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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어디로 가는가

성장 제일주의에 빠진 이명박 정부

등록|2008.04.12 10:28 수정|2008.04.12 10:28

 당선 이후 이명박 정부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노무현 정권의 실패를 명분으로, 이명박 특유의 거침없는 경제 담론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시민들은 경제성장이라는 구호에 휘둘려, 그 방향조차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방법이야 어찌됐든 경제성장만 하면 된다는 성과주의적인 인식도 팽배하다. 하지만 그럴수록 감시와 견제의 끈을 놓지 않고 이명박 정부의 행보에 관심을 갖는 것이, 장기적인 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더욱 필요하다.

 출총제 폐지, 지주회사 규제완화, 세율인하 등으로 대표되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은, 현재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그 첫째가 바로 ‘실용주의’ 노선이다. 친기업·친시장 정책으로 점철되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노선은 실용주의라는 편의주의적인 발상과 만나 현재 종횡무진 중이다. 

 예컨대, 3월 19일 법무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떼법 문화 청산’을 하겠다며 내놓은 방안들을 살펴보면, 불법파업의 원인이 되는 사용자 측의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시위대 체포전담반’과 ‘배상명령제’를 만들어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실용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건강한 법치주의가 뒷받침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지금의 실용주의는 오직 경제성장만을 위한 행정 편의적 도구에 불과하다. 집권 당시 노무현 정부의 ‘관치경제’를 신랄하게 비판 했던 이명박 정부가, 최근 ‘물가 집중관리 52개 품목’을 선정하면서 ‘관치경제의 회귀’라는 비난에, 실용주의 정책의 일환이라 에둘러댔던 것도 같은 측면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재벌위주의 경제성장이다. 현재 한국경제는 철저하게 재벌위주의 경제체제로 돌아서고 있다. 대선 공약 중 하나였던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과 중소기업 지원 및 육성 정책은, 최근 공정위의 기업조사 완화방침으로 유야무야해졌다. 반면 출총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와 같은 기업정책은 대기업들의 기득권을 보호해서 경제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생각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같은 재벌편향적인 사고방식은 일자리 창출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안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이명박 정부는 침체되고 있는 내수시장을 우려, 일자리 창출을 위해 투자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투자규제철폐’, ‘금리인하’와 같은 정책을 단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불법하도급거래’와 같은 고질적인 문제를 간과하고, 투자활성화 정책만을 펼친다면 그것의 수혜자는 소수의 대기업일 뿐이다.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우리나라 50대 기업의 통계를 보면, 매출은 115%나 수직상승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은 오히려 0.4% 감소했다. 재벌 위주의 경제성장이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 막아 고용감소와 내수부진을 확대시키고 있는 것이다. 기술이 발전하여 생산성이 늘어날수록, 대기업이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점점 더 지식산업 분야의 전문직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 육성대책이 시급한 대목이다.

 셋째, 단기 실적주의이다. 7·4·7(연 7%성장, 10년 후 4만 달러소득, 7대강국진입)정책으로 화려하게 집권에 성공했던 이명박 정부는, 지금 실적달성에 목말라 있다. 원자재가격 급등, 환율불안, 물가상승과 같은 대내외 악재가 겹침에 따라, 세계은행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공약의 7%에 크게 못 미치는 4.6%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경제 수치에 집착하여, 금리인하와 환율관리에 정부가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종용, 또 다시 ‘관치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국민들의 다수가 반대하고 있는 ‘의료보험민영화’와 ‘한반도대운하’ 정책을 끝까지 포기 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운하를 건설하는 기간에 3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경제 효과는 수십조 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고 말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말을 굳이 떠올려 보지 않더라도, 7·4·7정책의 달성에 있어서 두 산업이 갖는 의미는 자명하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은 노무현 정권의 무능에 대한 심판의 측면이 짙었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발판으로 삼아 집권한 이명박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경제성장의 열의를 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경제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공정한 법질서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는 한 지속적인 성장은 불가능하다.

 지난 3월 19일 이명박 대통령은 법무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법과 질서만 제대로 지켜주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 올라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과 질서인가. 사회 주류층에 의해 자행되는 탈세, 위증교사, 부동산투기, 주가조작, 위장취업, 위장전입, 선거법위반과 같은 법질서 위반 앞에서는 눈감고, 사회적 약자들의 파업과 시위만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 현 정부가 말하는 법치주의의 현실이다. 각종 불법로비와 불법비자금 조성만을 막아도 2%성장이 가능하지 않을까?

 이명박 정부식의 경제 담론 앞에서, 앞으로 우리가 잃어버리게 될 것은 사회적 신뢰뿐만이 아니다. 강자가 약자를 착취하는 기생적인 형태 속에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인가. 재벌위주의 경제성장이 고용 없는 성장의 해결책이 될 수 있는가. 교육, 복지, 환경, 부동산으로 점점 그 영역을 넓혀 가는 시장의 논리 앞에서 우리들의 권리는 어떻게 지킬 것인가. 성장 제일주의에 빠진 이명박 정부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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