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끼오! 도시로 날아든 기막힌 촌닭
내 분명 촌닭 집에 왔는데...촌닭집이야, 한정식집이야?
▲ 촌닭숯불구이 노릇노릇 구워낸 촌닭숯불구이 ⓒ 조찬현
▲ 쌀밥묵은지닭도리탕은 하얀 쌀밥과 먹으면 기가 막히다. ⓒ 조찬현
"촌닭 먹으러 갑시다."
"오늘은 그냥 가까운 곳으로 가죠. 뭐~"
"그래, 어디로 갈 건데?"
"여서동 촌닭 집으로요."
"도심 한가운데 무슨 촌닭집이 있다고 그래?"
지인이 갑자기 촌닭을 먹으러 가잔다. 그것도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여수 여서동으로. 하도 그 집이 음식을 잘한다고 자랑을 늘어놓길래 못이긴 척 따라나섰다. 내심 ‘잘해봤자 그렇고 그렇겠지 뭐~’ 생각하면서.
찾아간 곳은 여수 여서동의 여문공원 옆에 있는 '꼬끼오' 촌닭숯불구이집. 잠시 후 음식이 선을 보였다. '헌데 이게 뭐야? 내 분명 촌닭집이라고 해서 들어왔는데...' 다 나왔나 싶으면 또 내오고, 그러기를 서너 차례, 20여 가지나 되는 밑반찬이 나왔다.
'세상에 뭐가 이리도 많아' 보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백김치, 주먹만한 크기의 새고막, 찰떡, 쑥떡, 고구마 고추 야채튀김. 맛깔스런 다양한 음식들 눈이 바쁘게 움직인다. 먼저 15가지가 선보이고 다음에 두부지짐이와 닭 가슴살, 부추와 키조개 살을 넣어 만든 전 등을 합하니 무려 20여 가지나 된다. 그러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이거 맛 괜찮은데~ 맘에 쏙 드는데"
▲ 닭볶음‘이거 맛 괜찮은데~’ 맘에 쏙 든다. ⓒ 조찬현
아무튼, 한정식도 아니고 촌닭 한 마리 시켰는데 대단하다.
'어디보자. 이제 음식 맛을 한번 볼까.'
촌닭의 가슴살과 똥집 닭 껍데기 야채(양파, 피망, 청양고추)를 프라이팬에 넣고 갖은 양념에 볶아낸 닭볶음이다. ‘이거 맛 괜찮은데~’ 맘에 쏙 든다.
힘의 상징인 봄 부추와 쑥을 갈아 넣은 부추해물전은 푸른 색감이 봄에 잘 어울린다. 봄 향기가 가득 배어있다. 가오리를 말려서 찜 솥에 쪄낸 가오리찜, 소라와 고둥 등의 이색적인 해산물도 보인다.
집에서 직접 만들어 쫀득함이 유난히 돋보이는 구슬찰떡을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주인장에게 "직업 바꾸세요. 떡 장사로 나서도 되겠어요"라고 농을 건네자 "그런 얘기 많이 듣습니다" 라며 빙그레 미소 짓는다.
이 집의 특징은 밑반찬을 대부분 집에서 직접 만든다는 것이다. 벌교 시골집의 땅속에서 2년을 묵혔다는 묵은지는 약방의 감초 격이다.
"와따! 두부 전을 이쁘게도 부쳐났네."
"도라지가 쌉쌀하니 입맛 돋우는데요."
"벌교 텃밭에서 재배한 6년 묵은 도라지예요."
꿀에 재운 6년생 생도라지는 보성 벌교의 텃밭에서 직접 재배했다는데 잃어버린 봄철의 입맛을 돋운다. 주인장 김인자(49)씨의 밑반찬 하나까지 배려하는 세심함이 돋보인다.
