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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소리 속에서 행복을 느끼다

등록|2008.04.07 14:50 수정|2008.04.07 20:12

꿈을 펼쳐보자 ⓒ 정호갑


부산국제외국어고등학교에서는 토요일 4교시를 체력향상의 날로 지정하고 학교에서 해운대 동백섬까지 전교생이 걷기에 참여한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그것도 흔히 말하는 특목고인 학교에서 소중한 시간을 내어 왜 이러한 행사를 개최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걷기에 따라 나섰다.

교문을 나서며 벚꽃 길을 걸으니 교실에서 마주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니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봄 햇살보다 더 따뜻하고, 재잘거리는 모습이 그 어떤 화음보다도 더 아름답다.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란히 걷고 있는 아이들 틈에 들어가 슬며시 귀를 기울여 본다.

벚꽃길을 걸으며 ⓒ 정호갑


학생 : 선생님 아들이 대학 1학년이라던데 소개시켜 주지예?
교사 : 내가 소개 시켜 주고 말고 할 것이 있나? 니가 직접 찾아가라.
학생 : 잘 생겼어요?
교사 : 그럼, 내 닮았으니까.
학생 : 선생님 아들 만나러 서울로 대학가야겠네.
교사 : 그래, 니는 잘 할 수 있을 거다.

교장선생님과 대화도 나누고 ⓒ 정호갑


교실에서는 나눌 수 없는 이러한 대화로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 정이 샘물처럼 솟아남을 느낀다. 부산국제외고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한다. 그러다 보니 선생님이 부모님의 역할도 해야 하는 한다. 학생들과 허물없는 이러한 대화로 신뢰를 키워나가기에 학생들은 교사를 부모처럼 믿고 잘 따르는 것은 아닐까.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도 가지며 ⓒ 정호갑


또 친구들끼리 재잘거리면서 화사한 봄날을 마음껏 누리는 아이들 틈에 슬며시 끼어들어본다. 연예인들에 대한 이야기, 친구들의 이야기, 선생님들의 이야기, 하지만 고3인 그들에게는 대학 문제는 비켜 나갈 수 없는 모양이다.

모의고사 성적 진짜 마음에 안 드네.
그래도 니는 괜찮다. 서울로 갈 수 있으니. 나는 뭐꼬!
니는 이번에 못 나와서 그렇지 잘 한다 아이가.
마, 다 괜찮다. 선생님이 뭐라카데? 아무리 아름다운 꽃들도 흔들리면서 핀다고 안 하더나.
우리도 우리끼리 따뜻하게 감싸 안으며 우리 꿈만 키워나가면 된다.
맞다. 아직 200일이나 넘게 남았다.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아이들끼리 힘듦을 나누고 서로를 위로하는 말들을 엿들으니 봄 햇살이 참 따뜻하다. 친구들 틈에서도 말없이 걸어가는 아이도 있다.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물어보니 지금 이 길을 걸으면서 자기의 인생길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걸어 온 길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어떻게 걸어갈 지도 생각한단다. 꽤 철학적이다.

바다를 보며 ⓒ 정호갑


어느덧 해운대 바다에 다다랐다. 한 아이가 "바다는 나의 희망이다"고 외친다. 왜 바다가 희망이냐고 물으니, "나의 가능성이 무한하고, 그리고 저 바다 건너가 바로 나의 미래의 터전이기"에 그렇단다. 교실 안에서 말하는 호연지기가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

단순히 체력만 단련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선생님과 학생들이 서로의 정을 나누면서 믿음을 쌓아가며, 그리고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호연지기를 키워가는 이 모습들이 얼마나 아음다운가? 이렇게 자라는 아이들이 우리들의 희망이 아닌가? 이러한 아이들을 길러내는 것이 우리 교육이 아닌가?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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