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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끝! 대운하·영어공교육 밀어붙여?

이 대통령, 선거 의식 미뤄왔던 정책 "가속도 내라" 독촉

등록|2008.04.10 16:55 수정|2008.04.10 16:55

▲ 제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가까스로 과반을 넘긴 가운데 10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한·일지사회의 대표단을 접견하다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다. ⓒ 연합뉴스 박창기

18대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함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은 그동안 선거를 의식해 뒷전에 밀어뒀던 각종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나섰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총선에서의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한반도 대운하, 영어공교육 강화 등을 공약에서 제외하는가 하면 골프장 세금감면 등의 각종 규제완화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지 못했지만, 총선 승리 여세를 몰아 이들 정책을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40여일 공석이던 주일대사, 총선 끝나자마자 내정

이명박 대통령은 주일 대사에 권철현 한나라당 의원, 주중대사에 신정승 전 뉴질랜드 대사를 각각 내정한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외교관례상 상대국에 통보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정 단계"라는 게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이다. 

주일.주중대사는 각각 유명환(외교).김하중(통일) 장관 취임 이후 후임자 없이 40여일 간이나 공석으로 있었다. 인사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외교가에서는 총선이 끝난 뒤 여당의 중진급 공천 탈락자들을 배려하기 위한 정치적인 고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에서 총선 공천을 받지 못했지만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박희태 의원과 김덕룡 의원이 각각 주일.주중대사가 될 것이라는 설이 파다했다. 또한 이런 내용이 사전에 공개될 경우 총선 쟁점이 될 것을 우려, 청와대가 인사를 총선 이후로 미루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총선 다음날 주일.주중대사에 대한 내정 사실이 공개되면서 이러한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주일대사의 경우 박희태 의원이 아니라 권철현 의원이 내정됐지만, 권 의원 역시 이번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여당 중진 의원이다. 주중대사는 중국측에서 정치인보다는 외교 전문가 등 실무선을 원해, 김덕룡 의원의 내정이 좌초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권 의원의 경우 한일의원연맹 부회장 겸 간사를 맡고 있는 일본통이라고는 하지만, 외교 경력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외교가에서는 의외의 인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권 의원이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회 특보단장을 맡았다는 점 때문에 결국 이 대통령의 '보은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권철현 의원의 주일대사 내정을 시발점으로 이 대통령이 총선 이후로 미뤄뒀던 각종 정책들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총선 결과에 대한 소감을 밝히면서 이들 정책을 속도감있게 추진할 것을 참모들에게 주문했다.

이 대통령 "과반 의석도 됐으니, 좀 더 가속도 내라"

이명박 대통령은 10일 오전 수석비서관 회의를 직접 주재한 자리에서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만들기를 지지한 국민 여론이 과반 의석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선진국가를 만들라는 국가적 목표를 향해서 실질적으로 국정을 이행해 가는데 국회쪽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기가 쉬운 여건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국민들이 바라는 일 가운데서 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먼저 처리하자"며 "이제 총선 끝나고 과반 의석도 됐으니, 좀 더 가속도를 내서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독려했다.

전날(9일) 총선 개표 상황을 지켜보던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여당의 과반 의석이 확실해지자 "국정운영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공기업 민영화와 한미 FTA 비준, 영어공교육 강화 등 출범 이후 새정부가 강조해왔던 주요 국정과제들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영어공교육 강화와 함께 총선 공약에서 제외됐던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대해서도 "아직은 여론을 더 들어봐야 한다"면서도 "곧 가시적으로 공론화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운하 문제가 정치 쟁점화 되면서 합리적인 토론이 불가능 할 정도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지만, 총선에서의 압승을 계기로 '2차 추진력'을 얻었다는 것이다.

실제 청와대는 이달 중 대통령 직속으로 대운하 특위를 설치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 여론이 거세 어려움이 있지만, 국민적인 동의 과정을 거쳐 추진하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물길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는 내용이 포함된 대국민 홍보동영상을 만드는 등 대운하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기업의 구조조정 및 민영화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특히 공공부문의 혁신을 추진하면서 '공직기강 확립'을 명분으로 공기업, 정부 산하단체의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추진될 수밖에 없다. 지난달 10일부터 시작된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토대로 "노무현 정부 시절 '코드'에 맞춰 임명된 인사들"에 대해 교체 작업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공직기강 확립'... '코드인사 퇴진론' 재점화?

이 과정에서 대운하 홍보 작업을 위해 정연주 KBS 사장을 교체하는 등의 인사가 불가피하다. 빈 자리에는 이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이나 총선에서 낙천.낙선한 인사들, 각 분야 전문가들이 대거 등용될 가능성이 높다. 총선을 앞두고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던 '코드인사' 퇴진 논란이 총선 직후 재점화 되는 셈이다.

또 법인세 인하, 규제완화, 각종 감세정책 등 이른바 '이명박식 친기업 정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위원장 사공일)와는 별도로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위원장 안병만)를 조만간 공식 출범시킬 예정이다.

이동관 대변인은 조속히 추진할 과제와 관련 "금산분리 완화나 산업은행 민영화, 출총제 폐지, 지주회사 규제완화 등은 모두 예고된 것이고, 그 이외에 법인세 인하, R&D(연구.개발) 투자액 세액공제 확대 등도 빨리 해야 한다"며 "공공기관 개혁프로그램도 이미 예고했던 것이기 때문에 빠른 시일내에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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