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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사설 신변보호를 할 수도 없고”

시골 등하교 길 '아동 안전지킴이 집' 없어

등록|2008.04.19 12:15 수정|2008.04.19 12:15

하교길학교 앞은 괜찮은데, 한적한 길에 접어들면 무섭습니다. ⓒ 김강임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원주(8)는 하교 시간만 되면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집에까지 혼자 갈 생각을 하니 걱정이 됩니다.

 “오늘도 엄마가 데리러 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원주는 자꾸만 교실 창밖을 두리번거립니다. 원주가 학교에서 집에 까지 가는 시간은 15분 정도. 등하교 길 치고 그리 먼 길은 아닙니다. 그러나  원주에게 15분 하교 길은 고통의 시간입니다.

시골 등하굣길 '아동 안전지킴이 집'도 없어

원주가 사는 곳은 제주시내에서 차량으로 30분 정도 떨어진 곳. 행정구역상으로는 시내 권에 속하지만 시골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다 보니 학교주변 마을길은 한적합니다. 학교 앞에는 국도가 있어 차량의 흐름이 많습니다.

하지만 마을 안길에 접어들면 꼬불꼬불 이어진 시골길은 사람들의 통행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또한 시골길에는 4월 14일 전국적으로 문을 연 '아동 안전지킴이 집'도 없습니다. 때문에 꼬불꼬불 이어진 시골길 어디선가서 꼭 낯선사람이 나타날 것만 같습니다. 원주의 등하굣길은 늘 불안합니다.

 “ 혹시 골목에서 나쁜 아저씨가 튀어나오지나 않을까. 행여 수상한 아저씨가 내 손을 끌어당기지나 않을까?”

원주는 지나가는 승용차 만 보아도 가슴이 콩당콩당 뜁니다.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어린이 납치사건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날마나 엄마가 데려다 줘야 하는 번거로움등하교 길에는 늘 부모가 데리러 와야 하는 번거로움, 언제쯤 혼자 걱정없이 학교에 오갈 수 있을까요? ⓒ 김강임

아침마다 학부모도 같이 등교

 아침 8시 30분, 학교 갈 채비를 끝낸 원주가 현관에서 서성입니다. 입학한지 벌써 두 달이 되지만 원주는 학교를 혼자 갈 수가 없습니다. 유치원에 다닐 때는 집앞까지 유치원 차가 데리러 왔지만, 이제는 혼자 걸어서 학교에 가야합니다.
 원주는 아침마다 현관 앞에서 엄마에게 데려다 달라고 심통을 부립니다. 원주 엄마는 혹시 등굣길에 무슨일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 아침마다 교문 앞까지 데려다 주고 있습니다.

학교 앞에는 원주엄마처럼 아이를 데려다 주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모든 학부모님들이 어린이 유괴사건에 대한 염려 때문이지요. 하지만 경제 활동을 하는 학부모님들은  그 고충이 말이 아닙니다. 

 1시 50분, 드디어 원주는 수업이 끝났습니다. 교문 앞에선 원주는 두리번거렸지만 엄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원주는 집에 까지 가는 친구가 없으니 하는 수 없이 터벅터벅 혼자 걸어갑니다. 그런데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어린이 유괴사건  화면에 자꾸만 떠오릅니다. 원주는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눈이 퉁퉁 부어 옵니다. 하굣길이 지옥 같습니다. 아이가 하교시간마다 혼자오지 못하고 울어대니 원주엄마도 하교시간만 되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사설 신변보호를 할 수도 없고..."

 아이가 하교시간마다 울고 집에오니, 원주 엄마는 하교시간만 되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시골마을의 등하교 길은 한적하고 사람의 통행이 많지 않으니 어린이들은 무서울수밖에요.
 
학교 인근에는 파출소와 관공서가 있습니다. 하지만 마을길을 순찰하는 경찰아저씨는 한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지역의 자율방범대원과 녹색어머니회가 구성돼 있지만 등하교 시간만 교문앞에서 교통정리를 할 뿐이지요.

 그렇다보니 학교에서 떨어진 마을길은 늘 우범지역입니다. 파출소에서 시간대별로 순찰을 한다든지, 어머니 자율 방범대원과 지역사회 방번대원들이 수시로 마을을 순찰하면 좋겠지요. 물론 요즘 실행하고 있는 청소년 폭력 지킴이 선생님들이 있지만 교외활동은 활성화 되고 있지 않습니다.

원주는 언제쯤 등하굣길이 즐거울까요?  학교와 지역사회, 관계기관의 대책마련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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