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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 전 외교 "새정부 대북강경책 실익 없다"

"94년 제네바 합의 때처럼 청구서만 받는 상황 우려"

등록|2008.04.02 14:33 수정|2008.04.02 14:34

▲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최근 남북 경색국면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실용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고 정면 비판해 관심을 모았다.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인 송민순 전 장관은 2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웁니다>에 출연해, "과거 남북정상간에 합의한 것을 현 정부가 수정할 수 있지만, 합의사항을 전적으로 무시한다거나 대북선제공격 등의 발언을 한 것은 실익이 없어 보인다"며, "정부 인사들이 중립적이고 긍정적으로 얘기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송 전 장관은 새 정부의 '비핵개방 3000' 관련 "북핵 문제 해결과 경제협력의 병행은 6자회담의 합의사항"이라며 "우리 정부가 이를 병행하겠다는 것인지, 북핵문제 해결을 전제조건으로 삼겠다는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병행을 전제조건으로 바꾸면 축구시합을 하는데 볼을 차려고 하니까, 골포스트를 옮겨버리는 것과 같다"며 비판했다.

새 정부의 초대 외교통상부 장관인 유명환 장관이 최근 미국 방문 중에 '북핵문제 관련해서 시간과 인내심이 다해 가고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송 전 장관은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송 전 장관은 "우리는 20년 동안 이 문제를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서 끊임없는 인내를 가지고 해 왔다. 지금 이게 인내가 다 했다, 이렇게 얘기하면, 이런 문제에 대해서 쉽게 시간 설정을 하면 그 시한이 됐을 때는 그럼 거기에 다른 대책이 있어야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교라는 게 나라와 나라 사이에 할 때 많은 경우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할 경우가 있다. 마치 밥 먹을 때 우리가 목에 잘 넘어가지는 않는 맛없는 음식이지만 배를 채우기 위해서 먹는 경우가 있고 얼른 보면 간단히 먹을 수 있지만 먹으면 배탈이 나는 음식이 있다"며 "외교는 아무리 맛이 없더라고 목에 잘 넘어가지 않더라도 배탈 나지 않는 음식을 먹는 것"이라고 새 정부 외교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인내를 가지고 그 인내의 시간을 미리 설정을 하면 그 시간이 도래했을 때는 다음에 무슨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전략을 가지고 해야 되는 것이고 아주 고도의 전략이고 굉장히 민감한 전략"이라며 "저는 그러한 고도의 전략과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그런 발언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해 본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의 농축 계획이 실제 많이 진전되고 있다고 판단하진 않는다"며 "북한도 이 문제에 대해 다른 나라들이 납득할 수 있게 확실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북한의 진전된 자세도 주문했다.

한편 송민순 전 장관은 "북한이 당 기관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실명거론하면서 비난한 것은 용납할 수 없고, 북한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그러나 "북한의 표현보다는 전체적인 상황에 대해 더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송민순 전 장관은 "(새 정부의 대북 강경책으로) 앞으로 우리 정부의 역할 공간이 없어지고, 94년 제네바 합의 때처럼 미국과 북한이 결정하고 우리는 청구서만 받는 그런 상황이 오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새 정부가 폭넓은 전략을 갖고 임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덧붙이는 글 오동선 기자는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웁니다> 프로듀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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