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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에게 무슨 인권?"-"흉악범도 사람!"

[논란] 아동 성폭력 범죄자 인권,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등록|2008.04.04 09:35 수정|2008.04.04 10:15

▲ 안양 초등생을 유괴, 살인한 용의자 정씨가 19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수원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흉악범, 사람도 아닌 것들을 왜 보호해주냐?"
"가해자 인권은 최소한 보호받아야 한다. 다시 출소해서 새 삶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흉악범에게도 '인권'은 있다? 없다? 아동 성폭력 범죄자의 인권이 논란이다. 안양 초등학생을 납치해 살해한 정씨와 일산 초등학생 납치하려다 미수에 그친 피의자 이모씨가 잡힌 뒤부터다.

지난 31일 체포된 이모씨는 모자를 푹 눌러썼다. 마스크로 얼굴도 가렸다. 경찰의 조치다. 2005년 10월4일 제정한 경찰청 훈령 제461호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에 피의자, 피해자의 '초상권 침해 금지' 규정이 있다.

문제는 피의자 이씨가 아동성폭력 재범이란 사실이다. 이씨는 12년 전에도 초등학교 여학생을 성폭행해 10년간 복역했다. 출소한 지 2년 만에 다시 범행을 저지른 셈이다.

그러자 아동 성범죄자의 인권이 도마에 올랐다. 일부 누리꾼은 "사람도 아닌 것들을 왜 보호해주나?" "인권은 인간에게 적용되는 권리입니다, 짐승에게 인권을 보호해 줄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라며 반발했다.

범죄자 얼굴과 이름 공개가 재범 방지 역할 톡톡?

논란의 핵심이 된 인권은 '초상권'과 '성명권'이다. 누리꾼들의 주장은 "흉악범에게 무슨 인권이냐? 피의자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자"는 것이다. 이들을 널리 알려 다시 범행을 저지르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법정에서 유죄 선고를 받고 형기를 마친 범죄자에 대해서도 "성범죄자에게 전자 팔찌를 채우고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범죄자 얼굴과 이름 공개가 재범 방지 역할을 톡톡히 하리란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가해자 인권도 인권이란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한 누리꾼은 "흉악범 인권보다 재범 방지가 중요한 건 맞지만, 흉악범 얼굴 공개가 재범을 방지하냐"라고 되물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얼굴 공개되면 인생 막장 되고 그 뒤로 막 나가겠지"라고 걱정했다.

'인권'에서 '인(人)'은 모든 사람을 가리킨다. 예외는 없다. 흉악범도 사람이다. 게다가 이씨는 현재 '유력한 피의자'일 뿐이다. 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은 범인이 아니다.

▲ 지난 26일 어린이 폭력(납치미수)사건이 발생했던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한 아파트 입구에 31일 오전 가해자의 모습이 찍힌 CCTV 화면 사진이 내걸려 있다. 이 수배전단은 아파트 광리사무실에서 제작해서 붙였다. ⓒ 권우성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피의자라 할 지라도 당연히 누려야할 기본권이 침해돼선 안 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경찰청 훈령에도 '인권 보호를 위한 기본 원칙'으로 제6조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있다. "경찰관은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기 전에는 모든 피의자에 대하여 죄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언행이나 취급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강은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재판 이전에 체포 단계인 피의자 인권 보호는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피의자는 아직 유죄 판정이 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강 부연구위원은 "피의자는 '죄를 지었다고 의심되는 자'로, 어느 나라이건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며, "아동성범죄자라고 해서 이름·얼굴도 보호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유죄 판결이 날 때까진 그도 무죄로 추정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그는 "범죄를 줄이려면, 가해자 처벌에만 신경쓰는 게 아니라 범죄 발생 예방과 피해자 신고가 들어오게 해야 한다"며, "숨어있는 성폭력 범죄를 끌어내서 수사하고 끌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100번 성폭력 하고 나서 (교도소에) 1번 들어간다면, 성범죄 억제력이 얼마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 경기도 안양 초등학생 이혜진, 우예슬 양 유괴·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정아무개(39·대리운전기사)씨가 사건 발생 82일만인 16일 밤 충남 보령에서 검거된 뒤 안양경찰서에 압송되고 있다. ⓒ 선대식


- 신고해도 처벌이 너무 약하진 않나?
"신고된다고 다 유죄로 처벌되진 않는다. 성범죄가 굉장히 입증하기 어려운 범죄다. 우리가 미국 드라마 <CSI>에 중독돼, 성범죄자는 증거를 남길 거라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아동 증언에 의지해 판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동은 증언 능력이 떨어진다.유죄 판결이 어렵다.

이번에 법무부가 발표한 것만 실시만 된다고 해도 (가해자 인권 침해가) 굉장히 높은 수위다. 단순히 가해자 처벌에 대해서만 말하지 말고, 숨어있는 성폭력 범죄를 끌어내서 수사하고 끌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성범죄가 신고되면 국가가 피해자에게 의료적 지원을 해서 유죄판결까지 끌어내는 도움이 필요하다. 그런 걸 해놓는 노력들로 시각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 아동 성범죄자의 인권이 '너무' 보호받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아니다. 올해 '전자발찌'를 시범 실시한다. 또 '치료 감호법' 개정안이 국회에 올라가 있다. 성범죄자는 출소한 뒤 병원에서 치료감호를 받는다. 한 마디로 병원에 가둬놓는 것이다. 국회에서 심의되면, 지금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선 금방 통과될 거라 본다. 우리나라에 안 들어와 있는 건 '거세법' 정도다. 그건 사회문화적으로 어려울 거라 본다. 이렇게 도입되고 나서도 아동 성범죄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처벌이 약해서가 아니다. 범죄자 입장에서 10번 성폭력 하고 나서 1번 (감옥에) 들어간다면, 100번 성폭력 하고 나서 (교도소에) 1번 들어간다면, 성범죄 억제력이 얼마나 있겠나? 제도적으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사람들이 쉽게 신고를 하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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