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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 비틀어진 빵 한조각을 베어무니...

사랑하는 딸 위해 오래된 빵을 먹었습니다

등록|2008.04.04 20:22 수정|2008.04.04 20:22
엊저녁 21시 출근해 밤새 일했다.
06시까지 8시간 일하고, 08시까지 추가 2시간은 잔업이다.

아침 잔업 시간에 먹으라고 빵과 음료가 지급되었다.
아침 06시, 허기를 달래려고 빵과 음료를 집어들었다.
그 옆에는 어제 먹다 남은 말라 비틀어진 빵 한조각이 있었다.

나는 하청 노동자고
나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원청 노동자라면, 정규직 노동자라면, 쓰레기통에 버리고도 남았을 빵.
그 말라 비틀어진 빵 한조각이 내겐 멀쩡하게 보였다.

엊저녁 받은 새 빵은 고구마 앙금빵.
사랑스런 딸이 유난히도 좋아하는 빵.
난 어제 타놓은 그 새 빵을 무심코 뜯어 먹으려 했다.
그 순간 사랑스런 딸이 빵 위에 어른거리며 나타났다.
"아빠, 나 이 빵 좋아하는데…."
해맑은 웃음을 머금은 채 딸은 말했다.

난 슬그머니 어제 나온 고구마 앙금 빵을 가방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옆에 있던 말라 비틀어진 빵 한조각을 꺼내서 물었다.
마치 깡마른 과자마냥 으드득 거리며 부서졌다.
조심스럽게 말라 비틀어진 빵 한조각을 씹어 삼켰다.
음료수도 한모금 먹어가면서.

오늘 아침 나는
원청 노동자라면 당연히 쓰레기통에 버렸을
정규직 노동자라면 그냥 쓰레기통에 버렸을
그 말라 비틀어진 빵 한 조각을
음료수와 함께 다 먹었다.
배고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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