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본질과 정체성에 대한 궤적을 보여줍니다"
오세철 사진작가의 귀국전 'City·Locus·Tokyo' 눈길
▲ 오세철 작가의 'Locus'오 작가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도시의 퇴화와 진화과정을 새롭게 조명했다. ⓒ 오세철
지난 9일부터 서울 인사동 갤러리 드림에서 'City·Locus·Tokyo'란 주제로 귀국전을 열고 있는 오세철(42) 사진작가.
오 작가는 "작품에 나타난 빛의 기억들은 인간이 만들어 낸 도시의 단편이자 부품이며 우리들의 거울이기도 하다"면서 "또 과거의 공간만을 향한 노스탤지어가 아닌 도시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증거이며, 우리들이 살아있는 존재의 기록"이라고 말했다.
▲ 오세철 작가의 'CROSS CROSS'오 작가는 일본 동경에서 15년간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전을 열었다. ⓒ 오세철
그는 "퇴화해 가는 기억과 새로운 진화의 시간이 겹쳐지는 순간, 보편적인 오늘날의 비전을 통해 세기말 우리들의 궤적이 뚜렷하게 각인된다"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하나의 순간과 순간들이 지금이라는 시간대를 형성, 그 시간이 새로운 궤적으로 우리들의 기억 속에 퇴적돼 간다"고 말했다.
오 작가는 이번 전시 작품을 "도시의 본질과 정체성에 대해 지속적인 질문과 대답을 반복함으로써 나의 존재와 실체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한마디로 표현했다.
작품을 평한 박정수 아트 프로듀서는 "도심의 차가운 콘크리트 벽과 산업사회의 불합리성으로 파생된 삶의 근간을 조용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면서 "점차 희미해져 가는 기억과 도시환경의 변화와 발전에 적응해야 하는 숙명의 관계를 조명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 오 작가의 전시 작품일본 동경에서 촬영한 1000여편의 작품 중 그의 의중을 잘표현한 14점을 전시했다. ⓒ 김철관
인사말을 한 오세철 작가는 "디지털사진이 표현할 수 없는 흑과 백의 깊이를 흑백필름을 통해 섬세한 빛의 단편을 표현했다"면서 "앞으로도 디지털 작품에도 신경을 써 작품 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오프닝 행사에는 류경선 중앙대 교수, 임향자 포토스페이스 대표, 서인숙 서경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이상윤 작가, 장재준 작가, 조상민 작가 등 일본대학 동문 사진작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 오 작가로부터 현재 대학에서 사진 수업을 받고 있는 제자들도 많이 찾아와 작품을 감상했다.
▲ 오세철 작가의 전시작품그는 96년부터 2005년까지 일본 동경에서 촬영한 작품을 전시했다. ⓒ 김철관
그는 지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일본 도쿄 신주쿠에 새벽 2시부터 4시까지의 야경 출사를 많이 나갔다. 대형 카메라 때문에 경찰의 불신검문을 자주 받았고 그래서 신주쿠 경찰들과 많이 친해지기도 했다고. 이제 한국적 테마를 잡아 새로운 작품을 시도하는 활동을 본격 전개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밝혔다.
오 작가는 지난 1994년 도쿄 비주얼 아트스쿨과 1998년 일본대학 예술학부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2000년 동 대학 대학원 예술학연구과 영상예술 전공을 졸업했고, 2004년 동 대학원 박사 후기과정 예술전공을 수료했다. 지난 1998년 일본대학 예술학부장상과 IPPF 모노크롬부분 수상, 94년 일본 코니카 화상진흥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 오세철 사진작가일본 유학생활로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 사진계에서는 알아주는 유명인사다. 유학생활동안 일본에서 세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여러 단체전, 그룹전, 테마전 등에 작품을 출품했다. ⓒ 김철관
오세철의 작업 노트 |
태양이 떠오르고 푸른 하늘이 펼쳐지려하는 아침, 피사체를 찾아 거리로 나선다. 특별한 행선지도 없이, 기분이 향하는 대로, 목적지를 태양에게 맡겨버린다. 제발 시커먼 구름만 덮지 말아달라고 기도하며 미지의 거리에 발을 내딛는다. 그곳에는 평범한, 무언가 세련되지 않은 무질서한 방치상태의 거리,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올 것 같은 가장 보편적인 거리들이 펼쳐져있다. 태양빛을 받아 새롭게 부상하는 도시의 저편에는 새로운 형상(Form)과 함께 우리들의 숨 쉬고 있는 흔적이 새겨져있다. 빛바랜 낡은 건물의 반사광에서, 무수하게 내던져진 전선의 그림자에서, 그리고 사라져가는 모든 도시의 부산물들의 명암을 통해 세월이라고 하는 역사를 읽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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