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은 나를 보고~' 흥얼거리며 다녀온 강화올레
[강화도 산책] 걸어서 바다를 만나다 <연분홍 진달래와 철조망>
▲ 봉천산에 핀 예쁜 진달래 ⓒ 황성연
가이드 역할을 해 주신 이유명호 선생님은 비가 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라고 하셨다. 그 이야기에 나는 감기 기운으로 몸이 좋지는 않았지만 꽃과 바람, 그리고 바다, 산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밥과 생수를 한 병씩 받아 낳고서 일행은 하점면사무소에서 봉천산 길을 올랐다. 그리 높지 않은 까닭에 여유를 가지고 올라도 금방 올라설 수 있는 곳이었지만, 땀이 나오고 숨이 차오르는 건 매한가지였다. 오랫동안 몸을 쉬게 해 주었더니, 더 그랬을 성싶었다.
나무와 진달래, 새소리가 청명했다. 봉천대 근처에 올라 점심으로 김밥을 느긋하게 먹고, 시원한 바람을 즐겼다. 봉천대에 오르는 길은 상쾌하고, 진달래가 여기저기에 피어 경치가 보기에 좋았다.
봉천대에서 일행은 단체 사진을 찍고, 이유명호 선생님의 선창에 따라 랩(rap) 형식으로 나옹선사의 '청산은 나를 보고'를 합창했다. 즐거운 맘으로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인생의 소풍을 즐기자는 선생님의 배려였을 것이다. 나옹선사는 고려시대 왕사를 지낸 스님으로 나온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 없이 살라하네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세월은 나를 보고 덧없다 하지말고
우주는 나를 보고 곳없다 하지않네
번뇌도 벗어 놓고 욕심도 벗어놓고
강같이 구름 같이 말없이 가라하네
저렇게 마음을 내려놓고 산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 조그마한 일에도 들뜨고, 슬퍼하고 화내는 것이 사부대중의 일인 듯싶어 산다는 것이 어렵고 고된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일행은 봉천대에서 길을 내려서서 마을로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에 이름없는 무덤과 진달래 무더기들을 만났고, 숲이 좋은 길도 만났다. 그리고 아직도 옛날 식으로 장례를 치르는 일행을 만나, 예전에 장사를 지내던 풍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상여를 본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아직 옛것을 고집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 고집스러움이 미련하기보다는 삶의 철학을 지키는 것처럼 보여서 보기에 좋을 때가 있다.
마을 길로 내려서서, 수로를 따라 해안가를 향해서 걷기 시작했다. 날씨도 따스로왔고, 길가엔 꽃들과 쑥, 달래, 그리고 이름 모를 꽃들이 자라 올라, 새봄의 향기가 듬뿍 느껴졌다. 다리는 점차 무거워졌지만, 그래도 멀리 보이는 산과 들, 수로가 한 곳에 어울려, 한 폭의 수채화로 느껴졌다.
▲ 산책숲속의 산책 ⓒ 황성연
▲ 수로길 걷기수로를 따라, 걷고 있는 일행들 ⓒ 황성연
▲ 바닷가드디어 바다를 만나다. ! ⓒ 황성연
모두 소꿉장난 같은 화전을 만들기 위해서, 진달래꽃을 따와서는 꽃술은 제거하고, 동그랗게 예쁘게 떡을 만들어서, 그 위에 꽃을 조심스레 올려놓는 게 할 일이었다. 고소한 기름냄새가 교정을 흔들고, 사람들은 화전을 안주 삼아 막걸리를 한 잔씩 들이켰다. 다정다감한 대화들과, 봄바람과 함께 한 화전은 그 맛보다는 분위기가 더 압권이었다.
매년 화전을 만들어 먹자고 한 이유명호 선생님은 그 화전 만드는 의미를 잘 알고 계셨던 듯하다. 아주 어릴 적에 먹어봤던 화전을 몇십 년이 지난 지금 만들어 보니, 꽃으로 먹는 것을 대신하던, 어렵던 시절도 생각나고, 어려운 삶이지만, 꽃을 사랑할 줄 아는 옛사람들의 여유가 느껴지기도 해서, 참 좋았다.
▲ 화전진달래로 만든 화전 ⓒ 황성연
다리는 아프고, 눈은 감기고…, 돌아오는 버스에서는 피곤함과 막걸리 냄새, 그리고 사람 냄새로 부산했지만, 마음만은 무거워진 발걸음만큼이나 여유로워졌다는 걸 알 수가 있었다.
▲ 일행들함께 모여 찍은 일행들 사진 ⓒ 황성연
덧붙이는 글
열심히 도와준 <오마이뉴스> 최진희 팀장님을 비롯한 운영자님들, 이유명호 선생님 모두 고생 많이 하셨고,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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