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연인들이여, 당신들이 부.럽.다
[자전거 세계일주 66] 멕시코 과달라하라(Guadalajara)
▲ 뜰라께빠게 마리아치 팀들 중 규모가 작은 편이다. 레스토랑에서 손님들에게 얼마 간의 돈을 받고 공연한다. ⓒ 문종성
사람 마음 참 간사하다. 혼자 자유를 외치고 싶어 떠나온 길인데 좋은 것에 혼자일 때는 두고두고 아쉽기만 하니 말이다. 마지막 시간을 잡으러 나온 연말 과달라하라 풍경은 그 어느 곳보다 생기가 넘친다. 사람들의 표정에선 빈부를 읽어낼 수 없고, 거리의 분위기로는 사회문제를 찾아볼 수 없다. '연말', 그리고 '함께'가 만들어 내는 장면들이다.
해질녘 카떼드랄 뒤편을 산책해 보기로 했다. 노을을 배경으로 햇살이 미치는 구석구석까지 땅을 밟아보자. 탐스럽게 감춰진 에스프레소의 텁텁한 맛이 혀에서 까탈대면 걸음을 잠시 멈춰 세워 자판기 커피를 그리워하는 감정의 사치도 녹여 내리는 곳, 과달라하라. 홀로 위풍당당한 대성당을 시선의 뒤로 돌리고 걷다보면 감춰졌던 과달라하라의 넉넉한 속살들이 보인다. 구라파 풍의 건축물들이 도열해 있는 따빠띠아 광장(Plaza Tapatia) 거리엔 너의 풍요로운 미소와 나의 빈곤한 웃음이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물방울들 사이를 요란하게 메우고 있다. 한없이 늘어진 게으름으로 공간을 헤매는 순간은 서든데스의 마지막 한 점처럼 지독하게 갈급하지 않아 좋다. 근대 역사가 담겨진 호스피시오 카바나스(Hospicio Cabañas)도 무관심으로 훑고 지나가면 너른 광장에 주체 못할 자유가 펼쳐진다. 어떻게든 누리지 않으면 안 될 기세로 일탈본능을 세차게 깨워낸다.
▲ 주전부리거리를 산책할 때 간식으로 먹으면 좋은 사탕수수. ⓒ 문종성
▲ 마술 공연광장에서 마술공연 중. 간단한 눈속임에도 사람들은 호기심 가득하게 바라본다. ⓒ 문종성
▲ 예뻐.호스피시오 카바나스(Hospicio Cabanas)앞에서 자전거 타는 아이. 웃음이 해맑아서 예쁘다. ⓒ 문종성
▲ 십대 커플열 여섯의 상큼한 청춘 안토니오와 카르멘. 세 번이나 만날 줄이야. ⓒ 문종성
▲ 화려한 드레스대성당 뒤로 드레스 샵들이 이어진 거리를 걷다 보면 결혼에 대한 낭만과 환상에 빠져볼 수 있다. ⓒ 문종성
▲ 십대 커플젊음이 좋다. ⓒ 문종성
"저기요! 안녕하세요?"
"뭐야? 또 너희들이야?" "또 만났네요. 우리 분수 배경으로 사진 좀 찍어줄 수 있어요?" "물론." 세상에, 또 그 커플이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벌써 세 번째 만남이다. 그래서인지 이번엔 먼저 아는 체를 한다. 그리고 남자애의 이름이 안토니오, 여자애의 이름이 카르멘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둘 다 열 여섯이라니 상큼함 앞에 감히 마주한 내 나이가 어쩐지 고리타분해 보인다. 그래, 젊음이 좋다. 맘껏 자유해라. 그리고 맘껏 방황해라. 단, 돌아올 수 있을 만큼만. 사진만 얼른 찍고 혹시 내 홀로 외로운 시선을 눈치채지 않을까 헤어짐의 인사는 가급적 짧게 한다.
▲ 어울려?마리아치 청동 동상 옆에 앉은 꼬마. ⓒ 문종성
▲ 마리아치 공연주말에 뜰라께빠게 중심에 가장 큰 레스토랑(여러 레스토랑이 모여있다)에 가면 마리아치 공연을 볼 수 있다. ⓒ 문종성
▲ 마리아치 공연그래도 가장 흥이 나는 공연은 연인석에서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러 줄 때. ⓒ 문종성
덧붙이는 글
세계 자전거 비전트립 홈페이지는 http://www.vision-trip.net 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