로서, 여행사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금액이다.

[기타 경비]
상품비, 간식비, 레크리에이션 비용 등의 학생들의 실수요비용으로서 여행사와 관계없이 수학여행 활동의 내용에 따라 학교에서 부담하는 비용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수학여행 지침'

위에 따라 우리는 고정비용이 아닌 영역, 즉 숙박비, 전세버스 대여료 등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먼저, 서울시 교육청이 올해 초 학교에 내려보낸 '수학여행지침'이라는 공문을 보자.

'(수학여행 시) 총경비 5000만원 초과의 경우는 지정정보장치(G2B)을 통해 경쟁입찰을 통해 위탁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총 경비는 수학여행을 위해 학생들이 납부한 총비용(숙박비, 식비, 교통비, 기타 경비 포함)을 의미한다.' - 2008학년도 각 급 학교 수학여행 운영 매뉴얼 28쪽

''협상에 의한 계약' 공고문 예시에 보면, 여행경비는 왕복항공권(공항세 포함), 숙박비(일반호텔1급 또는 이에 준하는 숙박시설), 식비, 입장료, 전세버스임차료, 현지가이드, 레크리에이션 경비 등 기타 잡비를 포함한 여행경비 총액으로 되어 있다.' - 2008학년도 각 급 학교 수학여행 운영 매뉴얼 81쪽

▲ 서울시교육청의 '수학여행지침' 매뉴얼 ⓒ 권재호


결국, 수학여행을 가려면, 위탁업체를 통해서 여행 총경비에 관해 공개경쟁 입찰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교육청에 문의하니, 항공권, 숙박시설, 전세버스 임차료, 중식 등에 관해 각각 개별 입찰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런데 지침대로 했을 경우, 아래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학교는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서는 수학여행을 추진할 수 없다.

학교에서 단체 여행을 위해 항공권을 계약하려면 반드시 여행사를 통해서만 가능하니, 결국 수학여행 총 경비를 여행사를 통해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경우, 여행사에서 제시한 숙소와 버스, 중식 등의 조건이 동시에 만족스럽지 않을 때(숙소는 좋은데 버스는 불만족, 중식은 좋은데 숙소는 불만족…)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둘째, 숙박업소와 버스회사, 식당은 여행사에 알선료를 지불해야 한다. 

숙박업소와 버스회사, 식당은 여행사에 일정한 알선료를 지불하는 것이 관례이다.(실제로 제주도 현지답사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총 금액의 10~15% 정도는 된다.) 이 알선료는 학생, 학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그만큼의 수학여행 경비의 상승을 초래하거나 서비스의 질 저하를 가져온다.

우리가 답사하면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1일 기준 2만2000원(3박이면 6만6000원)인 숙박비에서 알선료를 없애면 1만8000원(3박이면 5만4000원)되고, 1대당 95만원인 버스 임차료에서 알선료를 빼면 80만원, 1식 5000원짜리 중식은 4500원이 된다.

셋째, 건강하고 투명한 직거래를 통한 수학여행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우리 학교의 경우, 여러 차례의 회의를 거쳐 항공료를 제외한 나머지 중 질 좋고 저렴한 숙박업소와 버스회사, 중식당의 선정을 위해 학교 출장비로 현지답사를 다녀왔다. 답사를 가기 전에 타 학교의 정보, 인터넷 정보, 현지의 여러 여행사의 정보 등 관련 자료들을 세밀하게 검토한 후, 여러 개의 숙박업소와 버스회사, 식당을 답사 후보지로 선정한 후, 직접 현지에서 조사활동을 했다.

각각의 숙박업소와 버스회사, 식당을 답사하면서 '일체의 거품을 없앤다', '여행사를 통하지 않는다'는 대 원칙으로 가격과 서비스, 시설, 안전성 등을 검토한 후, 숙박업소와 버스회사를 선정하여 학교운영위를 통해 최종확정하였다. 이른바, 직거래를 통한 질 좋고, 투명하고, 저렴한 수학여행 제반여건을 마련한 셈이다.

그런데, '여행총경비를 기준으로 공개경쟁입찰을 해야 한다'는 올해의 서울시 교육청 지침으로 인하여, 여행사를 통한 위탁거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여 지난해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직거래냐, 위탁거래냐... 문제는 '투명성'

우리는 서울시교육청 담당자에게 '수학여행지침'의 문제점을 위와 같이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관계자의 답변은 아래와 같은 원칙뿐이었다.

'여행사를 통함으로서 교사들이 수학여행 준비에 투여하는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다.'
'공개경쟁 입찰을 함으로써 학교책임자와 수학여행 업소와의 뒷거래를 차단할 수 있다.'
'여행사가 학생의 안전을 책임짐으로써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할 수 있다.'

그러나 위 세 가지 원칙은 하나하나 반박이 가능하다. 여행사를 대상으로 공개경쟁 입찰을 하더라도 학교에서는 입찰에 참여한 여행사가 서류상으로 제시한, 숙소와 버스, 중식 등을 현지 답사해야 한다.

또 여행사를 반드시 통해야 한다고 할 경우, 여행사와의 뒷거래가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학생 안전사고 대비는 비행 중에는 항공사 보험으로, 숙소에서는 숙소가 가입한 보험으로, 현지 교육활동은 학교 안전공제회로, 현지 버스운행 중에는 버스회사 보험으로, 기타의 경우는 여행자 보험으로 여행사와 관계없이 대비할 수 있다.

결국, 여행경비 총액 기준 공개입찰은 다만 여행사에게 10~15%의 알선료를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는 또 다른 부작용만 낳게 될 뿐이며, 그 비용은 결국은 학부모의 호주머니에서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농수산물 유통과정을 보더라도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유통업자들이 개입되어 왜곡된 시장질서가 형성되면서 생산자나 소비자 양쪽이 피해를 보는 결과를 발생하고 있다. 때문에 최근에는 직거래가 활발하게 추진된다. 학교급식 또한 위탁업체의 이익보장을 위한 급식의 질 저하와 가격인상 현상이 나타나자 위탁운영에서 직영체제로 점차 바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학여행도 여행사를 통한 위탁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투명한 직거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투명성을 높이고자 도입했다는 지침이 또 다른 불합리함을 낳는다면 그것은 진정한 대안이 아니지 않겠는가.

서울시 교육청은 여행사만 배불리고 투명한 직거래를 원천봉쇄하는 수학여행 지침 중 총 경비 기준의 입찰방식을 숙박, 교통비, 중식 등의 개별입찰, 또는 직거래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수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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