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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패스 전용주차장이 '고객 편의'라고?

[고발] 고속도로 휴게소 하이패스 단말기 달면 고객, 없으면 찬밥

등록|2008.04.04 09:29 수정|2008.04.04 09:29

서울만남의 광장 하이패스 서비스 센터만남의 광장에 들어서면 바로 하이패스 서비스센터를 마주하게 된다. ⓒ 고기복


▲ '하이패스 전용'이라고 쓰여진 주차장. 휴게소를 들어서면 바로 볼 수 있다. ⓒ 고기복


요즘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빠져나갈 때면 버스전용차로를 낀 차선을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바로 '하이패스 단말기(OBU)'를 장착한 차량들이다.

그런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하이패스 단말기'를 위탁 판매하는 업체가 휴게소를 이용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전용 주차 공간'을 따로 마련해 놓고 영업하고 있어 일반 이용자들에게 상대적인 불편을 주고 있다.

3일 서울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 들어서 주차할 공간을 찾다 보니, '하이패스 서비스센터' 앞에 '하이패스 전용'이라고 적힌 주차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그날그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휴게소를 이용하는 차량이 많을 경우 주차할 공간이 부족해 불편함을 겪는다.

그래서 서울 만남의 광장 휴게소를 운영하는 H산업(주)의 서비스센터 직원들을 찾아 '하이패스 전용' 주차 공간을 따로 마련한 이유를 물었다.

이에 서비스센터 직원들은 "잘 모르는 일이다, 도로공사에서 한 것 같다"고 답변했다가, 박모 과장은 "고객 편의를 위해 한 것이다"라고 말을 바꿨다.

H산업 측의 답변대로라면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고객들 중 하이패스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은 고객이고, 그렇지 않은 운전자들은 비좁은 주차장에서 주차할 곳을 찾는 수고를 더해야 하는 불청객들인 셈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이패스 안내 문구하이패스의 장점에 대해 선전하고 있다 ⓒ 고기복


교통량 흐름을 빠르게 하기 위해 하이패스 단말기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고속도로와 휴게소는 엄연히 사회간접자본으로,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차별 없이 이용될 수 있어야 하는 시설이다. 만일 일정 부분 제재를 가한다면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가령 장애인 운전자들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한다던가, 에너지 절약을 위한 경차를 위한 주차 공간 등에 대해서는 사회 구성원들의 동의가 있기에 가능하겠다.

톨게이트의 경우 교통 정체를 줄이고, 인건비 절감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 하이패스 차량에게 '무정차'라는 일정 부분 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차량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전용 주차 공간까지 마련해 놓고 고객 가입을 유도하는 형태는 차량에 어떠한 장비를 장착하였다고 더 나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장착하지 않았다고 해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것은 상대적 차별을 받는 것이다. 이에 '하이패스 전용' 주차 공간은 시정돼야 한다.

관할 한국도로공사 지사에서는 3일 "휴게소 측에서 알아서 한 일이다, 그런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지만, 시정 조치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한편,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 말 전국 261개 영업소에 하이패스를 구축한 지 3개월이 지난 3월 31일자로 하이패스 단말기(OBU) 보급량이 100만대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이 전체 이용차량의 21%로 10대 중 2대 이상이 하이패스 단말기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도로공사는 2010년까지 하이패스 단말기를 350만대를 보급, 이용률을 50%까지 올리겠다고 밝혔으며, 이를 위해 하이패스 단말기 판매를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위탁하고 있다.

하이패스 전용 주차장하이패스 서비스 센터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다.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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