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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카 폐품팔이도 무한경쟁... 봄이 슬프다

[포토에세이] 리어카와 사람

등록|2008.04.14 08:23 수정|2008.04.14 09:17

리어카굴다리 밑에 놓여진 리어카, 그 안에는 사람이 자고 있었다. ⓒ 김민수


리어카서민들 중 리어카에 의지해 살아가는 이들이 점점 많아진다. ⓒ 김민수


지난 주 일요일 산책을 하는 중 굴다리 아래 리어카에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다리를 쓰지 못하는지 초췌한 모습으로 리어카에 앉아 있었고, 도움을 요청하는 글이 리어카에 매달려 있었다.

일주일이 지난 오늘, 그 곳을 걸어갈 때 나는 또 그 리어카와 마주쳤다. 사람은 없나 가까이 가서 보니 그 안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아니면 낮술에 취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불구가 되어 아무일도 하지 못하는 그이를 누군가 거기로 데려다 놓았을 것이다. 자청을 했든 타의에 의한 것이든, 그로서는 그 방법만이 최선의 살 길이라 여겨졌을 것이다.

1㎏에 50원... 하루에 한 대 채우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

몇해 전부터 리어카로 폐품을 모으는 이들이 부쩍 보인다 싶었는데, 요즘에는 너무 많다고 느껴질 정도로 폐휴지를 모으러 다니는 분들을 자주 보게 된다.  때로는 자정이 넘어서 만나기도 하고, 이른 새벽에 만나기도 한다. 비오는 날에도 그들을 만난다. 그만큼 살기가 퍽퍽하기 때문일 것이다.

리어카에 폐휴지를 가득 모아 팔면 얼마나 될까? 1kg에 50원(값을 잘 쳐서 받을 경우), 결국 혼자서 끌기에도 벅찰 만큼의 폐휴지를 모아도 3000~4000원 정도 밖에는 안 된다. 게다가 한 리어카를 하루에 다 채우면 운이 좋은 것이고. 매일매일 다르긴 하지만 이젠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폐휴지를 모으는 사람들의 많아져 발빠르지 않으면 한 리어카 하루에 채우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란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심야시간과 이른 새벽에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그렇게 늦은 시간에도 이른 시간에도 그들을 만날 수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경쟁의 대열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또다른 경쟁, 끊임없는 경쟁의 대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군상들의 모습, 그것들 조차도 사람다운 삶임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슬프다.

리어카와 노점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 김민수


젊은이들보다는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들이 많은 것도 마음 아픈 일이다. 빈 리어카를 끌고 가는 것만으로도 이미 힘에 겨워보일 때가 많다.

"할 일도 없고 놀면 뭐하누."

그러나 말이 그렇지 그들의 노동강도는 만만치 않다.

"돈벌이를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어. 리어카라도 있으니 풀칠이라도 하제."

인류최고의 발명품이 자전거라고 했던가! 아니, 어쩌면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긴 폐휴지나 고물을 싣고, 끌면 끄는 대로 밀면 미는 대로 굴러가는 리어카야말로 최고의 발명품이 아닐까 싶다.

걸었던 길을 다시 돌아오는 길, 리어카 안에서 잠을 자던 이가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그 곁에는 술취한 행인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둘의 관계가 무엇인지 나는 알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동병상련', 서로가 서로에게 무슨 공통점을 찾은 것일까?

굴다리 밖의 봄빛이 찬란하다. 찬란한 봄빛마저 굴다리에서는 무색하다. "리어카라도 있으니 풀칠이라도 하제!" 하던 주름살 가득한 얼굴에 거친 손, 구부정한 허리에 머리칼이 하얀 할머니가 했던 말이 환청처럼 들려온다.

봄날, 새순은 돋고 꽃을 피어나는데 이들의 삶은 언제나 피어날까?

리어카와 사람리어카에 앉아있는 이, 취객이 그와 친구가 되어준다. ⓒ 김민수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카페 <달팽이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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