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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볏짚으로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집 지어요"

볏짚으로 만드는 '스트로베일하우스' 이야기

등록|2008.04.02 15:26 수정|2008.04.02 20:31

스트로베일 하우스이집은 일명 '코브 하우스'라고도 하며 서양식 외관의 스트로베일 하우스다. ⓒ 권용일


‘볏짚과 흙 그리고 석회를 섞어 집을 짓는다고. 주재료는 역시 볏짚. 그런데 그 집이 세상에서 제일 따뜻하다? 그럼 여름엔 세상에서 제일 시원하기도 한 집이란 이야기인데. 에이 무슨 건축업체가 하는 일방적인 광고 문구겠지. 설마 볏짚을 넣어서 집이나 제대로 만들 수나 있을까?’

‘스트로베일 하우스’를 모르는 사람에겐 이런 의구심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이름부터 ‘스트로베일 하우스’라니. 잘 못 들으면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스트로 베리  하우스(딸기 집)’ 쯤으로 생각할 수 있는 집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우리는 볏짚으로 만드는 ‘스트로베일 하우스’의 세계를 만나게 될 것이다.  

‘스트로’는 볏짚, 밀짚, 보리 짚 등 ‘짚’을 통칭하는 말이고, ‘베일’이란 ‘묶음’이나 ‘단’을 뜻한다. 그래서 스트로베일 하우스란 ‘짚단으로 만든 집’을 말한다. 이 집의 역사는 100년 전 미국 ‘네브라스카’ 주에서 시작된다. 지금은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서양 선진국과 일본 등지에서 활발하게 건축되고 있는 건축양식 중 하나다.

실내 장식지금은 흙집에서만 가능한 실내 장식(벽화). ⓒ 권용일


스트로베일은 가축의 사료로 쓰려고 일정한 형태인 직육면체(운반하기 쉽게)로 압축해 놓은 것을 말한다. 대략 가로 80cm, 세로 49cm, 높이 35cm의 크기로 압축된 짚단이며, 무게가 20kg 이상 나간다. 이러한 압축 짚단을 마치 벽돌이나 블록을 쌓듯이 벽으로 쌓아서 그 양 표면을 흙과 석회를 섞은 것으로 미장하는 방식을 ‘스트로베일 건축’이라고 한다.

건축은 순수하게 흙과 볏짚만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요즘은 현대식 건축소재와 혼합해서 집을 많이 짓는다. 목재, 콘크리트, H 빔 등이다. 이때도 반드시 외벽과 내벽의 주재료는 짚단이 된다.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집’이란 별명은 ‘짚단’의 두께 때문이다. 약 55cm의 볏짚이 단열재로 쓰이는 게다. 그것도 천연 소재로 말이다. 얼마나 따뜻한지 스트로베일 하우스에다가 구들을 놓은 집엔 겨울이라도 3일에 한 번 정도만 불을 때도 상관없을 정도다.

이밖에도 생태적인 천연적 소재 사용, 뛰어난 습도조절 능력, 탈취능력, 방음 능력, 배우기 쉬운 것 등이다. 그래서 스트로베일 하우스는 ‘스스로 집짓기, 더불어 집짓기, 건강한 집짓기’ 등으로 통한다. 그렇다고 모양이 투박하냐면 그건 아니다. 전통적인 멋부터 시작해서 서양적인 멋까지. 아주 다양하고 기품 있는 외관도 사람들로 하여금 ‘스트로베일 하우스’를 선택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짚에 흙 묻히기지금은 한국 스트로베일하우스 연구회 회원들이 짚단에 다가 흙을 묻히는 중이다. ⓒ 권용일



짚단 끼우기지금은 회원들이 짚단을 벽에 끼어 넣고 있는 중이다. ⓒ 권용일


건축기간은 약 3달 정도. 15평을 건축할 경우 최소한 6명 이상이 필요하다. 그 인원들은 현재 한국스트로베일연구회(http://cafe.naver.com/strawbalehouse.cafe) 회원들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서 시작한 지도 6년이 지났다. 최초 영월에 있는 동강에 건축된 집으로 시작하여 지금은 부산에선 3층 총 80평 주상복합 건물을 짓고 있으니 가히 놀라울 따름이다.

여기서 잠깐. 한 가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그 볏짚이 썩지 않을까? 그 볏짚으로 지은 집이 몇 년이나 갈까?

“짚을 최대한 건조된 걸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생석회’를 섞은 황토를 안팎으로 미장을 하면 끄떡없습니다. 단 건축할 때 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 미장할 때 제대로 된 비율로 하는 것 등의 전문적인 노하우가 필요하죠. 그렇게 지은 집은 100년 정도 갈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소개한 바 있는 미국 등지에서 확인할 수 있죠.”

안성 현장요즘 안성에서 한창 진행 중인 스트로베일하우스 앞에서 권용일 대표가 웃고 있다. ⓒ 송상호


요즘 한창 안성 가율리 분토마을에서 회원 5명과 함께 예술가의 작업장과 자택을 짓는 중이라 바쁜 권용일(한국스트로우베일 하우스 연구회 회원, 안성의 '삼안 스트로베일 하우스' 대표)씨가 시원스레 말해준다.

아참. 제일 중요한 것이 남았다. 건축비용은 평범한 일반 주택 짓는 비용과 거의 맞먹는다. 그렇다면 전통적인 소재로 만드는 흙집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한 번 시도해 볼 만하지 않을까.

미장지금은 회원들이 미장 중이다. 유달리 여성 회원들이 많이 눈에 띄는 게 특징이다. ⓒ 권용일


덧붙이는 글 이 인터뷰는 지난 1일 안성 가율리 분토마을에 있는 '스트로베일하우스' 건축 현장에서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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