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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후보, '이 자식들' 발언은 기억하십니까

'성희롱 파문', 사과는 남겼다지만...

등록|2008.04.03 18:54 수정|2008.04.03 18:54
일단, 우리가 알아봐야 할 것은 대관절 '성희롱'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국어사전에는 이렇게 나온다.

"이성에게 상대편의 의사에 관계없이 성적으로 수치심을 주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일. 또는 그 말이나 행동"

MBC 김모 기자는 지난 2일 오후에 사당4동에서 정몽준 한나라당 국회의원 후보(동작을)와 인터뷰하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동작지역에 뉴타운 계획이 없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정 후보는 "다음에 (이야기)하자"면서 김모 기자의 볼을 손으로 툭툭 쳤다는 것이다.

김모 기자는 정몽준 후보의 행위에서 "여성이라서 무시하는 것"이라는 식의 수치심을 느꼈기에 '성희롱'이라고 주장했을 것이다. '성희롱'의 사전적인 의미를 그대로 적용하면, 김모 기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을 여지는 충분하다.

남성이 반드시 성(Sex)적인 동기에서 행위나 발언을 주도하지 않아도 '성희롱'은 성립될 수 있다는 뜻이다. 김모 기자가 느낀 '성적 수치심'은 'Sex'가 아니라 'Gender'의 관점에서 성립될 수 있다.

정몽준 후보가 "사과는 할 수 있으나 성희롱 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고 해명한 것은, "나는 'Sex'의 관점에서 성희롱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몽준 후보를 비롯해 "그게 왜 성희롱이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Gender'의 관점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렇게 주장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정몽준 후보는 나름대로 "김모 기자 당신이 여성이라서 우습게 본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왜일까?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그의 발언과 행동 중 특이사항을 몇가지 발견할 수 있는데, 상대가 반드시 여성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나 해서는 안될 행동, 혹은 그런 발언은 남성과 여성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YTN 돌발영상 발언 "너한테 물어봤냐, 내가 지금?"

어떤 의미에서 보면, 정몽준 후보가 MBC 김모 기자의 볼을 톡톡 쳤다는 행위는 '인격 무시'에 가깝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마치 어린 아이나 하인 다루는듯한 행동을 취한 것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모 기자가 정몽준 후보의 하인이나 아랫사람이 아님에도 그런 식의 행동을 취했다는 이야기도 성립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유사한 사례는 몇달 전에도 큰 파문으로 작용했던 적이 있다.

이 유사한 사례는 2006년 9월 14일자 YTN 돌발영상 <호통+허무' 개그>에 보도되면서 화제가 된 것이다. 2006년 9월 13일에 열린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의 국정감사 현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정몽준 의원은 통일외교통상위의 '미주반 감사계획' 중에서, 피감기관이 UN대표부에서 뉴욕 총영사관으로 바뀌는 등, 여야 간사 합의 아래 일정이 변경됐다는, 구희권 수석전문위원의 해명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변경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이야기였다.

수석전문위원은 이미 "여야 간사 합의 아래 바꿨다"고 해명했지만, 정몽준 의원은 시종일관 "누가 바꿨느냐"는 의문을 강경하게 제기했다. 김원웅 위원장이 "외교부의 의견도 존중했다"는 발언으로써 '외교부'를 거론했지만, 정몽준 의원의 문제제기는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의원들이 아무도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구희권 수석전문위원이 "수석이 대신 답변해도 되겠습니까"라는 반응을 보였을 때, 정몽준 의원의 작렬하는 '분노 대사'는 그야말로 걸작이었다.

"야, 너한테 물어봤냐 내가 지금? 너, 왜 내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당신이 대답해?"
"누가 바꾼거야 이걸?"
"이 자식들이 지금 뭐하는거야 지금, 아무도 모르는데 지들이 바꾸면..."

