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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토론회 거부 후보자는 의원 '자격' 없다

토론회 거부 후보자와 토론회 무산시킨 방송사에 대한 '2008총선미디어연대' 논평

등록|2008.04.04 09:19 수정|2008.04.04 09:19
최근 당선이 예상되는 유력 후보자들이 '공직선거법' 제82조에 의해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후보자 합동토론회를 기피하는 현상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선거방송토론위원회에 따르면 3월 27일부터 4월 8일까지 전국에서 각 지역별 총선 후보자들을 초청한 합동 방송토론회가 203회 열릴 예정이다.

그런데 일부 후보자들이 토론회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전국 곳곳에서 토론회가 무산되거나 '나홀로 토론회', '반쪽 토론회' 등의 파행을 빚고 있으며, 아예 선거방송토론회가 아닌 합동연설회로 대체되고 있는 지역도 많다고 한다.

선거방송토론회, 효과적이며 유일한 후보검증의 기회

미디어선거 시대에 선거방송토론회는 국민들이 자신이 원하는 정책과 정당과 인물을 선택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동시에 거의 유일한 기회이기도 하다. 물론  뉴스, 시사교양프로그램 등 선거에 관한 정보를 줄 수 있는 다른 장르도 존재하지만, 이들 프로그램은 적은 시간에 다양한 내용을 다룸으로써 특정 지역 특정 후보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다루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합동연설회 역시, 본인들이 하고 싶은 말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후보자들이 함께 나와 선거쟁점 및 공약을 토론하면서 후보자간 정책과 자질을 검증할 수 있는 선거방송토론회와는 차이가 있다.

특히 선거방송토론회의 질문 의제는 방송사나 사회자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각계각층의 요구를 충분히 수렴한 뒤, 후보자의 책임 있는 답변이 반드시 필요한 질문을 선별·작성토록 하고 있다. 따라서 선거방송토론회에 불참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질문에 성실히 답변하지 않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또한 선거방송토론회는 과거 조직 동원을 위해 학연·지연·혈연은 물론이고 금권까지 동원해 조직 동원을 해야 했던 '공설운동장 합동연설회'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또한 더 주요한 선거방송토론회의 의미는 보다 많은 유권자들이 거대정당의 후보부터 '세 과시'를 할 수 없는 군소후보들까지의 다양한 후보자의 정견을 접할 수 있게 하는 조치이다. 이처럼 선거방송토론회의 중요성과 의미가 크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제 8조의 7에 근거해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설치된 것이다. 따라서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라면 선거방송토론회를 거부할 어떠한 명분도 없다 하겠다.  

토론회 거부는 국민 무시하는 오만한 행위

이처럼 선거방송토론회가 중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후보자들의 토론회 기피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선거방송토론회에 대한 기대가 컸던 2004년 총선 당시에도 후보자의 일방적 불참과 토론을 위한 준비과정의 미비 등으로 토론회가 무산되는 사례가 다수였다.  또한 2006년 지방선거 당시 많은 유력 후보자들이 선거방송토론회를 기피했으며, 2007년 대선에서도 이명박 후보가 각종 토론회에 불참한 바 있다.

2008년 총선에서 토론회 기피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특히 영남의 한나라당 후보, 호남의 통합민주당 후보 등 당선이 유력한 후보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너무 많아 일일이 이름을 거명하기도 힘들 지경이다.

언론에 토론회 불참을 통보했다고 밝혀진 한나라당 후보는 홍정욱 (서울 노원병), 이종구(서울 강남갑), 유일호(서울 송파을), 의화(부산 중·동), 조양환(부산 서), 안경률(부산 해운대·기장을), 장제원(부산 사상), 김형오(부산 영도), 허원제(부산 진갑), 허태열(부산 북·강서을), 박근혜(대구 달성군), 유재한(대구 달서병), 주광덕(경기 구리), 홍일표 후보(인천 남갑), 권경석(경남 창원갑), 최경환(경북 청도), 김문일 후보(담양·곡성·구례), 김경회(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 등이 있다.

통합민주당 후보로는 최인기(전남 나주․화순), 박상천(전남 고흥·보성), 김효석(담양·곡성·구례) 후보 등이 있다. 또 자유선진당 조재호 후보(경기 구리), 무소속 김홍업 후보(전남 무안·신안), 무소속 김무성 후보(대구 남을) 등이 토론회 불참을 통보했다고 한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 통합민주당 박상천 대표 등 우리 정치계를 이끌어가는 명망있는 후보들까지도 토론회 참석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거듭 강조하건대 선거방송토론회를 회피한다는 것은 다른 후보와의 선의의 경쟁을 벌이지 않겠다는 뜻이며, 지역 주민들과 책임 있는 답변을 해야 할 자리를 거부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특히 당선이 유력시되는 후보자들이 토론회를 거부하는 것은 지역주민을 무시하는 오만방자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토론회를 기피하는 것은 곧 국민과의 만남을 기피하는 것이며, 국민을 주권자가 아니라 단지 표로만 보는 것이다. 

선거방송토론 관련한 선거법은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

현재 중앙 및 전국 각 지역의 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선거방송토론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후보자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토론을 불참하는 경우에도 특별한 제재규정이 없다. 한마디로 선거방송토론과 관련된 법 규정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반쪽짜리 규정인 것이다.

이 때문에 2006년 지방선거부터 지금까지 계속 같은 문제가 발생되면서 선거법 개정요구가 꾸준하게 제기되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선거법을 개정하지 못한 17대 국회의 직무유기는 심각하다 하겠다. 따라서 2008총선미디어연대는 다음 선거가 있기 전에 선거방송토론이 강제될 수 있는 방향으로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함을 거듭 강조한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개선방안은 앞으로 좀 더 모색해봐야겠지만, 우선 초청대상자들이 스스로 참석승낙서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는 조항을 불참사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바꾸는 등 선거방송토론을 보다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당한 사유 없이 토론회 불참을 통보할 경우 선거비용 보전 비율을 조정하는 등 다양한 제재조치를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현재 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공직선거법 제 82조의2제3항에 의해 합동토론회가 무산될 경우, 합동연설회를 개최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나 방송·통신 융합 등의 다매체 환경에서 선거방송토론회와 합동연설회 중 하나만을 택일하도록 되어 있는 현 제도는 유권자와 후보자 모두에게 너무 부족한 것이 아냐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선거방송토론회와 합동연설회를 모두 할 수 있도록 하되, 선거방송토론을 거부한 경우 연설도 할 수 없도록 하는 등의 개선도 고려할만하다. 이는 미디어선거 시기에 보다 많은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정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며 선거방송토론 불참을 예방하는데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의 선택이 중요하다. 이제 특정 정당이나 지역주의에 의존한 '묻지마' 투표를 하거나, 여론조사 결과에 지나치게 의존해 '될 사람'을 찍는 투표가 아니라 정당과 후보의 정책과 자질검증을 우선시하는 투표 문화가 절실한 때이다. 더불어 이번 선거에서는 선거방송토론회 참석을 회피한 후보들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2008총선미디어연대 홈페이지 http://www.vote2008.or.kr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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