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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모 "내가 민노당·유시민을 찍을 줄이야"

'반MB'에 사활 건 박사모, '이이제이' 투표 눈길

등록|2008.04.09 17:53 수정|2008.04.09 18:37

▲ 5일 서울 영등포시장 부근에서 18대 총선 영등포갑에 출마한 김영주 통합민주당 후보와 정광용 박사모 회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 김영주 후보 사무실 제공

"내가 유시민에게 투표할 줄이야?"
"내가 민노당에 투표할 줄이야?"
"참 내가 어쩌다 '민주당 후보'를 다 찍을 줄이야?"

'대한민국 박사모(이하 박사모)'가 한탄했다. 박근혜를 위해서라면, 지금껏 한나라당만 찍던 선거 패턴도 바꾸었다.

'친MB'를 응징하기 위해서라면 민주당도 찍는다. 평화가정당도 찍는다. 그뿐 아니다. 친박연대 후보가 나왔지만, 통합민주당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박사모가 18대 총선에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내가 가장 싫어하던 유시민에게 투표할 줄이야"

박사모는 선거 하루 전날인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갑에서 통합민주당 김영주 후보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친박연대 후보가 있지만 민주당 후보를 찍으라는 회장단' 입장을 공개했다.

당선 가능성 때문이다. 김영주 후보와 접전을 벌이는 한나라당 전여옥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서다. 알려졌다시피 전여옥 의원은 친박 계열로 활동하다 이명박 지지로 돌아선 바 있다.

박사모는 8일 "회장단 입장"이라며, "최선이 최선이 안 될 때는 차선을, 영등포갑 김영주 후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광용 회장은 "전여옥은 퇴출되어야 하는 정치인 중 1순위"라며 "긴급 회장단 결정으로 영등포갑 친박연대 후보의 지지를 철회하고 차선(통합민주당 김영주 후보)을 선택하는 것으로 힘을 모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지역구뿐만이 아니다. 박사모 게시판엔 9일 자신에게 놀랐다는 고백이 이어졌다. 비례대표엔 친박연대를 찍지만, 문제는 후보다. 친박연대 후보가 없자 한나라당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다른 후보를 찍는다는 고백이다.

'투덜이'는 "내가 유시민에게 투표할 줄이야"라며 "이명박 비서실장이라는 주호영이 정말 싫어 내가 가장 싫어하던 유시민에게 한 표를 행사했다"라고 고백했다.

'동충하초'도 "사천에 있는 고종 사촌동생에게 전화가 왔다"라며, '한나라당 당원이지만 근혜님 골수팬'인 사촌동생이 '형, 나 강기갑 찍었어요, 내가 민노당을 찍었어요, 나 아마 지옥에 갈 거야, 어쩌죠?'라고 전화했다"고 글을 올렸다.

이 글은 '박사모'에서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 마음을 이해한다는 댓글이 잇따랐다. "저도 땅씨의 꼬봉 보기 싫어 민노당 찍었습니다" "마음이 아프지만 근혜님 위해서 어쩔 수 없지요, 참 잘했어요"란 고백이 줄을 이었다.

'근혜사랑마린보이'도 "강기갑·노회찬·권영길·정동영·손학규, 유시민 이번만큼은 그대들에게 승리의 여신이 미소짓길"이라고 바랐고 댓글도 "모두 다 민주·민노당이네요. 우리가 우짜다가 이리 되삐릿노, 하지만 우리 주군을 핍박하는 자는 결코 용서하질 않는다(다퍼오미)"며 공감을 표했다.

'도사형'도 "내가 민주당 찍을 줄이야, 당은 친박이고요"라고 고백했고, '반야'도 "우리 지역구에는 친박후보가 없고 MB가 '정치적 아버지라'고 역겹게 떠드는 친이 후보만 나왔다"며 "도저히 한나라당 후보에게 표를 절대 주면 안 되겠다 싶더라"는 말로, 민주당을 찍을 수밖에 없던 심정을 털어놓았다.

여기에도 공감한다며 처음 민주당에 투표해본다는 고백이 줄을 이었다.

"나하구 똑같네요(정다운삼촌)" "저도 민주당 처음 찍어봅니다(기도수)" "나도 민주당 처음 찍어봤는디(호달)" "나도 태어나서 민주당 찍기는 처음, 우리 동에는 명박이 추종세력 이넘, 반드시 떨어져야 하는데 당연히 정당투표는 친박(power3)" "저도 민주당 찍을 생각입니다, 친이 세력 떨어뜨리려고(앤디홍)"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지난달 28일 대구 달성군 다사읍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거리유세를 통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카드포트'는 "예전엔 무조건 한나라당 후보 찍었는데, 이번에 친박연대는 출마하지 않았고 한나라당 후보와 민주당 후보가 박빙의 승부"라며 "선거홍보물에 이명박하고 사진 찍은 홍보물을 보니 마음이 확 바뀌어 버렸다"고 통합민주당을 찍은 사실을 고백했다.

누군지도 모르는 평화가정당 후보를 찍었다는 고백도 나타났다. 'ldr0917'은 "전 (울산) 남구라 친박연대도 없다"며, "그렇다고 민노당을 찍을 수도 없고 결국 평화가정당 찍고 왔습니다, 누군지도 모르지만, 할 수 없이"라고 털어놨다.

아예 '국민행복우선'은 "친박연대 후보가 없는 지역은 당선가능성이 높은 민주당이나 자유선진당 등 후보에게 투표해야 합니다"라며 회원들에게 반 한나라당 투표를 독려했다.

친 이명박 계열 후보에 대한 박사모의 미움이 이리도 컸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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