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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당? 친박? 누구를 찍어야 하노"

[부산 사하갑] 현기환-엄호성, 막판 총력 유세전

등록|2008.04.08 20:58 수정|2008.04.10 14:36

▲ 서로의 코 앞에서 유세를 벌이던 양 후보의 유세차량이 서로를 스쳐지나가며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 정민규

저녁 찬거리를 사러 나온 주부에게 상인이 "그라이까네(그러니깐) 내일은 6번 찍으면 되는기라"라고 말한다. 그러자 꽤 단골로 보이는 손님은 "아이다! 대통령 당을 찍어야 된다 아이가!"라고 맞받아친다. 그런 그들을 스쳐지나가는 또 다른 아주머니, 유세 중인 선거차를 보며 심드렁하게 내뱉는 말. "아이고~ 저거는 머한다고 저래 시끄럽노?"

8일 오후 부산 사하구 괴정시장의 모습이다. 이 짧은 대화 안에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는 현기환 한나라당 후보와 엄호성 친박연대 후보의 팽팽한 지지율, 거기에 30%를 웃도는 부동층의 시선이 모두 담겨있다.

유세기간 동안 '원조 친박' 논쟁까지 벌이며 관심을 받았던 지역구답게 선거 유세 막판까지 양측의 신경전은 대단했다. 특히 이 날은 양측을 지원하기 위해 달려온 지원군이 지친 두 후보를 독려하며 지역민에게 한 표를 호소했다.

[친박연대 엄호성] "옐로카드로 한나라당 독선 막아야"

▲ 엄호성 친박연대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부산을 찾은 서청원 대표가 유권자들에게 엄 후보 지지를 부탁하고 있다. ⓒ 정민규

엄호성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대구를 거쳐 부산으로 달려온 서청원 대표는 "3선의 엄호성 후보만이 사하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누차 강조했다. "엄 의원 만한 인물이 한국에는 없다"고 엄 후보를 치켜세운 서 대표는 "이명박 가신들에 의해 쫓겨난 한을 여러분들이 풀어줘야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특히 서 대표는 "한나라당에 옐로카드를 줘야한다"며 "옐로카드로 혼내줘야만 그들의 독선과 오만을 막을 수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어 그는 "5년 뒤 박근혜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앞장 설 것"이라며 "오늘 밤 집에 가서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고 엄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나라 현기환]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달라"

▲ 현기환 한나라당 후보와 박종웅 전 의원이 유세 전 음악에 맞춰 기호 2번을 강조하는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 정민규

현기환 한나라당 후보를 위해서는 사하을 3선의 박종웅 전 의원이 나섰다. 박 전 의원은 "4개월 전 이명박 대통령을 당선시켜준 것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운을 뗀 후 "경제는 대통령의 힘만으로 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줘야 살릴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엄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를 들며 "이렇게 흔들려서야 누가 대통령을 밀어주겠느냐"며 "어차피 될 것이라면 압도적으로 밀어줘야 중앙 정치에서도 힘을 얻어 잘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친박연대는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다"고 말한 박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인데 어떻게 친박연대는 박 대표가 자신들을 지지한다고 말하느냐"며 엄 후보 측을 비난했다.

박 전 의원이 친박연대 측에 공세를 펴고있던 그 순간, 공교롭게도 엄 후보와 수행원들이 탄 유세차량이 바로 앞을 스쳐지나갔다.

지난 유세기간 동안 박빙의 승부만큼이나 과열된 유세전으로 몇 차례 고성이 오고가는 모습을 보였던 양측. 다행히 이날은 별다른 충돌 없이 조용히 상대를 바라보기만 했다. 서로 승리를 장담하고 있는 양측은 하단 5일장 유세를 마지막으로 숨가쁘게 뛰어왔던 유세전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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