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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큰 정몽준 그늘... '진보 후보' 외면한 노동자들

[울산 동구]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안효대 후보 유력

등록|2008.04.09 19:54 수정|2008.04.09 20:16

▲ 18대 총선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던 9일 오후 6시, 진보신당 울산 동구 노옥희 후보가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 박석철

"넘어야 할 벽이 너무 높았다."
"정몽준의 그늘이 너무 크다."

18대 총선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9일 오후 6시. '울산 동구 한나라당 안효대 후보58.1%(MBC)'라는 화면이 뜨자 탄식이 흘러나왔다. 울산 동구 방어동에 위치한 진보신당 노옥희 후보 사무소에서다. TV 화면을 바라보고 있던 10여명의 노 후보 지지자들의 탄식과 달리, 당사자인 노옥희 후보는 별 말 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이 지역구에서 무난히 6선을 노리던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이 갑자기 서울 동작을로 자리를 옮긴 지난달 하순만 해도, 진보진영에서는 "한 번 해볼 만 하다"는 말들이 나왔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분열됐지만 이 지역구에서는 노옥희 후보로 단일화가 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몽준 사라졌지만 노동자 표심은 다른 곳으로

하지만 노 후보는 현대중공업이라는 거대기업이 자리잡은 이 곳에서 선거운동 기간 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선거를 이틀 앞둔 지난 7일에는 노 후보가 안 후보를 '여론조사의 결과 공표 금지' 위반으로 울산지검에 고발하는 등의 파행을 겪기도 했다.

노 후보로서는 내심 이번 표심에 섭섭할 만도 하다. 이 지역에서 여교사로(당시 현대공고 수학교사)로 근무하던 지난 87년 6월, 밀려오는 민주화운동 물결에 동참해 현대중공업 노조라는 국내 최강 노조 설립에 참여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해 여름 있었던 노동자 대투쟁 때는 당시 노동문제상담소 장태원 소장(현재 울산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과 함께 3자개입 혐의로 구속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기도 했다.

그는 끈끈한 동지였던 이 지역 노동자들이 현대중공업을 모태로 하는 안 후보 대신 자신을 선택해 주기를 내심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20년이 지나면서 노동자 표심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이에 앞선 시간, 동구 남목에 있는 안효대 후보 사무소. 전임자인 정몽준 의원이 사용하던 이곳 사무소에는 안효대 후보 지지자 수십 명이 모여 밝게 웃고 있었다. 내심 승리를 자신하는 모습이었다. 그동안의 여론조사 결과가 뒷받침이 됐기 때문이다.

대구 청구고와 계명대를 나와 현대중공업에서 근무한 안 후보는 지난 13년간 정 의원 사무국장을 지내며 알게 모르게 이 지역에 얼굴을 알려온 셈이다. 그가 사무국장을 하는 동안 현대중공업과 노동자는 급격히 달라졌다. 강성이라던 노조는 회사와 함께 지난해 9월 '13년 무분규 기념 큰잔치'를 열 정도가 됐다.

당락이 사실상 결정난 2008년 4월 9일 오후 6시, 노옥희 후보 사무소에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불공정 하도급 해소', '기업 법인세로 대학등록금' 등 공약을 적은 대형 현수막 만 쳐다보는 이 없이 사무소 벽에 걸려 있을 뿐이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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