▲ 2006년 9월 14일자 YTN 돌발영상 <호통+허무' 개그>의 한 장면 ⓒ YTN 돌발영상 갈무리


▲ 2006년 9월 14일자 YTN 돌발영상 <호통+허무' 개그>의 한 장면 ⓒ YTN 돌발영상 갈무리


그 당시의 돌발영상을 보면, 정몽준 의원의 앉은 자세도 유심히 보게 될 것이다. 꼬아앉은 자세에 옆의 의자에 팔을 턱하니 걸친 포즈도 단연 압권이다. 그런 자세에서 '너'라느니 '이 자식들'이라느니 하는 막말을, 취재기자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작렬시킨 것이다. 이 동영상은 YTN 홈페이지(http://www.ytn.co.kr/_ln/030201_200609141527557893)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치'라는 것을 의식하면서 사회생활을 한다. 제각기 성장배경과 환경이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뒤섞여 사는 틈에서 서로를 위한 배려 채원에서, 혹은 내가 다치지 않기 위해서 '눈치'를 의식하며 말과 행동을 조심하곤 한다. 이 '눈치'에는 순간적으로 화가 나더라도 상황과 장소를 따져가면서 그 화를 드러내지 않는 행위도 포함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국정감사장에는 정몽준 의원의 동료 국회의원들도 있으며, 이 현장을 얼마든지 보도할 수 있는 기자들도 다수 존재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임에도 자신의 의문에 뚜렷하게 답변하는 의원이 없다는 이유로, "여야 간사의 합의 아래 국정감사 일정을 바꿨다"는 것을 알면서도 수석전문위원을 향해 '너'나 '당신'이라는 모욕적인 호칭을 사용했으며, '이 자식들'이라는 극언까지 남겼다.

직급상 아랫사람이라도 '너'라느니 '당신'이라느니 '이 자식들'이라느니 하는 모욕적인 호칭을 사용해도 된다는 발상은 어디에서도 인정받을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정몽준 의원은 국정감사장을 '공포 분위기'로 만들어가며 극언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정몽준 후보의 한계는 '도련님'의 한계

정몽준 후보는 파문이 커지자, MBC 경영센터를 방문해 정관웅 보도제작국장과 윤능호 기획취재팀장, 피해자인 김아무개 기자 등과 만난 자리에서 "사과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폭행 사건이나 성추행 사건을 저질러도 처벌은 고사하고 시원하게 사과 한번 한 의원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름대로는 용기있는 선택을 한 것이다.

물론, 총선 직전이라는 점에서 파문이 더 커지기 전에 직접 진화할 필요성을 느꼈을 수도 있으며, 오히려 이를 계기로 보수 성향의 유권자로 하여금 '솔직하다'는 호감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을 의식했을수도 있다.

그리고, 상대 후보인 정동영 통합민주당 후보가 MBC 아나운서 출신이기에, 이 이슈가 장기화되면 오히려 MBC에 악재가 될 여지도 있다는 점에서 '사과'를 재빨리 하는 것이 오히려 역으로 유리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몽준 후보는 다름아닌 잠재적인 여당의 당권주자이자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으로서 보다 심층적으로 지켜볼 이유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 유명한 2002 대선에서의 '지지 철회' 파문이나 국정감사장에서의 극언 등을 동시에 고려한다면, 정몽준 후보는 자신의 요구가 충족되지 않거나 마땅치 않을 경우 분노를 절제하지 못해 이해할 수 없는 발언과 행동을 남길 수도 있다는 인상을 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물질적으로 풍족한 환경에서 수많은 아랫사람들을 거느리면서 살아온 '도련님'의 부정적인 단면이다.

'이명박'과 '정몽준'으로 돌아보는 '한나라당의 세상'

이명박 대통령은, 흔히 말하는 '개천에서 용이 나온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성장배경과 삶의 흔적을 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난한 서민들에 대한 관점 자체가 "난 이렇게 성공했는데 너희들은 왜 안되냐. 그건 너희들이 무능하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지 않고서야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나 '금산분리 폐지'와 같은 서민죽이기 정책을 집중적으로 제시할 수는 없다. "너희들의 가난은 너희들의 무능 때문. 그 무능 때문에 국가가 손해를 보거나 적자를 감당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드러나는 정책이다.

그런 반면에, '포스트 이명박'을 노리고 있을 정몽준 후보는 YTN 돌발영상과 성희롱 파문에서도 드러나고 있듯이, '도련님'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낸 것이다.

'개천에서 일어난 용'이 5년간 1%를 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초석을 다져놓으면, 특정기업의 오너이기도 한 '도련님'이 그 뒤를 이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사소해보이는 발언과 행동도 주목할 수 밖에 없다. 유력정치인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그런 이들이 '대통령'이자 '잠재 차기대선주자'로 활약하고 있는 정당과 정권이 만들어갈 세상은 과연 어떤 세상일까? 1% 특권층을 위해 쏟아지는 정책들은 결국 우연이 아니었던 셈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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