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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국립현대미술관 관장 퇴진논란 유감

등록|2008.04.07 10:56 수정|2008.04.07 10:56
나는 미술관을 자주 찾는 편이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마주하면서 그동안 쌓인 시름들을 벗는다. 작품은 작가와 나 사이의 대화의 장이자, 생각할 실마리를 던져준다. 이렇게 작품을 실컷 보고  나면 한결 홀가분한 기분으로 미술관을 나서게 된다.

그 작품이 유명하건 유명하지 않건, 작품이 주는 그 만의 언어에 취하고 작품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맛은 작품을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만큼 작품을 선정하고 전시하는 과정에서 큐레이터의 전문성은 무척 중요하다. 관람자의 시선을 잡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마중물과 같다.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국공립미술관의 운영은 관람자들을 배려하지 않는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 대부분이고, 작품의 선정과 질에 있어서도 볼만한, 또는 보고 싶은 수작을 만나기가 어렵다. 이런 와중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뒤샹의 작품을 구입하였다니, 2만 달러 시대의 미술관으로 변모하려는 가 보다. 반갑다.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의 퇴진논란은 우리 미술관의 현실을 재는 바로 미터다. 뒤샹의 작품의 구입경로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당연히 그런 일들을 고쳐 나가야 할것이다. 하지만, 뒤샹의 수작을 우리나라 미술관에서 쉽게 만날수 있다면 이 또한 커다란 행운이다. 그런 작품을 구입하고 관람객에게 서비스를 하겠다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야심찬 계획이 사뭇 기대가 된다.

미술관은 영구적인 비영리 문화교육기관이다. 관람자들을 위해 교육과 위락, 정보서비스를 하는 평생교육기관이기도 하다. 이런 목적에 걸맞는 운영에는 전문적인 식견과 안목이 요구된다. 미술관은  전문성을 가지고 관람자들을 교육해야 하는 곳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임기가 다하지 않은 관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술관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첫째가 전문성, 둘째가 관람자를 위한 서비스다.

미술관은 전문성을 보장받아야 할 뿐아니라 평생교육기관으로 관람자의 교육, 위락, 정보서비스를 책임지는 기관이어야 한다. 이럴진대, 상위기관의 시녀노릇을 해야 한다면 미술관의 진정한 의미는 담아내기 어렵다. 시대를 막론하고 미술관은 정치이데올로기를 겪었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시점에서 부끄럽기 그지 없는 일이다.

관람자는 미술관에서 예술의 진정성을 느끼고 발견하고 싶다.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과 대화하고 그들의 언어를 나름 즐기고 싶다. 비싼 여행경비를 들이지 않아도 우리의 세금으로 유명작가의 수작을 편히 우리의 미술관에서 자주 볼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참 좋겠다.

이제는 미술관에 걸리는 작품들이 정치이데올로기에 좌지우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문제작이라는 것도 보고 싶고, 순수 예술 작품도 보고 싶다. 판단은 관람자에게 맡기는 그런 전시를 만나고 싶다. 그것은 소신있고, 진정 예술을 사랑하는 안목있는 큐레이터의 전문성에나 가능하다. 그 고유한 영역을 인정할 때 우리는 미술관에서 진정 세계인으로 발돋움하는 기회를 얻을 것이다.

문화는 곧 우리의 삶이다. 미술관은 우리 가난한 관람자들의 문화향유권을 보장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진정한 평가는 관람자에게 얼마나 양질의 서비스를 했는가에 달려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의 퇴진논란 이전에 서비스의 질에 주목하여야 한다. 이제 자리다툼은 그만하고 관람자의 요구가 무엇인지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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