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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를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그 추억을 새로이 만들어 주는 홈즈 소설 3편

등록|2008.04.06 11:50 수정|2008.04.06 15:10

▲ <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겉표지 ⓒ 황금가지


셜록 홈즈만큼 인기 있는 주인공이 있을까? 작가가 소설 속에서 죽게 만들자 독자들의 항의가 빗발쳐 다시 살아났던 희귀한(?) 경력을 지닌, 추리소설을 말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명탐정 셜록 홈즈! 그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디에서나 인기가 있다.

요즘 서점에 가보면 이 남자를 떠올리게 하는 책들이 두루 보인다. 출판사 황금가지에서 내놓은 ‘새로운 셜록 홈즈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이것은 셜록 홈즈 탄생 120주년을 맞아 세계의 작가들이 셜록 홈즈를 기리며 쓰는 것으로 국내에는 2권이 소개됐다. 셜록 홈즈 팬이라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책이다.

내용은 어떨까? 첫 번째 <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은 우리가 알고 있던 소설과 다르게 왓슨이 아니라 홈즈가 화자로 등장하고 있다. 뿐인가. 홈즈의 나이가 93세에 이르렀다. 탐정생활을 접은 뒤 집필을 하는데 전념하고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다.

셜록 홈즈의 나이가 나이인 만큼, <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은 추리적인 요소가 약하다. 물론 셜록 홈즈 특유의 관찰력이 살아있으며 그것으로 몇 가지 가슴 아픈 사건을 풀어내기도 하지만 한창 때의 셜록 홈즈에 비한다면 그런 모습은 소소한 일처럼 보인다. 대신에 <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셜록 홈즈의 인간적인 모습이다.

노년의 셜록 홈즈는, 쓸쓸함을 느끼기도 하고 잃은 것을 아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이라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셜록 홈즈의 팬이라면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때로는 자부심이 넘어 자만감이 보였던 사람이 바로 셜록 홈즈다. 인간적인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었는데 <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에서는 그것을 바라보게 해주고 있다. 명탐정의 활약을 볼 수는 없지만, 명탐정을 다른 면모에서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는 셈이다.

▲ <셜록 홈즈 이탈리아인 비서관> ⓒ 황금가지

뒤이어 소개된 <셜록 홈즈 이탈리아인 비서관>은 <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에 비하면 셜록 홈즈의 활약상이 크게 부각됐다. 이 소설은 기존의 소설에서 그랬듯 셜록 홈즈에게 사건 의뢰가 들어온다.

평소의 셜록 홈즈라면 거절하지는 않지만, 시큰둥하게 사건을 알아보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사건이 셜록 홈즈의 형 마이크로프트 홈즈와 연관이 있을 뿐만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셜록 홈즈는 우리가 자주 봐왔던 모습처럼, 왓슨과 함께 사건 현장을 향해 출동한다. 그 과정에서 폭탄 테러를 당하기도 하지만 이내 그는 사건의 모든 것을 파악해가며 능숙하게 해결해내는 명탐정을 모습을 보여준다. 셜록 홈즈를 그리는 사람들이 가장 그리워했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의 소설들 구조를 그대로 따라한 것은 아니다. 전체적인 구조는 비슷하지만 ‘미신’이나 ‘초현실적’인 것에 관한 셜록 홈즈의 생각을 새로이 볼 수 있다. 물론 그것이 셜록 홈즈에게 어울리느냐, 어울리지 않으냐 하는 논쟁이 생길 수도 있을 법하지만, 어떠하겠는가. 어쨌거나 셜록 홈즈를 기리는 시간으로 충분할 것이다.

▲ <셜록 홈즈의 유언장> ⓒ 현대문학

두 작품을 언급하다보니, 또 한 작품을 빼놓을 수 없다. <셜록 홈즈의 유언장>이다. 이 소설은 코난 도일과 셜록 홈즈에 바치는 오마주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만큼 셜록 홈즈 시리즈의 모든 것을 그대로 차용했다. 소설은 셜록 홈즈가 사망했다는 소식과 함께 그에게 유언장이 있다는 소식으로 시작한다.

이곳에서는 충격적이라 알릴 수 없었던 사건이 공개되는데 셜록 홈즈는 죽어서까지 그것을 풀어내려 한다. 그런 셜록 홈즈를 보는 것은 물론 레스트레이드와 같은 경찰들까지 등장한다는 것이 반갑다. 닮은 것으로 치자면, 앞의 두 작품보다 이 소설이 단연 앞장선다.

그러나 세 소설 모두 셜록 홈즈의 팬에게는 못마땅할 것이다. 코난 도일이 쓴 셜록 홈즈 시리즈에 비하면 단점도 많이 보일 것이고 만족도도 충분하지 못할 것이다.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소설들을 비난할 것인가. 아니다.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못마땅해 하는 팬들조차 반길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들은 소중한 추억을 되살리는, 그리고 상상하는 시간을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셜록 홈즈를 좋아하는가? 이 책들은 그 추억을 꺼내 새로이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다. 좋아한다면, 이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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