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무조건 한나라' 아니라카이"
[민심 르포-대구] 흔들리는 '시멘트' 표심... 홍사덕·유시민 막판 선전
대구의 '무조건 한나라'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
서구가 대표적이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근소치이긴 하나 홍사덕 친박연대 후보가 이종현 한나라당 후보를 앞서고 있다.
그런가 하면 수성을에서는 유시민 무소속 후보가 주호영 한나라당 후보와의 격차를 눈에 띄게 좁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서구] 환영받는 '박근혜', 홀대받는 '강재섭'
"5년 후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겠습니다." (홍사덕 후보)
"박근혜도 2번, 이종현도 2번, 한나라당도 2번" (이종현 후보)
한나라당 전·현직 대표의 대리인끼리 격돌하는 서구에서는 '한나라당'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박근혜' 이름표가 나부낀다.
홍사덕 친박연대·이종현 한나라당 후보 모두 '박근혜'를 선거운동에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막강한 '박근혜 파워'를 의식해서다.
지난달 31일 <영남일보>·TBC·YTN이 친박 후보들이 출마한 대구·경북 4개 지역에서 조사한 결과, 서구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호감도가 가장 높았다. 무려 80.5%에 달한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박근혜 캠프의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홍 후보는 선거공보물에서 "박근혜와 함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 후보도 박 전 대표의 현재 당적은 한나라당임을 강조하며 "박근혜도 2번, 이종현도 2번"이라고 외치고 있다.
3일 만난 서구 시민들도 '한나라당'이라는 간판보다는 '박근혜'라는 인물 파워에 많이 기울어 있었다.
20년 동안 서구에서 살았다는 이아무개(45)씨는 "한나라당이 이만큼 살아난 기 다 박근혜 덕 아입니꺼, 주변에 박근혜 사람을 찍어주자 카는 사람이 많아예"라며 지역 민심을 전했다. 이어 그는 "홍사덕도 당선되면 어차피 한나라당으로 갈 거 아입니꺼"라고 덧붙였다.
신대훈(35)씨도 "대구는 한나라당보다는 박근혜에 많이 좌지우지 되지예"라고 말했다.
강재섭 대표를 놓고는 두 후보 모두 손사래를 치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강 대표에 대한 부정적인 지역여론 때문이다.
신평리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윤아무개(55)씨는 "강재섭은 꼴도 배기 싫다는 기 시장 상인들 생각"이라며 "이 후보는 강재섭 대타로 나온 기 아입니꺼"라고 되물었다.
이 아무개(54)씨도 "강재섭이 그동안 지역에 해놓은 기 아무 것도 없다카이"라며 "이종현이나 강재섭이나 똑같다, 이번에는 당만 보고 안 찍는다카이"라고 성토했다.
이 점을 노린 홍 후보 측에서는 "강재섭이 망친 한나라당을 박근혜와 함께 바로잡겠다"며 강 대표를 대신해 전략공천된 이 후보를 우회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이 후보 측에서는 "이종현은 강재섭의 대리인이 아니다, 이종현은 강재섭과 다르다"고 방어한다.
소수였지만, '그래도 한나라당'이라는 의견도 팽팽했다. 김영대(55)씨는 "아직까지 대구 표심은 당이 많이 좌지우지 하지 않겠습니꺼"라며 '텃밭 민심'을 전했다.
이날 보도된 <문화일보>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는 41.7%의 지지도를 기록해 이 후보(30.1%)를 11.6%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그러나 2일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홍 후보와 이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37.5%, 37.9%로, 이 후보가 홍 후보를 오차범위 내인 0.4%포인트 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수성을] "이번에는 당 보고 안 찍는다카이" - "그래도 우짜노? 한나라 찍어야"
전·현직 대통령의 최측근끼리 맞붙은 수성을도 관심 지역구다. 이 지역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주호영 후보와 참여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 후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주 후보가 유 후보를 30%포인트 이상 앞선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최근에는 격차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지난 달 31일 BNF 리서치가 수성을 지역유권자 118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주 후보와 유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46%, 31.9%였다.
