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동강 '미녀들의 수다' 들어보실래요?

[동강에서 부치는 편지] 국민의 강인 동강에도 봄이 왔습니다

등록|2008.04.12 09:20 수정|2008.04.12 12:26

동강의 봄을 여는 동강할미꽃.지금 동강에 가면 아름다운 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 강기희


이곳은 동강입니다. 오늘 동강은 봄볕이 따사롭습니다. 동강은 언제 와도 아름답습니다. 누군가는 동강을 중국의 계림보다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또 누군가는 동강을 어머니의 품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동강은 이 마을 사람들에겐 생명의 강입니다.

동강은 깎아지른 절벽이 압권입니다. 쏟아질 듯 한 절벽이지만 위압적이지 않는 것은 강이 지닌 여유와 푸근함 때문일 것입니다. 절벽에도 생명이 자라고 있습니다. 호사비오리가 알을 품는 곳도 절벽이고, 부엉이가 숨어사는 곳도 동강의 절벽입니다.

지난 달 말쯤일까요. 그때부터 동강변 절벽엔 돌단풍과 동강할미꽃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동강에서만 볼 수 있는 꽃들입니다. 언제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했는지는 이 마을 사람들도 모른다고 합니다.

유혹.속살을 보여주는 동강할미꽃. ⓒ 강기희


동강으로 오세요.할미꽃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 강기희


동강할미꽃은 한 생애가 저물 때에도 피어 있었고,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에도 피어있었습니다. 평일임에도 동강에 사람들이 제법 있습니다. 산책을 나온 이도 있지만 대개는 동강할미꽃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이들입니다.

포항에서 온 이도 있고, 목포에서 온 이도 있습니다. 그들을 먼 이곳까지 부른 것은 동강의 바람도 아니고, 이 마을의 사람들도 아닙니다. 그들을 강변마을로 오게한 것은 동강할미꽃입니다.

봄볕을 받으며 동강을 거닐었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이 좋습니다. 혼자 강변을 걷지만 심심하지 않습니다. 누군가 벗이 되어 함께 걸어주는 도반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도 호사라는 생각이 드는 한낮 오후입니다.

한없이 천천이 걸어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 동강에선 사람도 자연의 일부입니다. 물 흐름의 속도에 맞추어 걷다보면 수줍게 피어나는 동강할미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할미꽃이기보다 아름다운 미녀 같은 꽃입니다.

동강할미꽃 같지만 달라요.꽃 모양과 색이 다 다릅니다. ⓒ 강기희


미녀들의 수다.동강할미꽃의 수다를 들어 보실래요? ⓒ 강기희


길에서 만난 이들과 눈인사를 합니다. 자연에서 만난 사람들이라 경계심을 가질 이유도 없습니다. 먹을 것이 있으면 선뜻 건네고 받는 곳이 동강이기도 합니다. 그게 사람 사는 맛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동강할미꽃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하루 해가 짧다고 느껴질 정도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가끔씩 하늘을 나는 새떼들이 동강할미꽃을 힐긋거립니다. 아름다움을 그들도 알기 때문이지요.

동강변 한쪽에선 축제 준비로 바쁩니다. 12일부터 동강에서는 동강할미꽃 축제를 합니다.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동강할미꽃을 만나러 정선으로 오는 날이기도 합니다. 봄 빛이 짙어지면 동강은 쉬리를 비롯해 꺽지와 어름치 등의 민물고기들이 산란을 시작합니다.

돌단풍.꽃을 피우기 직전이다. ⓒ 강기희


동강할미꽃.소줍게 꽃잎을 열었다. ⓒ 강기희


돌단풍 꽃이 하얗게 피었습니다. 어릴 적 배가 고프면 돌단풍 뿌리를 까먹고는 했습
니다. 오래 전의 일이라 그 맛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먹을 것 없던 시절이니 맛이 중요하지는 않았지요.

동강할미꽃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해거름이 되었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동강할미꽃들도 활짝 열었던 꽃을 서서히 닫습니다. 온 길을 되짚어 어머니가 계신 집으로 갑니다. 갑자기 어머니가 보고 싶어 집니다. 발걸음이 빨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고운 자태.당신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 강기희


절벽에 핀 꽃.아름답다. ⓒ 강기희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