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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못하게 된 당진군민... 누가 책임지나

[取중眞담] 위장전입은 빠르게, 주소지 환원은 느리게

등록|2008.04.08 20:07 수정|2008.04.08 20:07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우려가 현실로!' 

어제(7일)  KBS가 당진군 위장전입 논란 '그 후'에 대한 보도 일성이다.

시 승격을 위한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위장전입 사태와 관련 민종기 당진군수는 지난 3일 담화문을 발표했다. '시 승격 추진과정에서 부당한 전입이 있었고 책임을 지겠다'는 요지였다.

이어 "이번 총선에 영향이 없도록 위장전입된 주소지를 신속히 바로잡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선거를 하루 앞둔 지금까지 당진군수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공연시설인 텅빈 '문예의 전당'에 299세대의 주인 없는 유권자 앞으로 투표안내문과 선거공보가 발송됐다. 새마을 회관에도, 보건소에도 선거공보가 배달됐다. 당진읍의 한 건강원에는 85세대 분의 선거 공보가 배달됐다고 한다.

참정권이 '시 승격'보다도 못한가

▲ 당진군은 시 승격에 필요한 당진읍 인구 5만명을 채우기 위해 대규모 불법 위장전입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은 관련 KBS보도 화면 ⓒ 심규상

이 곳은 모두 언론에 의해 여러 차례 위장전입지로 지목됐던 곳이다. 문예의 전당·새마을 회관·건강원 등은 여러 언론이 구체적인 위장전입 세대 수까지 적시했다.  그런데도 당진군과 당진군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일이 코 앞에 올 때까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문제는 군민들의 참정권이 제약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사태가 재현될 공산이 커졌다.

실제 당진군은 위장전입 영향으로 지난 대선에서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지난 총선에서는 불과 9표 차로 당락이 갈렸다.

7일 염윤상 당진읍장이 군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 글도 논란이 될만하다. 염 읍장은 이 글에서 위장전입 사태와 관련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새삼 머리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염 읍장은 "시 승격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일이었고, 주민등록전입 업무는 군민의 일상생활과 직결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추진했다"고 강변했다. 이어 "앞으로 불합리하게 전입된 주민등록을 원래의 거주지로 환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닷새 전 총선에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는 군수 약속의 재탕이다. 당장 내일이 선거이고 위장전입지로 배달된 선거공보물이 넘쳐나는 판에 '앞으로 환원'하겠단다. 거기다 '신중하게 위장전입을 추진했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눈길 가는 '선거방해죄'

군수와 읍장에게는 '민주주의 꽃'이라 불리는 투표와 참정권도 하챦아 보이는 걸까? 시 승격이 참정권보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군수와 읍장이 한 표의 권리를 얻기위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피를 흘렸는지는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거창하게 민주시민의 권리가 아니더라도 '주소지 불일치'는 염 읍장의 언급처럼 국민기초생활자·신용불량자·일용직 노동자 등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공무원들에게는 위장전입이 승진을 보장하는 보증수표일지 모르지만 서민들에게는 생존권의 문제일 수 있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선거인에게 협박을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선거의 자유를 방해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상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선거방해죄의 주체가 공무원일 경우 형을 가중하도록 하고 있다.

당진군수와 간부 공무원들이 1만여명을 수 개월만에 위장전입한 실력을 왜 바로잡는데는 쓰지 않는지 그것이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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