유 후보 측은 이같은 조사 결과에 한껏 고무돼 있다. 한나라당의 공천 파동과 최근 떨어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이 지역의 '한나라표 결집력'을 약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유 후보도 선거유세에서 "이명박 측근이라고 큰 소리 치는 주호영을 떨궈야 이명박 대통령도 한나라당도 대구를 우습게 보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반 한나라' 민심을 자극하고 있다.
주 후보 측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주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개표가 끝날 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며 "유 후보가 장관까지 지내 지명도가 높지만 힘있는 집권 여당의 후보를 뽑아줘야 한다는 점을 지역민들에게 계속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때 '시멘트'라고까지 불렸던 바닥 민심에서도 균열이 감지됐다. 최기환(37)씨는 "젊은 사람들은 유 후보를 많이 좋아한다"며 "소신있고 솔직한 점이 마음에 든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투표를 한다면 나도 유 후보를 찍을 생각"이라며 "당에 연연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김봉균(62)씨도 "유 후보가 열린우리당에 있었던 시절에도 당이 탐탁지 않았던 것이지 사람은 마음에 들었다"며 "이번에는 당이 아닌 인물을 보고 찍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택시를 모는 이두호(61)씨는 "이 지역은 주호영이 된다고 봐야 하지 않겠십니꺼"라며 "아무리 이명박 정부가 몬한다 몬한다 해도 이 지역에서는 아직 '밉지만 우짜노? 일은 하도록 해줘야지'라는 정서가 팽배합니더"라고 주장했다.
범물동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만난 박주상(71)씨도 "주 후보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당 하나 보고 지지하고 있다"며 "유 후보도 사람은 똑똑한지 몰라도 첫 길(정당)을 잘못 들어 이 지역에서는 별로 호응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 후보와 유 후보는 4일 첫 입심 대결을 벌인다. 두 후보는 수성구 선관위 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이날 밤 10시 50분부터 자정까지 열리는 TV토론에 참석한다. <오마이뉴스>는 이날 토론 실황을 대구MBC에서 화면을 제공받아 생중계할 예정이다.
서구가 대표적이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근소치이긴 하나 홍사덕 친박연대 후보가 이종현 한나라당 후보를 앞서고 있다.
[서구] 환영받는 '박근혜', 홀대받는 '강재섭'
▲ 지난 3월 24일 오후 친박연대 개편대회에 참석한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자료사진). ⓒ 권우성
"박근혜도 2번, 이종현도 2번, 한나라당도 2번" (이종현 후보)
한나라당 전·현직 대표의 대리인끼리 격돌하는 서구에서는 '한나라당'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박근혜' 이름표가 나부낀다.
홍사덕 친박연대·이종현 한나라당 후보 모두 '박근혜'를 선거운동에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막강한 '박근혜 파워'를 의식해서다.
지난달 31일 <영남일보>·TBC·YTN이 친박 후보들이 출마한 대구·경북 4개 지역에서 조사한 결과, 서구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호감도가 가장 높았다. 무려 80.5%에 달한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박근혜 캠프의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홍 후보는 선거공보물에서 "박근혜와 함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 후보도 박 전 대표의 현재 당적은 한나라당임을 강조하며 "박근혜도 2번, 이종현도 2번"이라고 외치고 있다.
3일 만난 서구 시민들도 '한나라당'이라는 간판보다는 '박근혜'라는 인물 파워에 많이 기울어 있었다.
20년 동안 서구에서 살았다는 이아무개(45)씨는 "한나라당이 이만큼 살아난 기 다 박근혜 덕 아입니꺼, 주변에 박근혜 사람을 찍어주자 카는 사람이 많아예"라며 지역 민심을 전했다. 이어 그는 "홍사덕도 당선되면 어차피 한나라당으로 갈 거 아입니꺼"라고 덧붙였다.
