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는 국가안위 위협 사안... 국민투표 부쳐라"
신봉기 교수, 운하 추진 국민투표 제안... "여론 왜곡되면?" 우려도
▲ 신봉기 경북대 법대 교수의 공개 강좌. ⓒ 송주민
“대통령께서 과감하게 운하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친다고 선언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강의 도중, 신봉기 교수는 ‘한반도 대운하’ 추진 여부를 국민투표에 붙일 것을 강력히 제안했다. 운하 사업은 '국가안위'를 위협하는 전 국민적인 중요 정책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총선 이후, 여당의 특별법 추진이 우려되는 현실 속에서 국민들의 여론을 모아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 이상의 해결책이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강의를 듣던 서울대 이준구 교수(경제학부)는 “2/3이상이 보수언론으로 채워져 있는 현실 속에서 왜곡된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지 않겠냐”며 국민투표 방식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7일 오후 3시, 서울대 인문대 학술정보관에서 진행된 ‘한반도 대운하’ 공개강의에서는 총선이 얼마 안남은 상황을 의식하듯, 총선 후 실질적인 구제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이날 강의는 경북대 법대 신봉기 교수가 발제자로 나서 ‘법학적 관점에서 본 한반도 대운하’라는 제목으로 90분이 넘게 진행되었다.
"운하는 국가안위에 영향 미치는 중대 사안... 국민투표 해야"
신 교수는 한반도 대운하가 명백하게 국민투표에 부칠 사항임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헌법 제72조에 명시된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는 내용을 소개한 신 교수는 이 조문을 해석하며 왜 한반도 대운하가 국민투표에 부칠 사항인지를 청중들에게 설명했다.
신 교수는 “조문에 명시된 ‘안위’라는 개념은 군사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편안함과 위태함의 의미도 담고 있는 포괄적인 개념”이라며 “과거 군사독재정권 당시의 입법의도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외부로부터의 침탈’로 이해했지만 현재는 ‘내부로부터의 경제적 위태성도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즉 허황된 공약으로 인해 내부적인 위기가 초래한다고 한다면 이는 명확히 국민투표 사항에 해당된다는 설명이다.
이어 신 교수는 “운하 사업이 ‘북한운하’를 포함하여 ‘한반도 대운하’를 지향하는 대역사의 일환으로서 추진되는 건설 사업이라면, 그 자체로서 중요정책이자 국민투표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운하 추진으로 인해 사회·경제·문화·환경 등 각 분야에서 극단적인 국론분열이 일어날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국민의 의사를 묻는 국민투표는 꼭 필요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신 교수는 “국민투표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부치는 것이지, 국민투표 사항이라서, 혹은 국민이 요구한다고 해서 실시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즉 국민투표 실시 여부는 전적으로 대통령의 재량에 달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과감하게 결단하여 대운하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친다고 선언함이 오히려 국민적인 지지를 얻는 길일 것”이라고 충고했다.
"자칫 여론이 왜곡되어 국민투표가 잘못될 수도 있다"
▲ 공개강좌를 듣고 있는 청중들. ⓒ 송주민
그러나 강의를 경청하던 이준구 서울대 교수는 “국민투표법에서는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규정을 상당 부분 준용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운하 반대운동을 하면 선거법 위반이 되는 것 아니냐”면서 “찬성 측에서는 정부 지원을 비롯하여 많은 자원을 확보하고 있고, 언론마저 여당에 친화적인 보수언론이 2/3이상 되는 상황인데 맞대응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며 국민투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국민투표권은 헌정의 실제에 있어서는 '국민적 정당성'을 표방한 독재정치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고 주장한 원로 헌법학자 허영 교수의 우려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총선 후, 국회내 다수결의 횡포로 인해 ‘대운하 특별법’이 추진된다면 시민단체 등에서 몸으로 막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뒤, “이를 막으려면 위헌소송을 걸든지,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하든지 해야 하는데 대운하 문제는 사법적인 처리 절차보다는 전 국민들의 의사를 묻는 방식이 옳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언론에 의해 여론이 왜곡될 수도 있다는 이 교수의 지적에 대해서는 “심히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편 신 교수는 이 외에도 ‘대운하 특별법’ 제정의 문제점, 대통령 선거공약의 헌법적 한계, 사후적 위법성 판단만을 강조하는 전통 법학의 한계 등 대운하 추진이 갖는 법적인 문제점을 이날 강의를 통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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