주인장이 개발한 묵은지닭도리탕의 기막힌 맛
▲ 묵은지닭도리탕새콤한 묵은지의 맛이 스며들어 닭고기 맛이 정말 끝내준다. ⓒ 조찬현
묵은지를 포기채로 넣어 닭고기와 끓여낸 묵은지닭도리탕은 새콤한 묵은지의 맛이 스며들어 닭고기 맛이 정말 끝내준다. 하얀 쌀밥과 먹으면 기가 막히다. 주인장이 직접 개발했다는데 쌀밥과 함께 먹어야 어울리는 메뉴다. 묵은지닭도리탕의 가격은 2만원, 중간크기를 주문하면 4~5인 가족이 넉넉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 식사메뉴로 잘 어울린다.
이집의 촌닭은 벌교 장양리 배나무골 농원의 배 밭과 감나무 밭에서 키운 촌닭이다. 모든 재료와 촌닭을 집에서 직접 키워서인지 주인장의 손이 푸지고 넉넉하다.
"묵은지가 정말 맛있네요."
"먹다 남으면 싸달라고 하는 사람도 더러 있어요. 해마다 김장 엄청나게 합니다. 천여포기가 땅속에서 익어가고 있어요."
"촌닭 양념은 어떻게 하나요?"
"그날그날 잡은 신선한 촌닭에다 마늘 생강 양파 간 것과 3가지 한약재를 넣어요."
지글지글 노릇노릇 촌닭숯불구이 계속 땡기네!
▲ 촌닭숯불구이상에 내놓기 직전 양념을 해 신선함이 살아있다. ⓒ 조찬현
촌닭불고기는 손님상에 내놓기 직전 양념을 해 신선함이 살아있다. 마늘 양파 생강 등의 양념도 향을 살리기 위해 믹서에 갈지 않고 절구통에 직접 찧어낸다. 촌닭의 참맛은 옛날 우리 조상들이 해먹던 그대로 가장 촌스럽게 만들어야 진짜 촌맛이 난다고.
손질한 촌닭을 숯불에 올려 노릇해지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구워낸다. 센 불에 굽다가 노릇해지면 중불에서 굽는다. 이때 닭고기는 삼겹살과 달리 빨리빨리 뒤집어줘야 타지 않는다. 처음 온 손님에게는 주인장이 직접 나서서 먹는 요령을 알려준다.
노릇노릇한 닭고기를 묵은지와 싸먹으면 환상적인 궁합이다. 취향에 따라 기름장에 찍어 먹거나 상추쌈을 해도 좋다. 한약재를 넣어서인지 느끼함과 잡맛이 전혀 없다. 촌닭숯불구이는 먹어도먹어도 자꾸만 당긴다. 촌닭 이 녀석이 날 잡네.
▲ 떡국떡국(단돈 1000원)은 닭 뼈를 24시간 고와내 우려낸 닭 육수로 끓여낸다. ⓒ 조찬현
후식은 떡국이다. 닭죽을 주문해도 된다. 떡국은 닭 뼈를 24시간 고와내 우려낸 닭 육수로 끓여낸다. 육수를 끓이는 내내 일일이 닭기름을 걷어내 시원함이 강점이다. 국물 맛이 으뜸이다. 닭 육수를 고와 끓여낸 떡국으로 마무리하니 포만감이 가득하다. 촌닭숯불구이 한 마리 가격은 2만9천원이다. 4~5명이 먹기에 부족함이 없다.
닭은 일반적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다. 하지만 이런 독특한 맛을 찾아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고향 냄새가 물씬 풍기는 우리 고유의 참맛이 담겨있다. 술 생각이 나거든 덤으로 주는 오도독한 매운 닭발에 한잔 술을 기울이면 아주 그만이다.
▲ 꼬끼오촌닭숯불구이의 참맛이 있다. ⓒ 조찬현
▲ 촌닭숯불구이 기본 차림표촌닭집이야, 한정식집이야? ⓒ 조찬현
▲ 백김치시원하고 새큼한 맛이 돋보인다. ⓒ 조찬현
▲ 도라지보성 벌교의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꿀에 재운 6년생 생도라지 ⓒ 조찬현
▲ 부추해물전힘의 상징인 봄 부추와 쑥을 갈아 넣은 부추해물전 ⓒ 조찬현
▲ 닭발구이오도독한 매운 닭발에 한잔 술을 기울이면 아주 그만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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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 꼬끼오
위치 : 여수시 여서동 여문공원옆
전화 : 061)653-9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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