신대훈(35)씨도 "대구는 한나라당보다는 박근혜에 많이 좌지우지 되지예"라고 말했다.
▲ 불출마를 선언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24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공석이 된 자신의 지역구 대구 서구에 공천된 이종현 경북대 교수에게 공천장을 전달한 후 악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상균
신평리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윤아무개(55)씨는 "강재섭은 꼴도 배기 싫다는 기 시장 상인들 생각"이라며 "이 후보는 강재섭 대타로 나온 기 아입니꺼"라고 되물었다.
이 아무개(54)씨도 "강재섭이 그동안 지역에 해놓은 기 아무 것도 없다카이"라며 "이종현이나 강재섭이나 똑같다, 이번에는 당만 보고 안 찍는다카이"라고 성토했다.
이 점을 노린 홍 후보 측에서는 "강재섭이 망친 한나라당을 박근혜와 함께 바로잡겠다"며 강 대표를 대신해 전략공천된 이 후보를 우회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이 후보 측에서는 "이종현은 강재섭의 대리인이 아니다, 이종현은 강재섭과 다르다"고 방어한다.
소수였지만, '그래도 한나라당'이라는 의견도 팽팽했다. 김영대(55)씨는 "아직까지 대구 표심은 당이 많이 좌지우지 하지 않겠습니꺼"라며 '텃밭 민심'을 전했다.
이날 보도된 <문화일보>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는 41.7%의 지지도를 기록해 이 후보(30.1%)를 11.6%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그러나 2일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홍 후보와 이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37.5%, 37.9%로, 이 후보가 홍 후보를 오차범위 내인 0.4%포인트 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수성을] "이번에는 당 보고 안 찍는다카이" - "그래도 우짜노? 한나라 찍어야"
전·현직 대통령의 최측근끼리 맞붙은 수성을도 관심 지역구다. 이 지역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주호영 후보와 참여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 후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주 후보가 유 후보를 30%포인트 이상 앞선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최근에는 격차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지난 달 31일 BNF 리서치가 수성을 지역유권자 118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주 후보와 유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46%, 31.9%였다.
▲ 대구 수성을에서 선거운동하고 있는 유시민 무소속 후보 ⓒ 유시민 후보 홈페이지
유 후보도 선거유세에서 "이명박 측근이라고 큰 소리 치는 주호영을 떨궈야 이명박 대통령도 한나라당도 대구를 우습게 보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반 한나라' 민심을 자극하고 있다.
주 후보 측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주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개표가 끝날 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며 "유 후보가 장관까지 지내 지명도가 높지만 힘있는 집권 여당의 후보를 뽑아줘야 한다는 점을 지역민들에게 계속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때 '시멘트'라고까지 불렸던 바닥 민심에서도 균열이 감지됐다. 최기환(37)씨는 "젊은 사람들은 유 후보를 많이 좋아한다"며 "소신있고 솔직한 점이 마음에 든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투표를 한다면 나도 유 후보를 찍을 생각"이라며 "당에 연연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김봉균(62)씨도 "유 후보가 열린우리당에 있었던 시절에도 당이 탐탁지 않았던 것이지 사람은 마음에 들었다"며 "이번에는 당이 아닌 인물을 보고 찍겠다"고 밝혔다.
▲ 대구 수성을에서 선거운동하고 있는 주호영 한나라당 후보 ⓒ 주호영 후보 홈페이지
범물동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만난 박주상(71)씨도 "주 후보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당 하나 보고 지지하고 있다"며 "유 후보도 사람은 똑똑한지 몰라도 첫 길(정당)을 잘못 들어 이 지역에서는 별로 호응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 후보와 유 후보는 4일 첫 입심 대결을 벌인다. 두 후보는 수성구 선관위 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이날 밤 10시 50분부터 자정까지 열리는 TV토론에 참석한다. <오마이뉴스>는 이날 토론 실황을 대구MBC에서 화면을 제공받아 생중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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