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는 '당당'하고, 특검은 피의자 '예우'하고
[현장] 이건희 회장 전격 소환, 그러나 기대 접은 까닭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4일 오후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특검팀은 e-삼성 사건과 미술품 의혹 수사에서 별다른 결론을 내놓지 못한 채 삼성의 항변을 고스란히 인정했다. 특히 e-삼성 사건의 경우 구조조정본부의 개입은 인정했지만 삼성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혐의로 기각하는 이해하기 힘든 결정을 내렸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특검팀은 기자들의 질문에 기대를 접을 수 밖에 없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조준웅 특검, 이건희 회장 예우 차원에서 조사받기 전에 잠시 만날 것"
▲ 윤정석 특검보 ⓒ 남소연
예상을 벗어난 대답에 놀란 기자들은 "피의자를 특검이 예우하는 것이 사리에 맞나"며 따져 물었다. 윤 특검보는 "조사하러 직접 오시고, 조사주체가 특검이니...(면담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얼굴만 잠깐 보고 간다는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기자들은 "조 특검이 직접 조사한다는 뜻이냐. 어제(3일)는 특검보 3명이 돌아가며 수사할 것이라 하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윤 특검보는 "조서를 작성하는 이런 조사는 특검보가 중심이 돼서 할 것"이라며 갑자기 불거진 독대 논란을 진화하려 애썼다.
그러나 기자들의 의심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다. 조준웅 특검은 지난 13일 두번째로 소환된 이 부회장과 1시간 동안 독대했다. 다음 날 기자들이 '독대의 필요성'을 묻자 특검팀 관계자는 "면담이 아니라 여러 가지 확인할 사항들을 문답하는 조사의 과정"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윤 특검보의 "필요하다면 재소환 할 수 있다"는 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기자들이 "조사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오늘 내로 다 끝낼 수 있겠냐"며 "이 회장을 다시 소환할 것인가"라고 재차 질문했다. 이에 대해 윤 특검보는 "필요에 따라 고려해보겠다는 의미"라며 "아무래도 오늘 내에 끝내야 하지 않겠냐"며 당초의 입장에서 일보 후퇴했다.
또 김용철 변호사가 직접 뇌물을 건넨 적도 있다고 밝혔던 김성호 국가정보원장의 경우, 김 원장이 취임 전 서면조사만 받았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윤 특검보는 "언급하기 힘들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조사계획은 있는 거냐"라는 질문에는 "그렇게 어려운 질문을..."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피의자 앞에서 '예우' 운운하는 초라한 특검
▲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와 관계자들이 4일 오전 한남동 삼성특검 사무실 앞에서 이건희 회장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남소연
이날 이 회장은 피의자로 언론 앞에 섰지만 특검팀보다도 더 당당했다. 피의자의 당당함(?) 앞에 오히려 '예우'를 논하는 특검팀의 모습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진보신당 당원들은 "특검은 삼성의 변호사인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