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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권고에도 교회 투표소 설치 여전

부산-경남 100곳 넘어, 지난 대선보다 조금 줄어 ...선관위 "어쩔 수 없다"

등록|2008.04.08 10:31 수정|2008.04.08 10:31

▲ 18대 총선에서도 종교시설에 투표소를 설치한 곳이 많다. 사진은 경남선관위 전경. ⓒ 오마이뉴스 윤성효


국가인권위원회가 종교시설 내 투표소 설치를 금지하라고 권고했지만, 18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도 종교시설에 설치되는 투표소가 여전히 많고, 대부분 교회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3월 19일 종교시설 내에 투표소를 설치하지 말도록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권고했다. 중앙선관위도 각 시·도선관위에 공문을 보내 종교시설 내 투표소 설치를 자제할 것을 제시했다.

인권위는 공직선거 시 종교시설에 투표소를 설치하는 것은 헌법 제20조가 보장하고 있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또 "국민 중 일부라도 종교상의 이유로 투표를 위해 종교시설에 들어가는 것을 심리적 부담으로 느끼거나 나아가 투표행위 자체를 꺼리게 된다면 이는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의 실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경남에서는 이번 총선에 120곳 정도 종교시설에 투표소를 설치했다. 지난 해 12월 실시된 17대 대통령선거와 조금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다.

부산은 이번에 총 투표소 860개 가운데 교회가 86개다. 부산진구가 총 91개 투표소 가운데 13개가 교회로 가장 많으며, 대부분 구마다 5~9개 정도가 교회에 투표소를 설치했다. 교회에 투표소를 설치하지 않은 곳은 사하구와 연제구, 수영구, 사상구다.

부산은 지난 대선 때 111개의 종교시설에 투표소를 설치했으며, 이 가운데 94곳이 교회였다.

경남은 이번 선거에서 총 910개 투표소 가운데, 20곳이 종교시설이다. 경남은 지난 대선 때 교회를 포함한 종교시설에 설치한 투표소는 24곳이었다.

선관위 측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남선관위 관계자는 "종교시설의 투표소가  많이 줄였지만 편의시설 등에 있어 어쩔 수 없다. 바로 바꾸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부산선관위 관계자는 "투표소는 웬만하면 1층에 설치하려고 한다. 안전시설과 장애인 편의시설 때문이고 주민들이 쉽게 찾아 올 수 있어야 한다"면서 "종교시설을 피하려고 했지만 잘 안됐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도 방학기간이 아니고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는 학교가 많다. 투표 하루 전날부터 준비를 해야 하는데, 학교 측에서는 학생들이 있는 상황에서 빌려주지 않으려고 한다. 교회를 빼고 빌릴 만한 곳이 없다. 중앙선관위에서도 종교시설을 배제하라고 했지만 여의치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종교자유정책연구원(아래 종자연)은 '종교시설 투표소'와 관련해 위헌 청구를 하기로 하고 청구인을 모집한다. 종자연은 이번 총선에서 종교시설이 투표소로 설치된 것을 확인한 뒤 위헌소송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종자연은 홍보물을 통해 "종교시설 투표소에 대해 해당 선관위에 항의전화하고, 종교시설 투표소 불법 선․포교 행위 신고하기, 종교시설 투표소를 대체할 수 있는 노약자·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가능한지 살펴 인근 공공시설이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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