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아가는 아빠하고 함께 하는 태교를 좋아해요

[아가와 책 95] '흔들어 박사' 김창규의 <남편과 함께 하는 태교 데이트>

등록|2008.04.07 20:06 수정|2008.04.08 08:26

▲ 책 <남편과 함께 하는 태교 데이트> ⓒ 연이


언니가 임신했을 때, 원체 다정다감한 성격인 형부는 매일 같이 태교 동화를 읽어주었다고 한다. 그게 효과가 있었는지 언니네 애는 참 자기 아빠를 잘 따르고 좋아한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녀석이 아빠를 보고 싱긋 웃는 게 너무도 신기했다.

책 <남편과 함께 하는 태교 데이트>는 김창규 연이 산부인과 원장이 쓴 것으로 아빠가 함께 하는 태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한다. 책의 첫 장을 넘기자마자 나오는 소제목이 바로 '임신부의 주치의는 바로 남편입니다'라는 구절이니 이 책을 읽는 아빠들은 저절로 각성될 법하다.

남편이 보기에는 배만 볼록 나왔지 아무렇지 않은 듯하지만 임신부의 몸은 그야말로 매일 같이 무수한 변화를 겪는다. 임신 초기에는 입덧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기도 하고 치주염과 같은 예상 밖의 병들로 고생을 하기도 한다. 초기가 지나서 입덧으로부터 좀 벗어났나 싶으면 배가 나오면서 허리가 아프고 제대로 누워 있기도 힘든 지경이 된다.

남편들은 아내의 이런 고통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괜히 아내가 임신을 핑계로 투덜거리고 투정을 부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옛날 어르신들의 말씀처럼 열 달 동안 사람 몸에 사람 하나가 더 들어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헤아려 본다면 아이 하나 낳는 일이 그렇게 만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아내가 맞벌이 임신부라면 아내의 수고로움에 더더욱 박수를 보내야 한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가사일과 임신이라는 힘든 일을 동시에 하고 있는 아내에게 꽃이라도 한번 안겨 주는 것이 남편의 도리일 것이다. 아내 대신 장을 봐 준다거나 과일이라도 사서 퇴근길에 돌아온다면 아내는 모든 힘겨움을 잊고 남편을 향해 웃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임신부가 스트레스나 충격을 받을 때 임신부의 몸에서는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이것은 탯줄을 통해 태아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태아의 방어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가 태아에게 직격탄으로 날아가는 것이다. 아드레날린이 증가하면 자궁혈관과 태반혈관이 수축되고 이로 인해 태아에게 가는 혈액의 양이 줄어들게 된다. 결국 태아의 뇌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산소 공급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많은 이들은 태아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그의 능력과 심정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태동을 직접 느끼지 못하는 남편들은 더더욱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흔히 임신 중의 아내가 받는 스트레스에 무심한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아이의 뇌를 해치고 건강을 위협하는 좋지 않은 태도다.

남편이 조금만 더 배려를 하여 아내를 위로하고 즐거운 마음을 함께 할 때에 비로소 세상에 태어나는 새로운 생명도 행복의 끈을 잡고 나온다. 웬만하면 부부 싸움도 남편이 조금 더 참는 너그러운 자세가 필요하다. 임신 중의 아내는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능력이 평소보다 더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너무 신기하게도 태아에게는 예민한 청각 기능, 억양 구분 능력이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목소리에 반응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태아는 외부 음향 중 약 30퍼센트를 인식하는데 억양은 모두 감지한다고 한다. 그러니 엄마, 아빠의 독특한 음색을 구별하고 배를 차는 행동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영어 조기 교육 바람과 함께 영어로 태교 하기 열풍도 만만치 않다. 이런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혼자서 책을 들여다보며 영어 공부를 하는 것보다 테이프를 듣거나 집에서 영화를 보며 자연스럽게 태아에게 영어를 접하도록 하는 것도 좋겠다. 괜히 엄마가 공부한답시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태교가 될 것이다.

임신 7개월 이후 태아는 외부의 빛에 반응해 꿈틀거린다고 한다. 특히 임신 말기가 되면 복벽이 얇아져서 태아는 더욱 빛은 예민하게 느끼고 갑작스런 빛을 싫어한다. 내 경우 임신 말기에 영화를 보러 자주 다녔는데, 아이가 태어나고서 조금만 빛이 비치거나 소리가 나도 예민하게 반응을 하여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다.

저자는 임신 후기의 엄마가 영화를 보러 다니는 것은 말리고 싶다고 한다. 수시로 명암이 교차하는 영화관의 스크린이 태아에게 좋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의 스토리를 모르는 태아에게 현란한 빛의 변화는 현기증이 날만큼 어지러운 자극이 된다. 아이가 태어나서 밤과 낮의 경계를 알 수 있게 하려면 밝은 빛을 쐬는 산책을 아침과 저녁에 주기적으로 해주면 좋다고 한다.

첫 애 때는 무심히 지나쳤던 일들인데 둘째를 위해 이 책을 읽다 보니 태교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하게 된다. 엄마 뱃속은 새로이 태어나는 아가에게 따뜻한 보금자리이자 안식처인데 내가 과연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반성해 본다. 아이가 태어나 맞이하는 바깥 환경도 중요하지만 열 달 동안 자라고 있는 엄마 뱃속만큼 생명 탄생 최적의 환경은 없을 것이다.

저자가 권하는 것처럼 매사에 밝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다면 아이도 편안한 열 달을 보내고 행복하게 세상에 태어나리라. 아이 엄마만이 아니라 남편들도 아내가 웃을 수 있는 여러 이벤트를 한 번 마련해 보자.

새삼스레 태교의 중요성을 되새기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한 내 가정이 아니던가! 태교도 그렇고 아이를 낳는 환경도 그렇고 아이가 자라는 이 세상도 그렇고, 행복한 웃음이 가득 머무는 곳이야말로 지상 낙원 그 자체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즐거운 가정 만들기를 위한 맨 처음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