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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차기 대표경선 출마 않겠다"... 발빠른 수습

민주당 '80석 선방론' 대세... "국민 엄중경고 속에서도 전국정당 자리매김" 자평

등록|2008.04.10 13:18 수정|2008.04.10 14:17

▲ 손학규, 박상천 통합민주당 공동대표가 10일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해단식에서 당지도부들과 함께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겠다며 국민들께 인사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10일  "다음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경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이날 오전 영등포 당산동 당사에서 한 회견에서 "당 대표로서 전당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자 하지만, 이 또한 만약 전당대회 준비를 위한 체제나 책임을 달리 마련할 필요가 있으면 언제든지 기꺼이 저의 책임을 벗을 자세가 되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총선 직후 바로 자신의 거취를 밝힘으로써, 총선 이후 당이 책임론 논란 등으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의 한 측근은 "종로에서 당선됐어도 전당대회 경선에는 나가지 않을 생각이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총선 이후 3개월 이전에' 전당대회를 열도록 돼 있다.

손 대표는 민주당이 81석을 얻은 이번 총선결과에 대해 "국민은 저희 통합민주당에게 엄중하고 따가운 경고를 주셨다"면서도 "공식적으로는 개헌저지선 100석을 목표로 삼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정치현실을 감안할 때 저희들의 사실상의 희망과 요구는 충분히 들어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절반의 패배' 평가... '책임론' 대두되지 않을 듯

그는 특히 "영남지역에서 2석을 확보하고 충청·강원·제주도 등에서 선전함으로써 통합민주당이 18대 국회의 유일한 전국정당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것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통합민주당이 독자적으로 개헌저지선을 확보하지 못하고 특히 서울에서 참패한데 대해서는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총선을 나름의 선전을 한 '절반의 패배'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손 대표의 이 같은 총선 평가는 '80석 이상이면 선방한 것'이라는 당 안팎의 평가와 대체적으로 일치한다. 대선참패 이후 상황을 감안하면 부산·경남에서도 2석을 내는 등 대구·경북을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81석을 얻은 것은 괜찮은 수준이라는 것이 당내의 대체적인 평가다. 손 대표의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도 이같은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10일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해단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손 대표에게 비판적인 구 민주당계의 한 핵심인사도 "유례없는 수도권 참패라는 점에서 내용적으로는 좋지 않지만, 전국 81석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애초 생각했던 비상대책위 구성을 요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부 전문가들의 평가도 비슷하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기획 대표는 "민주당은 상당한 선전을 했기 때문에 당내에서 손학규 대표의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며 "손 대표는 종로의 본인 선거에서 박진 의원에게 상당히 근접했고, 강금실 최고위원과 함께 당에 헌신한 이미지가 있다" 말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박근혜 선거'라는 점에서, 민주당은 주체가 아닌 선거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연구실장도 "손 대표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선거지만, 수도권 참패라는 점에서 내용적으로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조기 전당대회 체제로 급속히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전당대회를 어떻게 치러내느냐가 민주당의 이후 모습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민주당은 권력진공상태이기 때문이다.

정동영계 '궤멸', 김근태계도 비슷, 손학규계도 한계

한때 당내최대계보였던 '정동영계'는 정 후보 본인을 비롯해 대부분이 낙선하고 박영선, 최규식 의원 정도가 남은 상황이다. 한 인사는 "궤멸상태"라고 표현했다. 김근태 의원 등 이른바 당내 정통민주화 세력도 '정동영계'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손학규계'에서는 김부겸 의원 등 적지 않은 인사들이 원내진입에 성공했지만, 당내 비중이 아주 높지는 않다. 손 대표 자신이 낙선했고, 그를 받치고 있던 우상호 의원 등도 떨어진 상황이다. 구민주계는 박상천 대표 등 지역구와 비례대표 등에서 어느 정도 세를 갖췄지만, 당을 주도할 정도는 못된다.

당 정체성 정립문제도 시급한 상황이다. 김형주 의원은 "수도권 참패는 국민들이 우리 당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라며 "30평대 아파트를 가진 중산층에게 어떤 대안을 제시할지, 우리 당의 기본노선을 어떻게 정립해야 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각각 4선과 3선에 성공한 정세균 의원과 추미애 전 최고위원 등이 당권 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강금실 최고위원도 거론되고 있으나, 그는 전당대회 이후 '잠시라도' 정치와는 거리를 둘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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