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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노동을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된 장묘문화

등록|2008.04.09 08:06 수정|2008.04.09 08:06

산소 주변 정리작업열심히 괭이질을 하고 있는 부자(父子) ⓒ 이유한

전날의 피로가 가시지 않은 아침 7시, 졸린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었다. 식목일 이틑날인 4월 6일. 일전에 약속한대로 아버지와 동생과 할아버지 산소에 찾아뵙기로 한 날이다. 단순히 성묘를 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 최근 2주 전부터 아버지는 근무가 없는 날마다 산소 주변을 정리하는 작업을 해 오고 계셨다. 군대 때문이기도 하지만, 3년간 할아버지가 잠드신 곳을 가보지 못했다. 때문에 아무런 약속을 잡지 않고 아침 일찍 할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향했다.

산소에 가 보니 생각보다 힘든 작업이 될 것 같았다. 산소 주변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어느 정도는 진척이 되어 있었지만, 그 작업을 아버지 혼자 했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 한 편이 쓰라렸다. 오늘 하루 예비역 1년차로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괭이로 땅을 파서 잡초를 뿌리 채 뽑는 일을 맡았다. 그러면 아버지는 그것의 흙들을 털어 건초더미에 올려 놓는다. 미약한 힘이지만, 동생은 꽤 대견스럽게 주변의 커다란 돌들을 정리한다. 그렇게 일은 9시부터 시작되었다.
 괭이를 내려치려던 순간! 겨울 잠에 빠져있던 참개구리를 발견했다. 정말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녀석은 곧 잠에서 깨어 들과 시냇가를 활보하고 다닐텐데 그 꿈을 한순간에 짓밟을 뻔 했다. 겨울잠에서 본의 아니게 깨어 추위에 떨고 있는 녀석을 위해 땅을 파서 다시 묻어주었다. 경칩이 되면 다시 세상으로 나와 마음껏 누비고 다닐 개구리에게 건투를 빈다.

본의아니게 동면에서 깬 개구리추위에 떨고 있는 개구리를 잡으려 하고 있다 ⓒ 이유한

오랜만에 작업다운 작업을 해서일까. 허리와 어깨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을 마치고 아버지의 즐거워하시는 표정을 생각하니 정신력이 더욱 강해지는 듯 했다.

열심히 일하고 먹는 점심의 맛은 세상 그 어느 진수성찬보다 맛있다. 단지 라면을 먹는 데도 말이다. 많이 먹고 부지런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식사를 한 뒤의 노동은 꽤 피곤하다.

점차 요령을 피우게 되고 쉬는 시간도 잦아졌다. ‘왜 편한 납골당으로 모시지 않고 경비, 시간, 에너지 모두 소비해가면서 산소를 관리해야할까’라는 의구심이 생겼다.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께서는 당연하다는 듯 “아버지의 아버지이잖… 너와 우리가 모시지 않으면 누가 모실까”라고 말씀하셨다.

일은 6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아버지께서는 손주 2명이 열심히 할아버지 산소를 위해 힘쓰는 모습이 대견스러우셨던지 약주를 여러 잔 하시고 그 새 잠이 드셨다. 나 역시 피곤했던지 운전대를 잡자마자 몸이 녹아내리는 듯 하였다. 동생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산소와 납골당 문화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분주하지만, 관리가 편하고 저렴한 비용의 납골당. 잦은 관리와 높은 비용이 필요하지만 한적하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산소. 어느 곳이 더 나을까? 물론 사람들은 객관적인 논리보다 자신들만의 주관적인 잣대로 부모님을 모신다. 시신이 훼손되는 것을 꺼려하고 조상들의 풍습을 이어받기 위해 산소에 안치하는 사람들과 저렴한 비용과 편리함 때문에 납골당에 모시는 사람들. 무엇이 낫다고 할 수 없는 듯하다.

정적인 농경사회에서 동적인 현대사회로 급격히 전환되고, 농촌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이주함에 따라 최근에는 납골당 문화가 더 사랑받고 있다. 산소 문화가 앞으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고유의 전통이니까 지켜야 한다는 것 보다 그 자체가 의미있고 좋은 풍습이라고 인식한다면 구시대의 잔여물로만 여길 수도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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