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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노는 것도 '봉사'가 될 수 있다

사회복지법인 옥천 영생원을 가다

등록|2008.04.11 17:09 수정|2008.04.11 17:09

▲ 사회복지법인 영생원 입구에 있는 팻말. ⓒ 김수정

완연한 봄기운이 느껴지던 지난 주말(5일), 옥천 영생원을 찾았다.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전공수업인 신문제작실습 동행취재 수업의 일환이었다. 장애인을 만난다는 걱정 때문이었을까. 류영우 <옥천신문> 기자와 함께 이곳을 찾은, 나를 비롯한 학생들의 얼굴엔 긴장이 서려있었다. 영생원 앞에 서 있는 귀여운 팻말이 우리를 맞이했다.   낮은 울타리를 열고 들어간 그곳엔 두 모습이 공존했다. 화분을 옮겨 심느라 분주한 한쪽과 여유롭게 햇볕을 쬐는 한쪽. 분주한 무리들이 학생들을 보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던 원생들은 낯선 이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냈다.   은근 슬쩍 우리 곁으로 다가오던 원생들이 사무국장의 말을 듣고 금세 의자를 내주었다. 그는 긴장하고 있던 우리에게 "이게 우리의 일상이에요"라며 환하게 웃는다. 따스한 봄햇살에 어울리는 영생원 사람들의 환한 미소는 우리의 긴장을 단숨에 녹여버렸다.
200여명이 넘는 원생들과 함께 하는 이 곳, 영생원이 정식인가를 받은 것은 1979년이지만, 40년 전부터 운영해온 사회복지법인이다. 사무국장은 영생원을 찾은 우리에게 정신지체와 정신질환의 차이에 대해 설명했다.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는 경우가 정신지체, 신체적 문제가 없고 후천적인 경우는 정신질환이라고 한다. 이곳은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일부 일반인들이 이곳 원생들은 '미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까이 와서 보라고 일부러 담장을 낮게 만들었다고 한다.

▲ 영생원 환우들과 언론정보학과 학생들의 축구 경기 모습. ⓒ 김수정


이들의 질환은 일상에서 정상인으로 생활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발병했다고 한다. 뇌의 부분적인 기능 장애로인한 것인데, 원인은 바로 스트레스. 젊은 시절 이곳에 들어와 노후를 맞이하는 원생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일반인과 같은 대우다. 지하철 타기, 영화 관람, 투표하기, 인터넷 구매 등 이들도 바깥으로 나가 일상적인 생활을 체험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들을 이상한 눈길로 쳐다보지 않고, 편견을 갖지 않는 것이다. 사무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와 원생들 사이의 벽을 허무는 것이 가장 궁극적인 소망이라고. 일반인들은 장애인을 측은하게 바라보고, 빨래하기·청소하기와 같은 일을 돕고자 한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꼭 무언가를 해주지 않아도 된다. 직접 이곳에 와서 보고 느끼고 가는 것만으로도 봉사활동이 된다.

그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은 '함께 노는 것'이다. 즐겁게 운동 경기를 하거나, 신나게 노래 한 곡 부르고 춤추는 일을 말이다.

영생원 가족들이 우리에게 축구 시합을 제안했다. 6대6으로 시작된 경기는 약 30분가량 진행됐다. 햇볕을 쬐던 원생들이 하나 둘씩 잔디밭 주변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영생원 가족들의 소리 없는 응원이었다. 원생들은 젊은 학생들보다 훨씬 능숙한 솜씨로 슛을 성공시켰다.

점수 차는 점점 벌어져, 결국 12대 5로 영생원 팀이 승리했다. 우리는 비록 졌지만,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처음 영생원에 왔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원생들에게 '봉사'를 했다는 마음 때문일까. 함께 땀 흘린 뒤에 환히 웃는 그들에게서 여유가 느껴졌다. 축구 한 판으로 많은 것을 보고 느낀 시간이었다.

이번 방문으로, 우리는 봉사활동의 새로운 정의를 배웠다. 봉사는 힘들고 거창한 일이 아니다. 그들과 함께 노는 것으로도 봉사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 경기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는 우리에게 사무국장이 뜻깊은 한 마디를 던졌다.

"아픈 건 우리가 다 아플 테니까, 여러분은 행복하고 즐겁게 사세요. 이것도 봉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아하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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